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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의 50가지 비밀](1)프리메이슨과 골프의 기원
*<헤럴드스포츠>는 골프 역사가이자 앤티크 골프 수집가이기도 한 이인세 골프 칼럼니스트의 ‘골프의 50가지 비밀’을 매주 토요일 연재합니다. 600여 년 골프 역사의 사이 사이에 숨겨진 비밀들을 찾아가고 탐구하는 기획 시리즈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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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의 주인공은 18세기에 생존했던 스코틀랜드 로슬린(Roslyn) 지역의 영주 성 클레어(St. Clair) 경이다. 초상화를 그린 화가는 당시 귀족이었던 조지 칼머스(George Chalmers 1720-91). 이 그림은 가로155 X 세로 224cm에 이르는 대형 초상화로, 처음엔 가문 대대로 내려져 오는 로슬린 사원에 걸려 있었지만 현재는 영국왕실 양궁의 전당(Hall Of The Royal Company Of Archers)에 보관되어 있다.

화가를 응시하고 있는 그의 눈과 얼굴은 카리스마로 가득 찬 강인한 인상을 풍긴다. 180cm의 호리호리한 키에 양궁선수 이력 등 모든 스포츠에 능통한 듯 보이는 단단한 그의 어깨는 근육질의 몸매를 연상하기에 충분하다.

야구 배트 타입의 그립 형태와 흔치 않은 양손 장갑, 잘 다듬어진 귀한 18세기의 롱 노우즈 클럽과 페더리 볼 등은 당시의 귀족 골프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준다. 검은색의 베레모와 붉은 트위터 형태의 골프동우회 재킷, 검은 벨벳 재질의 7부 바지 등은 리스(Leith)골프장의 멤버들이 사용했던 유니폼이다.

뒤편에 바닷가가 있는 풍경으로 미루어 화가가 장소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링크스 코스이며 왕족과 귀족들 전용 골프장이었던 리스 골프장일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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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메이슨은 영화 <다빈치코드>와 동명 소설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프리메이슨의 기원

골프와 프리메이슨. 아무런 연관이 없는 두 단어. 골프는 엔터테인먼트, 혹은 레저 스포츠이며 프리메이슨(Free Mason)은 비밀결사 조직으로 알려진 단체다. 프리메이슨에게 골프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그들이 없었다면 현대 사회에서 골프도 없었다고 한다면 믿어질까? 21세기의 현 시점에서 우리가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것이 200~300여 년 전 메이슨 단원들의 노력 덕택이었다면 누구나가 의아해 할 것이다. 골프의 역사에 있어서 그들의 영향력은 어디까지였으며 왜 우리가 비밀결사조직 없이 골프를 논할 수 없는지를 파헤쳐 보자.

어쩌면 프리메이슨의 전신은 골프보다도 오래되었을지도 모른다. 골프의 발생이 지금부터 600 여 년 전인 14~15세기이고, 메이슨의 조상은 그 보다 300~400년이나 앞선 12~13세기의 중세로 더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이다. 프리메이슨을 논하려면 먼저 중세 유럽의 십자군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118년 프랑스의 위그 드 파양스 백작은 이슬람 교도들과의 성전을 치르기 위해 십자군을 조직했다. 당시 200여 년 동안 지속된 십자군 전쟁 속에서 특수 임무를 띤 기사단이 있었는데, 바로 예루살렘에서 성배를 지키기 위한 템플 기사단이었다. 그들은 십자군의 꽃이었으며 전쟁이 끝날 때까지 유럽의 모든 부와 권력을 거머쥔 새로운 지배 계층이 되어가고 있었다.

전쟁이 끝난 1307년 10월 13일의 금요일, 기사단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차용한 프랑스의 필립 4세는 3,000여 명에 달하는 템플기사단을 불러모은 뒤 모두 화형시켜 버린다. 표면상 이유는 왕권 강화였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돈을 갚지 않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6년 동안 필립 4세는 기사단을 고문하면서 이단을 믿는다는 뜻의 바포멧(Baphomet) 숭배자로 그들을 몰아세웠다. 바포멧은 이슬람어로 마호멧(Mahomet)이었으며 그리스어로 ‘지혜’라는 뜻의 소피아(Sophia)였고, 또 고대 그리스 복음서 중 하나인 ‘소피아’는 창조주를 뜻하며 궁극적으로 성모 마리아의 피를 받은 막달라 마리아를 뜻한다고 했다. 결국 템플 기사단이 찾은 성배는 막달라 마리아였다고 믿었던 필립 4세는 그런 내용이 당시 교회로서는 너무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실이었으므로 템플 기사단을 이단으로 몰아 제거한 것이었다.

200여 년 동안 오리엔트 원정길에 있었던 템플 기사단은 전 세계 수십만 명의 치안과 통치를 부여받았고, 절대 권력의 핵심에 있으면서 자신들만의 독립적인 국가를 만들 정도로 세력이 뻗어 있었다. 그 와중에서 동방과 가톨릭의 신앙으르 결합해 독자적인 종교 의식도 가지게 됐다고 믿었다.

필립 4세에 의해 1314년 마지막 템플 기사단의 단장인 쟈트 드 모르레가 화형에 처해지면서 그들은 뿌리 뽑혀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은 그들 중 일부가 도망쳐 유럽 어디론가 숨어들었고 그렇게 그들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져 버린 것이었다. 그렇게 수백 년의 세월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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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슬린에 있는 싱클레어의 무덤.


최초의 골프 마스터 싱클레어


1774년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딘버러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명망 있는 인물이 나타났다. 그의 이름은 성 클레어 경이었다. 그는 단숨에 스코틀랜드 사회의 최고 인사로 떠받들어졌다. 표면에 나타난 그의 이력은 제일 먼저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딘버러 인근에 위치한 로슬린 지역의 영주이며 당시 전성기에 있는 프리메이슨(Free Mason)의 최고 수장이기도 하다.

눈에 보이는 그의 이력이 전부가 아니다. 내면에 깊이 자리잡은 그의 보이지 않는 불가사의한 이면은 미스터리하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하다. 가장 특이할 만한 사항은 그가 프리메이슨의 초대 그랜드 마스터(Grand Master)이며, 신흥 조직으로 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던 메이슨과 당시 사회에서 붐이 일어나던 골프를 한데 묶어 버렸다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단순히 그는 메이슨의 수장이면서 골프를 좋아하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연결되는 특별한 상관고리가 있었을까? 당시 한창 붐처럼 귀족 사회로 뻗어 나가던 골프에 관한 한 그를 빼놓고는 논할 수 없을 정도로 골프 역사에서 누구보다도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인물이었다.

그는 왕실 전용 골프장인 리스(Leith) 골프장의 동우회에서 4번이나 캡틴 직을 맡았으며 영국왕실골프협회(R&A)의 전신인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코스의 동우회에서 3번이나 캡틴 직을 연임하기도 했다. 1744년에는 수백 년 골프 최초로 13조항 골프 룰을 만들어 낸 인물이기도 했다. 오늘날 이 규칙은 현대 골프룰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또한 클레어 경은 1764년에는 당시 12홀이면서 왕복 22홀을 쳤던 올드 코스를 오늘날의 18홀 라운드로 만든 주인공이었다. 12홀에서 2홀을 줄이고 10홀을 갖고 왕복 18홀로 만든 올드 코스의 한 라운드는 수백년이 지난 현재의 한 라운드를 18홀로 규정한 계기가 됐다.

클레어는 누구였으며 어떻게 갑자기 스코틀랜드 사회의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일까? 클레어 경의 성(性) 클레어는 300년 전 로슬린의 영주였던 그의 조상 싱클레어에서 변형된 것이다. ‘Sinclair’에서 ‘Sin’을 떼어내 ‘Saint’, 즉 ‘St.’로 바꾸고 ‘Clair’만 남겼다. 싱클레어는 라틴어 상투스 클라리스(Saentus-Claris)라는 뜻의 성스러운 빛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싱클레어의 어원을 성스러운 성배(Holly Grail)에 두면서 예수 그리스도와 기독교에 연관을 시키기도 한다.

1446년 어느 날 성 클레어의 조상인 싱클레어는 자신의 영지에 사원을 짓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비밀리에 십자군 전쟁 당시 예루살렘의 솔로몬 궁을 지은 석공들을 물색했다. 그렇게 찾아낸 일련의 석공들은 솔로몬 궁전과 헤롯 신전에 사용됐던 돌, 입구에 있는 두 기둥, 바닥의 도면, 대형 서쪽의 벽 등 예루살렘의 그것 들을 로슬린 건축에 그대로 사용했다.

10년에 걸친 공사 끝에 1456년 9월29일에야 로슬린 사원이 완공됐다. 말 한 마리에 두 명의 기사가 실지로 투구를 쓰고 말을 모는 모습, 온 몸이 묶인 채 거꾸로 매달린 천사, 사원의 내부 장식에 사용된 상징, 기호, 성당의 구조, 조각 등등의 모습은 수백 년 전에 사라진 템플 기사단의 그것들이었다. 특히 사원의 바닥에 투구를 쓰고 칼을 든 채 천장을 향해 누워있는 일련의 돌무덤 조각들은 기사단의 무덤을 의미하고 있다. 싱클레어는 바로 템플 기사단의 후예였던 것이다.

12세기 초 십자군 전쟁의 와중에서 성배를 지키기 위한 특수 목적으로 구성된 템플 기사단은 성배로 인해 막대한 부와 명성을 쌓았고, 또한 그로 인해 13일의 금요일에 몰살되었던 집단이었다. 150여 년 전인 1307년 10월13일의 금요일에 프랑스에서 행해진 화형식을 피해 사라진 그들은 스코틀랜드의 로슬린으로 숨어들어가 성주 싱클레어의 보호 아래 수백 년간 은신하며 살아남아 그들의 후손을 이어오고 있던 것이었다. 한 예로 메이슨의 높은 계급에 ‘드 모르레’라는 계층이 있는데 이는 1314년 화형되었던 마지막 단장 자크 드 모르레에서 유래했다.

템플 기사단이 유럽 여러 곳에서 성당을 지을 때 부렸던 석공들은 그 후 자체적으로 기사단의 의식과 유지를 수백 년간 받들어 오면서 비밀스러운 조직으로 변형된 것이었다. 300여 년이 흐른 18세기 프리메이슨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조직은 사람들의 뇌리와 역사 속으로 묻혀 졌던 템플 기사단들이 다시 회생한 것을 의미했다. 스코틀랜드에선 로슬린을 메이슨 지부 1번으로 공공연하게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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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슬린 성 앞에 선 필자 이인세 씨.


메이슨의 이상은 골프장에서


성 클레어 경은 늘 메이슨의 장래에 대해 고민했다. 그들의 조직을 굳건하게 해줄 매개체가 필요하던 차에 그가 택한 것은 골프였다. 조직이 긴밀한 연락망을 갖기 위한 모임, 전 세계로 퍼져 하나가 되는 국가로 건설 되어져야 하는 메이슨의 손으로 건설되는 세계 통일. 골프는 그들의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한 모임과 결속을 다지는 데 가장 필요한 수단이었다. 그렇게 골프의 제도화에 힘쓰며 클럽의 조직과 모임을 만들고 대회도 열면서 조직과 골프를 접목시키기 위해 일련의 프로젝트들을 차근히 진행해나갔고, 수백 년간 이를 갈고 닦아온 것이었다.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은 자연 그대로의 코스에서 규칙도 없이 골프를 치기만 했다. 조직화나 체계화를 이루기 위한 생각은 그 누구도 하지 않았다. 코스도 리스골프장처럼 5홀짜리가 있는가 하면 7홀, 9홀, 또는 세인트 앤드루스처럼 12홀 짜리도 있는 등 제각각이었다. 몇 홀을 돌아야 1라운드가 끝나는지 규정도 없었다. 수백 년 간 대회라는 명칭이 붙은 공식적인 경기로서의 골프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일정한 규칙이 없는 라운드는 당연히 시시비비가 끊이지 않았다. 골프의 재정비에 대한 필요성은 절실했다.

메이슨과 클레어 경의 노력은 하나하나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1744년 최초의 13조항의 규칙이 제정되어졌다. 공식적인 실버컵 대회도 개최했으며 각 골프장의 클럽 동우회를 조직하고 유니폼을 입게 만들었다. 검은 모자에 붉은 트위드 재킷, 검은 신발 등 회원들은 유니폼을 입지 않고 골프장에 나오면 벌금을 물어야 했다. 또한 자신이 속한 모든 골프 동우회의 클럽 멤버들은 필히 프리메이슨 단원이어야만 했다. 메이슨의 앞에 프리(Free)라는 단어는 언제 어느 곳이던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활동한다는 의미였다.

그들이 했던 골프에 대한 애정 중에서 가장 큰 공헌은 19세기 중반에 있었던 올드 코스의 폐쇄를 몸으로 지킨 일이었다. 개발업자에게 팔려 옥수수밭으로 개간될 위기에 빠졌던 올드 코스를 법정으로 끌고 가서 골프장을 지킨 사건은 최대의 업적이었다. 만약 당시 올드 코스가 뒤엎어져서 한낮 옥수수를 심는 밭으로 변했다면 골프는 그저 영국의 한쪽 구석에서 잠시 행했던 놀이에 불과했고, 오늘날 현대인의 레저에 골프는 없었을 터였다. 법정에서의 승리 직후 골프는 갑자기 르네상스를 맞이했고 대영 제국의 기치 아래 곧 미국에 이어 전 세계로 꽃을 피웠기 때문이었다.

800여 년 전의 템플기사단, 600여 년 전의 로슬린 사원, 300여 년 전의 석공 조합, 18세기에 세인트 앤드루스 골프 동우회, 그리고 20세기인 1997년 복제양 돌리를 만들어 ‘자연의 법칙을 어기면서 신의 영역으로 들어가고자 했던 인간의 오만함’이라고 기독교의 비난을 산 로슬린 연구소 등 일련의 사건들은 수백 년 간 연관성을 지닌 채 비밀스럽게 이어져 오고 있다. 창조론에 반해 과학을 숭상하는 메이슨들은 21세기 오늘날 그들의 목표인 통일된 세계 단일 국가는 아직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골프에 관한 한 그들이 이미 전 세계에 통일된 스포츠로 만들어 놓는데 수백 년 간 초석을 다지고 기여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골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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