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프레지던츠컵]두고 두고 아쉬울 라히리의 18번홀 버디 퍼트
이미지중앙

마지막 날 싱글 매치에서 18번홀의 짧은 버디 퍼트 실수로 아쉬움을 남긴 아니르반 라히리. <송도=채승훈 기자>


아니르반 라히리(28)는 2015 프레지던츠컵에 출전한 유일한 인도선수다. 프레지던츠컵 사상 최초로 출전한 인도 국적의 라히리를 취재하기 위해 인도에서 기자들이 한국으로 출장을 올 정도로 관심과 기대가 컸다. 라히리는 유럽무대에서 2승을 거뒀으며 아시안투어에서 7승을 거두는 등 프로 대회에서 18승을 기록중인 인도의 기대주다.

라히리는 그러나 11일 인천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파72)에서 열린 프레지던컵 최종일 싱글매치에서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영웅’이 될 기회에서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라히리는 미국팀의 크리스 커크를 맞아 11번 홀까지 2홀 차로 뒤져 버리는 카드로 여겨졌다. 그러나 12번홀과 14번홀을 따내며 올 스퀘어를 만드는데 성공했고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1.2m 거리의 버디 기회를 잡아 극적인 역전승을 예상케 했다. 첫날 포섬 경기와 셋째 날 오후 포볼 경기에서 모두 패했기에 라히리의 선전은 인터내셔널팀의 우승을 위한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승부의 신(神)은 라히리를 외면했다. 상대 선수인 커크가 4.8m 거리의 더블 브레이크 내리막 버디 퍼트를 남겨 짧은 버디 기회를 만든 라히리의 승리가 점쳐졌다. 18번홀 그린 주변에 진을 친 인터내셔널팀 선수들은 이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라히리가 그린으로 올라오자 함성을 지르며 응원했다. 하지만 미국팀의 커크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휘는 훅 라인의 쉽지 않은 버디 퍼트를 집어 넣었다. 필 미켈슨과 리키 파울러 등 미국선수들은 서로를 끌어 안으며 기뻐했다. 순간 라히리의 얼굴엔 당혹감이 스쳐 지나갔다.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던가. 볼과 홀 사이를 오가며 퍼팅 라인을 살피던 라히리는 무조건 짧은 버디 퍼트를 넣어야 했다. 그러나 무승부를 노린 퍼트는 강하게 맞아 홀 오른쪽을 맞고 돌아 나오고 말았다. 망연자실한 표정의 라히리는 퍼터를 하늘로 던져 버리며 실망감을 표현했다. 라히리가 버디 퍼트를 집어 넣어 무승부를 이끌어냈다면 인터내셔널팀은 98년 대회 이후 17년 만에 프레지던츠컵 우승에 도전할 수도 있었다.

기세 싸움으로 승패가 갈리는 팀 대항전에서 라히리의 실수는 인터내셔널팀의 사기를 꺾고 말았다. 역대 전적에서 1승 1무 8패로 밀린 인터내셔널팀은 승리를 위해 싱글매치에서 최선을 다했다. 마크 레시먼(호주)이 세계랭킹 1위인 조던 스피스를 1홀차로 눌렀고 단장 추천선수인 스티븐 보디치(호주)가 지미 워커를 2홀 차로 꺾었다. 그러나 라히리의 실수로 김이 빠졌고 결국 마지막 주자인 배상문의 뒷땅 실수로 이어졌다.

베테랑 루이 우스투이젠과 통차이 자이디가 이날 마지막 18번홀에서 극적으로 홀을 따내며 뒤지던 승부를 무승부로 마무리한 것과 대조적인 플레이를 펼친 라히리. 승리를 위해 매치 수까지 줄여가며 노심초사한 닉 프라이스 단장은 실망감을 애써 감춰야 했다. 프라이스 단장은 그러나 시상식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라히리는 평생 가장 긴장된 순간 퍼팅을 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선 누가 됐든 실패확률이 95%에 달한다. 좌절감이 크겠지만 이번 경험이 앞으로 더 강한 선수가 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위로했다. [송도(인천)=헤럴드스포츠 이강래 기자]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