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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 타타라타] 프레지던츠컵의 속살
# 보이지 않는 프레지던츠컵 '우리는 세상을 보듯 영화를 보고, 영화를 보듯 세상을 본다. 달리 말하면, 영화는 보이는 세상이고, 세상은 보이지 않는 영화다.' 영화전문지 편집장, 부산 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를 거쳐 영화의 전당 프로그램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영화평론가 허문영의 <보이지 않는 영화>라는 책의 서문에 나오는 글귀다. 마니아들 사이에서 화제가 될 만큼 제법 내용이 알차고, 시선이 신선하다. 맞다. 세상과 골프도 그렇고, 골프와 프레지던츠컵도 그렇다. 모든 것에는 잘 보이지 않는 요소가 있기 마련이다. 2015 프레지던츠컵의 잘 보이지 않는 측면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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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프레지던츠컵의 머천다이즈 텐트 내에 위치한 소노코리아의 판매점 모습.


# 대박 또 대박
프레지던츠컵이 흥행 대박을 기록하면서 잭 니클라우스GC 내에 위치한 머천다이즈 텐트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예컨대 양가죽 골프용품을 만드는 (주)소노코리아는 11일까지 예상치의 3~4배에 달하는 4,0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헤드커버 하나에 15만 원이나 하는 고가품이지만 물량이 달릴 정도로 팔려나갔다. 이병성 소노코리아 대표는 “(프레지던츠컵에)구매력 있는 사람들이 왔기 때문이다. 퀄리티 있는 대회에서는 퀄리티 있는 제품이 팔리기 마련”이라고 분석했다. 프레지던츠컵 로고가 찍힌 모자를 판매한 예스런던도 대회 첫날(8일)까지 준비한 6만 개가 ‘완판’되자 부랴부랴 추가생산에 들어갔다. 소노코리아를 비롯, 대부분 입주업체가 한국골프 사상 ‘역대급 대박’을 터트린 가운데 메이저 브랜드인 A사와 N사는 희비가 엇갈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치밀하게 준비한 A사는 제품이 동이 나자, 긴급 나염(로고프린트) 작업에 들어가는 등 관계자들의 얼굴에 희색이 만연했다. 반면 쇼룸 개념으로 숍을 운영한 N사는 갤러리들로부터 “사려고 해도 물건이 없다”는 빈축을 하기도 했다.

# 아바타가 뭐길래 손재주가 뛰어난 한국의 만화(캐리커처) 제작 기술은 K-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미 유명하다. 그래서일까, 이번 프레지던츠컵의 최대 히트상품은 ‘아바타’라는 말이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PGA투어 사무국은 대회 홍보용으로 출전선수들이 지구를 침공한 외계 생명체를 골프공으로 물리친다는 짧은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여기에 등장하는 선수들의 캐릭터(아바타)가 조던 스피스 등 주요선수들이 수시로 언급될 정도로 화제를 모은 것이다. 얼마나 닮았는지, 혹은 상체 근육이 너무 좋은 반면, 다리가 너무 얇다는 등 선수들은 품명회를 열다시피 했고, 개인적으로 피규어를 구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한국계 뉴질랜드 교포인 대니 리는 “어릴 때 꿈이 슈퍼히어로가 되는 것이었는데, 진짜 슈퍼히어로가 됐다”며 트위터 프로필 사진까지 아바타로 교체하기도 했다. 한편 개막을 앞두고 선수들의 한국음식 맛보기도 화제가 됐다. 한정식집에 초대받은 선수들은 끊임없이 나오는 요리에 “도대체 다음에는 무슨 요리가 나올지 알 수가 없었다”며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던 스피스는 “한국의 갈비가 텍사스의 갈비와는 완전히 다르지만 맛있다”고 평했고, 제이슨 데이는 영화 <올드보이>로 세계적인 화제가 됐던 산낙지 시식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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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 팀으로 출전한 대니 리의 트위터. 이번 프레지던츠컵에서 화제가 된 아바타를 프로필 사진으로 쓰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골프행사
2년에 한 번 미국과 비미국지역에서 교대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은 라이더컵과 함께 프로골프의 양대 대륙대항전이다. 그 권위에 걸맞게 투여되는 물량도 혀를 내두르게 한다. 경호인력만 해도 골프장 내에만 총 200명이 투입됐는데, 120명은 한국에서 검증된 업체(엠세트)를 통해 동원했고 80명은 PGA사무국이 데려왔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인 만큼 소통에 문제가 없는 현지인력을 쓴 것이다. 출전선수와 가족 등 관계자들이 묶는 숙소비용만 해도 8억 원이 넘는다(그것도 할인가로). 심지어 일부 전동카트(단장 등 VIP용)는 미국에서 공수했고, 국내 골프장이 사용하지 않는 2인승 카트의 경우 성남의 미8군 골프장에서 20대를 가져왔다. 여기에 발전기, 대형 텐트 등 대회운영에 필요한 각종 설치물과 장비도 이 분야 전문기업인 아레나가 대부분 들여왔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아무리 미PGA투어가 주최하는 대회라고 해도, 너무 외국 의존도가 높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기도 했다. 조직위원회 측은 “국내에서 해당 업체가 있으면 당연히 국내 업체에게 일을 줬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한번 쓰기 위해 이를 제작하는 것은 낭비다. 전 세계를 돌며 대형 이벤트를 준비하는 전문업체가 하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업의 홍보 경연장 워낙에 세계적인 대회인 만큼 이번 프레지던츠컵은 한국 글로벌기업의 홍보 경연장이기도 했다. 최근 어닝 서프라이즈로 세계를 놀라게 한 삼성전자는 TV 250대, 휴대폰 80대를 제공했고, 현대자동차는 솔라티(소형버스), 에쿠스, 제네시스 등 대회운영에 필요한 차량을 모두 협찬했다. 또 코오롱 엘로드는 1,0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의 유니폼 등 의류를 제공했고, 롯데와 아시아나는 각각 음료와 항공을 후원했다. 앞서 잭 니클라우스GC의 대주주인 포스코도 코스 리노베이션을 위해 100만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VIP용 전용공간인 호스피탈리티 텐트는 25만~8만 5,000달러에 판매됐는데 풍산, 포스코, 아시아나, sbs, 종근당 등이 구매했다. 메이저 골프용품업체인 타이틀리스트, 캘러웨이, 테일러메이드도 피팅카를 가동하는 등 후원업체로 참석했다. 참고로 막후에서 프레지던츠컵의 한국 유치에 큰 역할을 한 류진 풍산그룹회장은 좀처럼 공식행사에 나서지 않았는데, 팀 핀첨 PGA 커미셔너는 공식 연설마다 “로이(류진 회장의 영어이름) 류에게 감사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송도(인천)=유병철 기자 @ilnamhan]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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