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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중겸의 MLB 클립] 커쇼와 매팅리, 포스트시즌 마의 7회에서 길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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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고개를 숙여야 했던 클레이튼 커쇼 (사진=OSEN)


# 작년 디비전시리즈 1차전. 커쇼가 선발로 나선 다저스는 6회까지 6-2로 앞서며 승리는 눈앞에 두는 듯 했다. 하지만 7회 마운드에 오른 커쇼는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잡는 동안, 6피안타 5실점이라는 믿기지 않는 투구로 순식간에 역전을 허용했다. 바통을 이어 받은 페드로 바에즈가 홈런을 허용하며 커쇼의 실점은 8점으로 불어났고, 다저스는 1차전을 9-10으로 내줬다.

# 작년 디비전시리즈 4차전. 1승 2패로 궁지에 몰린 매팅리 감독은 4차전 선발로 사흘 휴식을 취한 커쇼를 선택했다. 2-0으로 앞선 7회. 6회까지 94개의 공을 뿌리며 무실점 투구를 이어간 커쇼는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할러데이와 페랄타에게 연속안타를 허용한 커쇼는 아담스에게 역전 3점 홈런을 내주며 고개를 숙이고 말았고, 다저스의 2014시즌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은 커쇼와 매팅리 감독에게 상처로 남아있다. 커쇼는 2013년부터 이어진 포스트시즌 4연패를 통해 본인의 명성에 흠집이 났다. 매팅리 감독은 많은 다저스팬들로부터 월드시리즈 우승 감독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했다. 특히 1차전은 한 발 양보하더라도, 4차전에서 사흘 휴식 후 투구수 100개가 넘어간 커쇼를 고집한 것은 변명이 필요 없는 패착이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그렇게 커쇼와 매팅리는 1년 뒤를 준비했다.

10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다저스와 메츠의 디비전 시리즈 1차전. 경기는 커쇼와 디그롬의 팽팽한 투수전으로 전개됐다. 커쇼는 4회 다니엘 머피에게 솔로 홈런 한 방을 허용했지만, 6회까지 삼진 11개를 잡아내는 역투를 이어갔다. 포스트시즌 첫 등판에 나선 디그롬도 물러서지 않았다. 90마일 후반대의 강속구를 연신 던져댄 디그롬은 4회까지 매 이닝 안타를 허용했지만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고, 경기를 거듭할수록 안정감을 찾아갔다. 그렇게 메츠의 1-0 리드 속에 경기는 7회로 접어들었다.

7회 마운드에 오른 커쇼는 갑자기 제구가 흔들렸다. 선두타자 두다에게 이날 경기 두 번째 볼넷을 허용했다. 커다이어를 3루 땅볼로 유도했지만, 테하다에게 0-2의 유리한 볼 카운트를 살리지 못하고 8구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다. 이어진 디그롬의 희생번트로 상황은 2사 2,3루. 커쇼는 안타와 볼넷 하나씩을 기록하며 이날 경기 자신을 가장 괴롭힌 그랜더슨과 마주했다. 커쇼는 다시 1-2의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했다. 하지만 패스트볼과 커브가 연속해서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났고, 8구째 던진 회심의 몸 쪽 95마일 패스트볼이 볼로 선언되며 누상에 주자를 꽉 채우고 말았다.

다저스로선 지난해 그들을 괴롭힌 마의 7회가 떠오르는 순간. 그 때 매팅리 감독이 마운드로 향했다. 커쇼의 투구수는 113개로, 자신의 시즌 평균 투구수인 103개는 이미 넘어선 상황이었다. 불펜에는 바에즈가 몸을 풀고 있었다. 마치 지난해 디비전시리즈의 재방송을 보는 듯한 선택의 순간에서 매팅리 감독은 커쇼의 강판을 택했다.

커쇼는 다소 부진했던 시즌 초반 이후, 마지막 20경기 중 19경기에서 자신이 이닝을 마무리짓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유일한 한 경기는 팀의 시즌 최종전으로, 투구수를 정해 놓은 컨디션 조절 차원의 등판이었다. 이를 제외하면 커쇼가 마지막으로 이닝 중간에 마운드를 내려 온 것은 약 4달 전인 6월 13일 샌디에이고 전이었다. 심지어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던 지난 9월 초 샌프란시스코와의 경기에서는 127구를 던진 커쇼가 9회 2사 1,2루 위기에 몰렸지만 매팅리 감독은 그를 밀어붙였고, 커쇼는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경기를 스스로 마무리했다(132구). 매팅리 감독의 커쇼에 대한 신뢰는 변함이 없었다.

그렇다면 이날 경기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는 지난해 두 번의 실패에서 비롯된 매팅리 감독의 ‘학습 효과‘일 가능성이 크다. 113구를 던진 커쇼와 바에즈 중 더 믿음직한 투수는 누구일까. 이에 대한 답은 이론의 여지가 없이 커쇼다. 제구가 다소 흔들렸지만, 113구째 공이 95마일까지 나올 만큼 아직 그의 공에는 힘이 붙어 있었다. 특히 커쇼는 올 시즌 100구 이상 투구시 피안타율이 .104에 불과했으며, 그간 이 같은 위기 상황을 수차례 이겨내 왔던 선수다.

만약 정규시즌이었다면 매팅리 감독은 커쇼를 그대로 몰아 붙였을 것이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과는 별개로 단기전 나름대로의 흐름이 이어지는 경우를 종종 확인할 수 있다. 텍사스와의 1차전 패배로 포스트시즌 6연패를 이어간 프라이스, 여전히 가을 야구에서 침묵에 빠져 있는 필더와 해밀턴, 그리고 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 내셔널리그 동부지구를 지배했던 애틀랜타가 매번 가을 야구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던 사례 등은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지난해 같은 상황에서 두 차례의 선택이 모두 실패했던 매팅리 감독으로선, 이날의 7회 상황은 가장 맞이하고 싶지 않았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은 다시 한 번 매팅리 감독을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커쇼의 뒤를 이은 바에즈는 데이비드 라이트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정규시즌 막판 메츠 불펜이 다소 흔들리는 조짐을 보였기에 더욱 아쉬운 실점이었다. 다저스의 1-3 패배. 그렇게 매팅리의 포스트시즌 투수교체는 다시 실패로 결론나고 말았다.

결과적으론 실패했지만 투수 교체는 불가피 했다는 생각이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매팅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한 번의 실패는 실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두 번의 실패는 고집이 된다. 그리고 그 실패가 이어진다면 남는 것은 오만함과 아집이다. 지난해 이미 자신의 고집이 실패했던 매팅리에게 같은 선택을 했어야 한다고 비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다.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매팅리의 선택은 실패하고 있다. 더군다나 한 시즌의 농사를 좌우하는 포스트시즌에서의 연속된 실패는 월드시리즈 우승만이 유일한 목표가 될 수밖에 없는 다저스 감독인 그를 압박하고 있다. 또 다시 7회의 고비를 넘지 못한 커쇼 역시 포스트시즌 5연패를 당했다. 통산 포스트시즌 성적은 1승 6패 평균자책점 4.99가 됐다. 승부욕이 남다른 그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성적표다. 무엇보다 탄탄한 선발진을 자랑하는 메츠와의 디비전 시리즈도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포스트시즌 7회의 악몽은 매팅리와 커쇼를 코너로 몰아세우고 있다. [헤럴드스포츠=김중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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