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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중겸의 MLB 클립] 기선제압 텍사스, 1차전 승리의 의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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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비전 시리즈 1차전을 승리로 장식한 텍사스 레인저스


텍사스와 토론토의 디비전 시리즈. 의 전문가 23명 전원은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토론토의 승리를 점쳤다. 그도 그럴 것이 후반기 .676의 승률은 메이저리그 전체 1위였으며, 프라이스라는 에이스와 도날드슨-바티스타-엔카나시온-툴로위츠키의 중심타선을 보유한 토론토의 전력은 분명 텍사스를 한참 앞서 있었다.

하지만 단기전의 흐름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과 같다. 모든 것이 압축된 포스트시즌. 162경기가 아닌 5경기 혹은 7경기에서 승부를 가리는 단기전은 정규시즌에 비해 변수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예상 못한 흐름으로 경기가 진행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에서 절대적인 전력이 결과와 직결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

텍사스는 9일(한국 시간)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토론토에 5-3 승리를 거뒀다. 선발 매치업상 열세에 놓인 것으로 평가받은 가야르도는 5이닝 2실점으로 7이닝 5실점에 그친 프라이스에 판정승을 거뒀으며, 8,9번 타순의 오도어와 치리노스는 이날 경기의 결과를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뒤바꿔버린 결정적인 홈런포를 날렸다.

대단히 의미 있는 승리다. 전력에서 열세에 놓인 팀이 시리즈를 혼전으로 이끌고 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이 바로 1차전 승리다. 일각에서는 토론토가 1차전을 가져갈 경우 시리즈가 조기에 마감될 수 있다는 의견도 고개를 들었으나, 텍사스는 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됐다. 1995년 디비전 시리즈 도입 이후 지난 20년간 열린 80번의 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 팀이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한 횟수는 총 60차례로, 확률은 75%에 달한다.

프라이스를 무너뜨린 것도 큰 수확이다. 텍사스는 정규시즌 161번째 경기에서 9회 4점차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패하면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해멀스를 등판시켜야 했다. 이에 해멀스의 디비전 시리즈 1차전 등판이 불발됐고, 가뜩이나 전력상 열세에 놓인 와중에 프라이스를 상대해야 하는 1차전에 대한 부담감이 가중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팀 타선이 홈런포 두 방 포함 5안타로 5득점을 뽑아내는 효율적인 공격을 선보임과 동시에 가야르도가 선보인 기대 이상의 호투로 상황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또한 프라이스는 이날 전까지 포스트시즌 통산 선발 전적이 5경기 5패 평균자책점 4.98로, 그의 이름값과는 다르게 큰 경기에서 약점을 드러낸 바 있다. 이날 패배로 프라이스는 포스트시즌 6연패를 기록하게 됐는데, 이는 랜디 존슨의 7연패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긴 기록이다. 시리즈가 5차전까지 이어질 경우 프라이스를 다시 만나야 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날 그에게 안긴 패배는 텍사스에게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텍사스의 시리즈를 좌우할 요소 중 하나는 불펜이었다. 9월 불펜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르며 팀의 지구 우승에 큰 공을 세웠지만, 시즌 막판 마무리 톨레슨이 체력이 방전된 듯한 모습을 보였고 켈라의 몸 상태도 온전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켈라-디크먼-다이슨-톨레슨의 승리 계투조 모두는 데뷔 이후 포스트시즌 등판이 단 한 차례도 없어, 큰 경기의 심리적 압박감을 이겨내고 타이트한 경기 막판을 버텨낼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이날 텍사스 불펜은 6회 이후 4이닝을 2피안타 1실점으로 막아내며 팀 승리를 지켜냈다. 켈라가 솔로 홈런을 한 방을 허용했지만 몸 상태의 건강함을 알렸고, 무엇보다 디크먼은 단 16개의 공으로 2이닝을 소화해내는 압도적인 구위를 과시했다. 시즌 막판 불안한 모습을 보인 톨레슨 대신 9회 마운드에 오른 다이슨도 선두 타자 안타 허용 후 세 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하며 별다른 위기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텍사스가 토론토와 비교해 유일하게 확실한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것이 바로 불펜이다. 이날 불펜진이 선보인 안정감은 남은 시리즈에서 텍사스가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시즌 막판 이해할 수 없는 투수 운영으로 많은 비난을 샀던 베니스터 감독이 포스트시즌 첫 경기를 무사히 치러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특히 3회 얻어낸 두 점의 선취점은 무사 1루 상황에서 병살타를 막아낸 런 앤 히트 작전이 시발점이 됐다. 3회까지 퍼펙트 행진을 이어가던 가야르도가 4회와 5회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자, 6회부터 일찌감치 불펜을 가동하며 상대 타선의 예봉을 차단한 것은 프라이스를 고집하다 추가 실점을 내준 토론토의 깁슨 감독과 대조되는 지점이었다. 디크먼이 7회 좋은 모습을 보이자 8회까지 밀어붙인 장면도 정규시즌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 정규시즌도, 포스트시즌도 야구는 선수가 한다. 하지만 미묘한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포스트시즌에서는 경기의 맥을 짚는 감독의 비중이 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다. 초보 감독 베니스터 감독의 포스트시즌 첫 경기는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텍사스에게 소득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팀의 정신적 지주인 아드리안 벨트레가 3회 스윙 도중 등 쪽에 경련을 느끼고 일찌감치 경기에서 이탈하고 말았다. MRI 결과 구조적인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남은 시리즈 출전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텍사스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조이 갈로를 토론토행 비행기에 탑승시킨 상황. 하지만 벨트레의 결장이 길어진다면 텍사스가 받게 될 타격은 쉽게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텍사스로선 추신수와, 필더, 해밀턴 등 다른 노장 선수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헤럴드스포츠=김중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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