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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중겸의 MLB 클립] '세인트루이스'라는 벽에 막힌 피츠버그의 2015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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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을 마무리한 피츠버그 선수들.


98승 64패. 98승은 1882년 팀 창단 후 프랜차이즈 역대 세 번째로 많은 승수이자, 1902년의 103승 이후 113년 만에 기록한 한 시즌 최다승이었다. 2013년 2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일군 이후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만큼 어느덧 피츠버그는 강팀의 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다.

하지만 앞선 2년과 마찬가지로, 피츠버그가 맞이한 포스트시즌의 첫 경기는 올해도 와일드카드 단판승부였다. 98승을 거둔 팀이 지구 우승이 아닌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은 2004년의 보스턴 이후 11년 만의 일이었다.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유이’한 6할대 승률을 올린 팀이었지만, 하필 나머지 한 팀이 같은 지구의 세인트루이스였다(피츠버그 .605, 세인트루이스 .617).

돌이켜보면 초반이 아쉬웠다. 시즌 초, 타선의 침묵 속에 피츠버그는 첫 29경기에서 13승 16패에 그쳤다. 허들 감독의 믿음의 야구로 초반 위기를 극복하고 상위권에 포진했지만, 초반 부진은 시즌 내내 기복 없는 안정감으로 무장한 세인트루이스를 넘지 못한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5월 이후 피츠버그의 올 시즌은 줄곧 세인트루이스를 추격하는 일에 모든 포커스가 맞춰져야 했다.

기회는 있었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두고 세인트루이스와의 4연전을 1패 후 3연승으로 마감하며 2.5경기까지 격차를 좁힌 것이다. 특히 마지막 2경기를 모두 연장 접전 끝에 끝내기 승리로 장식하며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하지만 올 시즌 피츠버그가 불운한 시즌을 보내는데 크게 일조한 한 팀이 있었으니, 바로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25위 팀 밀워키였다.

피츠버그는 후반기 첫 3연전을 밀워키 원정으로 시작했다. 일찌감치 시즌을 포기한 밀워키였으며, 전반기 상대전적에서 6승 3패의 우위를 보였기에 피츠버그에겐 세인트루이스를 압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겨졌다. 하지만 피츠버그가 받아들인 성적표는 3패. 전반기처럼 후반기의 시작도 타선의 침묵과 함께 해야 했고, 같은 기간 위닝시리즈를 거둔 세인트루이스와의 격차는 4.5경기로 다시 벌어졌다.

밀워키와의 악연은 끝이 아니었다. 9월의 첫 날 밀워키를 홈으로 불러들인 피츠버그는 다시 3연전 스윕을 당했다. 게릿 콜과 프란시스코 리리아노의 원투펀치가 모두 나선 시리즈에서의 완패였기에 충격은 배가 됐다. 9월말 8연승의 막판 스퍼트로 끝까지 세인트루이스 추격에 나섰지만 피츠버그는 결국 두 경기차 지구 2위에 머물러야 했다. 밀워키에 당한 후반기 두 차례의 스윕패는 피츠버그가 올 시즌 남긴 유일한 오점이었다.

물론 피츠버그는 충분히 의미 있는 한 해를 보냈다. 매커친은 여전히 훌륭한 해적단의 선장이었다. 불의의 부상으로 9월 중순 시즌을 마감했지만, 강정호의 영입은 대 성공작이 됐다. 닐 워커가 지난해만큼의 활약을 해주지는 못했지만, 스탈링 마르테와 첫 풀타임 시즌을 보냈음을 감안하면 그레고리 폴랑코의 지원 사격도 충분했다. 러셀 마틴의 대안으로 영입한 프란시스코 서벨리는 공,수에서 기대 이상의 혁혁한 공을 세웠다.

마운드 역시 견고했다. 콜과 리리아노의 원투펀치는 어느 팀에 견줘도 뒤지지 않았으며, 올 시즌 뒤 은퇴를 선언한 A.J. 버넷의 마지막 불꽃도 인상적이었다. 구원왕에 오른 멜란슨을 필두로 왓슨, 휴즈, 바스타르도, 소리아가 버틴 불펜도 안정적이었다.

프런트도 기민하게 움직였다. 지난해 강정호 포스팅 당시 최고액을 써낸 팀이 피츠버그일거라고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기존의 머서, 워커, 해리슨의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강정호 영입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시즌 중반 머서와 해리슨, 그리고 시즌 막판 강정호의 부상에도 팀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내야의 두터운 선수층 덕분이었다. 선수 기용을 현명하게 하기로 유명한 허들 감독은 이들의 출전시간을 배분하는데 많은 공을 들이며 분란의 싹을 없앴다. 시즌 중반 소리아와 블랜튼을 영입하며 불펜을 보강한 헌팅던 단장의 움직임도 팀에 큰 도움이 됐다.

이렇듯 피츠버그는 선수-코칭스태프-프런트의 삼위일체가 완벽하게 들어맞은 훌륭한 시즌을 보냈다. 98승과 승률 .605라는 숫자가 이를 대변해준다. 하지만 피츠버그는 결국 올 시즌 단 한 차례도 지구 선두 자리에 오르지 못했으며, 지난해에 이어 그들에게 주어진 가을 야구의 기회는 단 한 경기뿐이었다.

지난해 와일드카드 단판승부에서 범가너의 벽을 넘지 못한 피츠버그는 올해는 아리에타라는 산에 가로 막혔다. 피츠버그에겐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격언이 원망스러운 하루였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단판승부라는 사실에 원통한 날이었다.

하지만 그 이전에 피츠버그에게 올 시즌은 세인트루이스를 넘지 못한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피츠버그는 충분히 디비전 시리즈로 직행할 자격을 갖췄지만, 앞선 2년과 마찬가지로 순위표의 피츠버그 이름 위에는 올 시즌 내내 세인트루이스가 위치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떡하리. 이 또한 야구의 일부분인 것을. 내년 시즌 심기일전할 피츠버그의 모습을 기대해 보며, 그리고 그 중심에 설 건강한 강정호의 활약을 꿈꿔보며 올 시즌의 피츠버그와는 작별을 고할 시간이 됐다. [헤럴드스포츠 = 김중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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