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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흔들린 아리에타, 빈틈을 놓쳐버린 피츠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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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카드의 악몽 (사진=OSEN)


시즌 22승 6패 1.77. 마지막 12경기 성적 11승 무패 0.41. 상대 전적 3승 1패 0.75. 원정 경기 성적 13승 1패 1.60까지.

제이크 아리에타를 상대해야 하는 피츠버그 선수들에겐 숨 쉴 공간조차 부족했다. 한 해 농사를 결정짓는 와일드카드 단판승부. 어떡해서든 대안을 마련해야 했다.

1990년대 후반. 페드로 마르티네즈와 로저 클레멘스를 상대하는 지구 라이벌 팀의 스카우터는 이런 말을 남겼다. “그들의 모든 것을 공략하려 하지마라. 특히 홈플레이트의 모든 곳을 커버하려 하면 안 된다. 몸 쪽이든 바깥쪽이든 한 곳만 노려야 한다. 그리고 노리던 코스에 실투가 들어왔을 때를 기다려야 한다. 그제서야 비로소 작은 기회나마 생길 것이다.”

에이스 투수를 상대하는데 있어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구절이다. 세상엔 완벽한 인간도, 완벽한 선수도 없다. 아무리 훌륭한 투수라도 다소간의 실투는 필연적으로 수반될 수밖에 없으며, 기회는 찾아오기 마련이다.

아리에타를 상대하는 피츠버그 타선의 전략은 어땠을까. 당초 예상은 끈질긴 볼카운트 싸움을 통해 아리에타가 마운드에서 버티는 시간을 최소화 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했다. 초반 기세 싸움에서 밀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과 게릿 콜이 아리에타와 대등한 선발 싸움을 펼쳐야 한다는 점이었다.

결과적으로 피츠버그 타선은 아리에타의 투구수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이 역시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일단 피츠버그가 전략적으로 적극적인 공략에 나서기로 결정했을 가능성이다. 올 시즌 아리에타는 투 스트라이크 이후 피안타율이 .121에 불과했던 투수다. 시즌 전체 피안타율 .185보다도 한참 낮은 수치다. 슬라이더와 커터, 싱커 그리고 커브까지 반대 방향의 궤적과 다양한 낙차의 공을 모두 수준급으로 구사하는 그이기에 불리한 볼 카운트에 몰리기 전에 일찌감치 공략에 나서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경기의 결과는 피츠버그의 전략적 접근 보다는 초반 실점으로 인한 타자들의 조바심이 만들어낸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피츠버그는 1회 파울러의 안타와 도루에 이어 슈와버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며 선제 실점을 내줬다. 후반기 평균자책점이 0.75였던 아리에타를 상대해야 하는 피츠버그 타자들에겐 1회 실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어 터진 3회초 슈와버의 2점 홈런. 아리에타가 마운드에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3-0이라는 스코어는 피츠버그 타자들의 조바심을 재촉하고 있었다. 아리에타는 올 시즌 3점 이상의 득점 지원을 받은 경기에서 17승 무패를 기록한 투수였다.

실제 피츠버그 타자들은 이날 32번의 타석에서 무려 22번의 경우에서 2구 이내에 최소 한 차례 이상 방망이를 냈다. 확률로는 68.8%에 달한다. 의도적이던 그렇지 않던 아리에타에 맞서 정면 돌파를 시도한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경기 종반으로 갈수록 더욱 심화됐는데, 6회 이후 타석에 선 15명의 타자 중 12명이 2구 이내 한 차례 이상 방망이를 냈다. 특히 경기 초반에는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와 스트라이크 존을 한참 벗어나는 높은 싱커에 연신 방망이를 내며 아리에타를 도와줬다. 볼 카운트 싸움을 통해 날카로운 타구를 만들어낸 선수는 앤드류 맥커친 정도가 유일했다.

피츠버그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6회말 1사 만루의 황금 찬스를 잡게 된 것. 하지만 타석에 선 마르테는 2구째 바깥쪽 낮은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유격수 앞 병살타를 치고 말았다. 아리에타는 3번 해리슨에게 몸에 맞는 볼, 4번 맥커친을 출루시키기 전 첫 두 개의 공을 모두 볼로 던졌으며, 마르테에게 던진 초구 역시 원바운드 볼이었다. 검은 물결로 가득한 PNC 파크의 팬들이 기립 박수로 상대를 압박하는 가운데 아리에타가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했기 때문에 더욱 아쉬운 순간이었다.

7회에도 피츠버그는 서벨리가 선두 타자 안타를 치고 나갔다. 하지만 닐 워커는 2-1의 볼 카운트에서 연달아 낮은 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헛 방망이를 내며 삼진으로 물러났고, 라미레스는 3루수 앞 병살타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6회와 7회 놓친 찬스는 피츠버그를 향해 손짓하던 실낱같은 희망마저 저버린 순간이었다.

결과적으로 피츠버그 타자들의 적극적인 공략은 아무 소득이 없었다. 아리에타는 9회까지 완투하며 113개의 투구수로 경기를 끝냈으며, 피츠버그 타선이 뽑아낸 안타는 4개에 불과했다. 게릿 콜이 조기에 실점을 허용한 장면도 피츠버그로선 못내 아쉬운 대목이었다. 무엇보다 6회와 7회 아리에타는 분명 빈틈을 보였지만, 피츠버그 타선은 이를 효율적으로 파고들지 못했다.

결국 아리에타는 9이닝 4피안타 11탈삼진의 완벽투로 피츠버그 타선을 무력화 시켰다. 아울러 그는 포스트시즌에서 10개의 이상의 삼진을 잡아내고 무사사구 경기를 펼침과 동시에 완봉승을 따낸 메이저리그 역대 첫 번째 투수가 됐다. 4-0 완승을 거둔 컵스는 모레부터 세인트루이스와 5전 3선승제의 디비전 시리즈를 펼치게 되며, 피츠버그는 지난해 범가너에 이어 2년 연속 와일드카드 단판승부에서 완봉패를 당하며 아쉽게 시즌을 마감하게 됐다.

[헤럴드스포츠 = 김중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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