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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중겸의 MLB 클립] WC전 승리 휴스턴, 그들다운 야구로 양키스를 집어삼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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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을 디비전시리즈로 이끈 댈러스 카이클.


양키스의 마지막 포스트시즌이었던 지난 2012년 가을. 디비전시리즈 5차전이 열린 양키스타디움에는 듬성듬성 빈자리가 눈에 띄고 있었다. 양키스타디움의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될 지도 모를 터였지만, 주인을 찾지 못한 관중석의 빈자리는 졸전을 거듭하던 양키스를 바라보는 팬들의 심경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 치러진 챔피언십 시리즈 1,2차전 역시 양키스타디움의 어색한 풍경은 계속됐다.

그리고 3년 만에 다시 양키스타디움에서 포스트시즌이 열렸다. 휴스턴과의 와일드카드 단판 승부. 지난 2년간 승리에 목말라 있던 양키스 팬들은 3년 만의 가을 야구에 환호했다. 당연히 경기장은 가득 들어찼고, 1회부터 기립 박수로 상대를 압박했다. 하지만 판이하게 달라진 경기장 분위기와는 다르게 양키스의 가을 야구는 여전히 무기력했다. 아니, 휴스턴은 그들이 잘 할 수 있는 야구를 유감없이 펼쳐내며 양키스라는 거함을 격침시켰다.

휴스턴에게 승부의 열쇠는 크게 두 가지였다. 먼저 댈러스 카이클. 시즌 내내 팀을 이끌어온 그는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애리조나전에서 시즌 마지막 등판을 가진 뒤 데뷔 이후 처음으로 사흘 휴식 후 마운드에 올랐다. 힌치 감독으로선 스캇 캐즈미어가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또 한 가지. 카이클은 시즌 20승을 거두며 강력한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후보지만, 홈(15승 무패 1.46)과 원정(5승 8패 3.77)에서는 완전히 다른 투수였다. 유독 집 밖을 나서면 흔들리는 커맨드가 문제였는데, 카이클은 홈 129.1이닝 동안 단 4개의 홈런으로 막은 반면, 원정에서는 102.2이닝을 던지는 사이 무려 13개의 피홈런을 기록한 바 있다. 더군다나 이날 경기가 열린 구장은 타자들의 천국 양키스타디움이었다. 휴스턴으로선 올 시즌 카이클 등판 경기에서 7할에 육박하는 팀 승률에 기대를 걸었다(23승 10패 - .697)

타선의 키 포인트는 홈런이었다. 휴스턴은 정규시즌 230개의 홈런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2위에 올랐다. 대신 삼진 역시 1392개를 당하며 2위를 기록했다. 타선의 정교함 보다는 대포 한 방에 의존하는 팀이었다. 이는 홈런이 나오는 날엔 손쉽게 득점이 이뤄지지만, 그렇지 않은 날엔 대단히 답답한 공격 흐름이 전개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휴스턴은 양키스타디움의 짧은 담장을 십분 활용해야 했다.

휴스턴의 승리 공식은 모든 것이 맞아떨어졌다. 데뷔 후 첫 3일 휴식 후 등판 그리고 가을 야구 첫 등판에 나선 카이클은 정규시즌의 그와 다르지 않았다. 1,2회 제구가 다소 흔들리며 투구수가 늘어났지만 6회까지 87개의 투구수로 상대 타선을 셧아웃 시켰다. 6이닝 3피안타 무실점의 완벽투. 3회부터 5회까지 3이닝 연속 삼자 범퇴로 틀어막았으며, 유일한 위기였던 6회 2사 1,2루에서는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초구에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실점 없이 등판을 마무리했다.

홈런포 역시 적재적소에 터졌다. 2회 선두타자로 나선 콜비 라스무스는 다나카의 초구 93마일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우측 담장 너머로 타구를 날려 보냈다. 4회에는 카를로스 고메스가 다나카의 높은 슬라이더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카이클이 순항하는 가운데 경기 초반 나온 두 개의 홈런포는 휴스턴이 이날 경기 승기를 가져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경기의 마무리는 상대적으로 주목 받지 못한 그들의 발야구와 불펜이었다. 휴스턴이 그나마 타선의 정교함 부족이라는 약점을 메울 수 있었던 것은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였다. 리그 도루 1위에 오른 알투베를 필두로 올 시즌 휴스턴은 121개의 도루로 메이저리그 전체 3위이자 리그 1위에 오른 팀이었다. 7회초 휴스턴은 크리스 카터의 볼넷 이후 대주자로 나선 조나단 비야가 2루 도루에 성공했고, 이후 알투베의 적시타가 나왔다. 야구에서 승리로 가는 공식 중 하나는 ‘선취점-추가점-쐐기점’이다. 발야구가 동반된 알투베의 7회 적시타는 휴스턴을 디비전시리즈로 인도하는 쐐기포였다.

불펜은 올 시즌 휴스턴의 성적과 궤를 같이 해왔다. 시즌 초반 철옹성을 구축하며 팀 승리를 지켜냈지만, 시즌 막판 휴스턴이 지구 선두 자리를 빼앗긴 제 1원흉이 바로 불펜 붕괴였다. 시즌 불펜 평균 자책점에서는 3.27로 리그 4위에 올랐지만, 9월로 범위를 좁히면 5.63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최하위였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카이클이 마운드를 내려간 7회 이후 토니 십-윌 해리스-루크 그레거슨은 각각 1이닝씩을 무실점으로 책임지며 팀의 3-0 승리를 지켜냈다. 특히 9월 이후 각각 4.15와 4.50의 평균자책점으로 흔들린 8,9회 듀오 해리스와 그레거슨이 안정적인 투구를 펼쳤다는 점은 캔자스시티와의 디비전시리즈를 앞두고 있는 휴스턴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반면 양키스는 시즌 막판부터 이어진 타선의 슬럼프에 발목이 잡혔다. 테세이라가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비롯해 브렛 가드너와 제이코비 엘스버리 등 주축 타자들 대부분이 집단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가을야구를 맞이해야 했다. 지라디 감독은 좌완 선발인 카이클에 대비해 엘스버리를 빼고 크리스 영을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날 양키스 타선이 기록한 안타 개수는 단 3개. 이로써 양키스는 2012년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을 시작으로 포스트시즌 4경기 연속 5안타 이하를 기록한 채 시즌을 마무리하게 됐다.

시즌 내내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한 댈러스 카이클.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홈런과 도루 그리고 안정된 불펜까지. 휴스턴은 올 시즌 그들을 가을 야구로 안내한 원동력을 모두 이끌어내며 마지막이 될 수 있었던 10년 만의 가을 야구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내일 하루 휴식을 취하게 될 휴스턴은 챔피언십시리즈행 티켓을 두고 9일부터 캔자스시티와 5전 3선승제의 디비전 시리즈를 펼치게 된다. [헤럴드스포츠 = 김중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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