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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timeover의 편파야구, 거침없는 다이노스] ‘2015 전력질주’ 고별식, ‘2015 가을의 질주’ 출정식
5일 경기결과: kt 위즈 2-2 NC 다이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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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질주가 낳은 선물, '감사한 2위'


감사한 2위

공룡군단의 2015 전력질주가 ‘감사한 2위’로 막을 내렸다. 화려한 질주였다. 베스트9은 KBO리그 최초 정규타석 진입하고, 그 중심을 맡았던 ‘나이테 트리오’는 한 팀 3타자 100타점이라는 리그 신기록도 썼다. 쉴 새 없이 상대 베이스를 훔치며 1995년 롯데 이후 역대 2번째 200도루 팀도 됐다. 특히 테임즈는 프로생활 중 한 번도 힘들다는 사이클링 히트를 두 번이나 달성하고, 아시아에서 볼 수 없었던 40-40클럽도 최초 가입했다. 신기록과 진기록의 연속이었다.

솔직히 143번째 경기에서 사라진 우승의 꿈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자. 시즌 전까지만 해도 올 시즌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았다. 신생팀 혜택이 사라지며 웨버와 헤어졌고, 원종현도 갑작스런 대장암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거기에 권희동과 이상호도 유니폼을 벗고 군복을 입었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보다는 현상유지만 해도 감사할 정도였다.

난세에 수많은 영웅이 탄생했다. 원종현이 떠난 자리는 신예 최금강과 임정호가, 에이스 찰리가 사라진 곳은 해커와 스튜어트가 120% 메워줬다. 임창민은 리그 정상급 마무리로 성장했고 지석훈은 프로 입문 13년 만에 풀타임 주전선수가 됐다. 김태군은 박경완-강민호에 이은 역대 KBO리그 세 번째 ‘전 경기 출장 포수’ 반열에 올랐다. 손민한도 KBO리그 최고령 10승 투수가 되며 황혼의 불꽃을 태웠다. 조영훈-최재원-김성욱도 내년이 더욱 기대되는 활약을 보여줬다.

‘프로세계의 2위는 꼴찌와 같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는 2015 NC에겐 해당하지 않는다. 1위에게 밀린 2위가 아니라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2위. 창단 4년 만에 1위를 위협하는 2위. 내년, 내후년에도 1위를 넘볼 수 있는 2위이기 때문이다. 남들은 어떻게 볼지 몰라도 공룡가족들과 공룡군단에겐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고 고마운 2위’다.

좋은 추억을 남겨줘서 억수로 ‘고맙DAY!’

감사하고 고마운 공룡군단의 마지막 질주엔 'NC 다이노스 고맙DAY!'에 행사가 열렸다. 승부에 대한 부담감을 버리고 3월 28일부터 192일 동안 뜨거운 질주를 함께한 서로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자리였다.

시즌 내내 공룡가족을 위한 수많은 볼거리와 이벤트를 준비했던 ‘엔런트’는 시즌 최종전까지도 한결같았다. 경기 시작 직전, 특별한 영상이 전광판에 등장했다. 그 속엔 지난 143경기의 잊을 수 없는, 소름끼치는 순간이 모두 담겨 있었다. 결승선 통과를 앞두고 지난 레이스를 추억하는 뜻 깊은 오프닝이었다. 오프닝이 끝난 뒤엔 올 시즌 모든 홈경기에 함께한 두 공룡가족이 시구와 시타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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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가족을 향한 단디의 수줍은 사랑고백


공룡가족을 위한 마스코트 ‘단디’의 프러포즈도 있었다. 이닝교대 중 1루 응원단상에 올라선 단디는 갑자기 영화 ‘러브 액츄얼리’의 명장면을 연출했다. 아기자기한 손 글씨로 적은 사랑고백(?)을 종이에 적어 한 장씩 넘겼다. 곧이어 장미를 들고 1루부터 외야까지 걸어가며 공룡가족들에게 선물했다.

다음 이벤트는 외야 응원석에서 이어졌다. 넓은 응원단상 위에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올라왔다. 낯선 사람들이지만 언젠가 한 번쯤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들이었다. 그럴 만했다. 우린 그들을 분명히 보았을 것이다. 이닝 교대 시 상대팀 보다 더 먼저 그라운드에 들어와 흙 정리를 하는 ‘그라운드 키퍼’, 응원하는 팬들의 모습을 전광판으로 내보내는 ‘카메라맨’, 응원맛을 살려주는 응원가와 노래를 틀어주는 ‘음향엔지니어’, 경기장 안전을 지키는 ‘경호원’ 등 지난 1년간 NC를 위해 고생한 ‘또 다른 공룡군단’이었다. 장내 아나운서를 통해 그들의 역할이 하나씩 소개됐고, 공룡가족들은 진심어린 박수로 그들의 숨은 노고에 감사함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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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동안 마산야구장을 지켜준 '또다른 공룡군단'. 억수로 고맙습니DAY!


경기는 다소 답답하고 아쉬운 무승부로 끝났다. 8회까진 답답한 경기가 이어졌다. 투수들은 8회까지 2실점으로 나쁘지 않은 기록을 남겼지만, 무려 12안타를 허용하며 숱한 위기를 맞았다. 타자들은 kt 선발 정대현을 공략하지 못하며 8회까지 1득점에 그쳤다. 하지만 경기분위기는 9회말부터 확 바뀌었다. 1사 후 테임즈와 나성범이 연속 우중간 2루타를 터트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연장 3이닝도 매회 주자를 2루까지 보내며 끝내기 승리를 기대케 했다. 기대하던 순간은 맞이하지 못했다.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 최근 전역한 장현식이 첫 홈경기를, 강구성이 프로데뷔 첫 안타를 터트렸다는 점에서 큰 위안을 받았다.

경기가 끝나자 전광판에 또 다른 새 영상이 등장했다. 이 영상을 보며 ‘아! 오프닝에 나온 영상은 진짜 맛보기였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화면 속엔 오프닝보다 훨씬 많이 2015 시즌 극적인 순간이 설명문구와 함께 등장했다. ‘부산고 선배 손민한의 승리를 지킨 이민호’, ‘이종욱-손시헌의 더블홈런포’, ‘스튜어트의 첫 승을 지킨 더블플레이’ 등 평범해 보이지만 절대 평범하지 않았던 소중한 순간도 다수 등장했다. 세세하게 정리된 공룡군단의 전력질주를 보며 그들의 노력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영상이 끝나자 화면 속 주인공들이 다시 그라운드에 돌아왔다. ‘가을의 질주’ 티셔츠와 머플러를 착용한 선수들이 마운드 주변에 모였다. 김경문 감독- 손시헌 주장-김택진 구단주는 이번시즌 함께 달려준 공룡가족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두 번째 가을이야기의 선전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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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여서 더욱 행복하고 감사했던 2015 전력질주가 막을 내렸다. [출처=NC다이노스 공식홈페이지]


감사인사를 마친 그들을 긴 인간띠가 맞이했다. 전통이 된 홈 마지막 경기 고정코너. 하이파이브 행사였다. 공룡군단과 공룡가족들은 짧게나마 두 손을 마주하며 서로에게 직접 감사인사를 전할 수 있었다. 수많은 인파에 긴장한 선수들이 몇몇 보였지만 그라운드 위에 있는 이들 대부분은 행복한 웃음으로 서로를 반겼다. 몇몇 선수들은 하이파이브 행사에 참가하지 못한 팬을 위해 다이나믹 존까지 하이파이브 행진을 이어나갔다. 이렇게 홈 마지막 경기가 끝났다.

2015 정규시즌 전력질주는 감사한 2위와 행복한 감사로 끝났다. 이젠 두 번째 가을이야기, 가을의 질주를 준비할 차례다. 잠시 숨을 고른 뒤 18일 마산구장에서 새로운 질주를 시작한다. 지난해 가을이야기에서 겪은 아픈 경험들이, 올해 최고의 순간을 만든 귀중한 경험이 되길 바란다. 그 순간을 보다 많은 공룡가족들이 현장에서 함께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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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질주가 낳은 또다른 질주, 가을의 질주에서의 활약을 기대한다. [출처=NC다이노스 공식홈페이지]


*Notimeover: 야구를 인생의 지표로 삼으며 전국을 제집처럼 돌아다는 혈기왕성한 야구쟁이. 사연 많은 선수들이 그려내는 패기 넘치는 야구에 반해 갈매기 생활을 청산하고 공룡군단에 몸과 마음을 옮겼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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