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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어스 필드의 새로운 안주인, 놀란 아레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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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홈런 단독 선두로 뛰어 오른 놀란 아레나도 (사진=OSEN)


올해도 콜로라도는 쿠어스 필드의 희박한 공기만큼이나 삭막한 한 해를 보내야 했다. 개막 후 9경기에서 7승을 따내며 이변을 꿈꿨지만, 4월 말 시작된 11연패의 사슬은 일찌감치 콜로라도의 올 시즌을 지워버렸다.

2013년 토드 헬튼을 떠나보낸 콜로라도 팬들은 올 시즌 또 하나의 프랜차이즈 스타와 이별을 고했다. 팀의 상징과도 같았던 트로이 툴로위츠키가 트레이드 데드라인에서 토론토로 이적한 것이다. 지난 5월 초 트레이드 파문이 일며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으나, 그는 여전히 콜로라도 팬들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선수였다.

최근 4년간 세 번째 맞이한 최하위 시즌. 팀 내 최고 프랜차이즈 스타의 이적. 지칠 대로 지친 콜로라도 팬들에게 유일한 위안거리는 단 하나였다. 바로 놀란 아레나도(24)의 성장이었다.

그간 아레나도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수비였다. 201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신인으로서 내셔널리그 3루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할 만큼 그의 수비력은 가히 압권이었다. 빠른 풋워크와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한 그의 수비를 두고 일각에서는 예술의 경지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역시 내셔널리그 3루 부문 황금 장갑의 주인공은 아레나도였다.

공격력도 결코 나쁘지 않았다. 지난해 111경기에 나서 .287의 타율과 18홈런 61타점을 기록하며 향후 3할-20홈런이 가능할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제 갓 20대 중반에 접어든 선수임을 감안하면 대단히 높은 기대치였다. 하지만 올 시즌 타석에서 보여주고 있는 성장세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수준이다.

아레나도는 3일(이하 한국시간) AT&T 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 출전해 선제 솔로홈런을 포함해 4타수 2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시즌 42호 홈런으로 브라이스 하퍼(워싱턴)를 제치고 내셔널리그 홈런 부문 단독 선두로 나섰으며, 130타점은 메이저리그 전체 단독 선두의 성적이다. 9월 이후 30경기에서 12홈런 25타점의 무시무시한 시즌 막판을 보내고 있는 중으로, 지난달 초에는 6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팀 프랜차이즈 타이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아레나도의 타율에는 전혀 차이가 없다(2014: .287 / 2015: .287). 하지만 홈런수는 18개에서 42개라는 대단히 극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아레나도는 자신의 이 같은 성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는 지난 8월 과의 인터뷰에서 올 시즌 공격 부문에서의 비약전인 발전의 이유로 ‘경험’을 꼽았다. 아레나도는 "경험적인 측면이 올 시즌 성적 변화의 주된 요인이다"라고 진단하면서, "경기장 안에서 내가 누구이고, 내가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 생각하게 된 시점이 변화의 시작점이 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실제 올 시즌 아레나도의 타격 메카닉에는 지난해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아레나도의 말을 빌리자면 결국 메이저리그 데뷔 후 지난 2년간의 시간이 올 시즌 성적의 자양분이 된 셈이다. 그리고 그의 성적이 주목을 받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홈과 원정에서의 성적 편차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고지대에 위치한 콜로라도의 쿠어스 필드는 희박한 공기로 인해 타구가 받는 저항이 적은 구장이다. 이에 매년 홈런 팩터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콜로라도를 거치는 대부분의 타자들은 홈구장의 이점을 만끽하기 마련이다. 이에 콜로라도 타자들의 타격 성적은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이 팽배해 있으며, 툴로위츠키나 카를로스 곤잘레스도 이 같은 탐탁치 않은 눈초리에서 완벽하게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레나도의 올 시즌 성적은 여타 콜로라도 선수들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레나도의 홈/원정 성적

홈: .316 20홈런 74타점 OPS .960
원정: .258 22홈런 56타점 OPS .836

타율과 OPS를 보면 아레나도 역시 홈구장의 이점을 누리고 있다. 비거리가 늘어난다는 점은 비단 홈런 숫자의 증가로만 연결되는 것만은 아니다. 쿠어스필드에서 곤잘레스, 아레나도와 같은 선수들이 등장할 경우 상대 팀들은 수비위치를 평상시보다 훨씬 깊게 포진시킨다. 게다가 쿠어스필드의 외야는 대단히 광활한 면적을 자랑하는 구장으로, 유독 쿠어스필드에서 다소 빗맞은 안타가 많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신 주목할 것은 홈런 숫자다. 아레나도는 홈보다 원정에서 더 많은 홈런을 때려내고 있다. 타석 당 홈런수 역시 홈에서 16.7타석 당 1홈런, 원정에서 14.7타석 당 1홈런으로 원정에서 더 좋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원정에서 기록한 22개의 홈런수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세 번째로 많은 숫자다. 홈런만 놓고 보면 아레나도가 결코 쿠어스 필드의 이점만으로 리그 홈런 1위에 오른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기록이다. 매년 극명하게 엇갈리는 홈과 원정에서의 팀 타격 성적에 고민이 많던 콜로라도로선 향후 팀을 이끌어갈 아레나도의 올 시즌 성적은 의미하는 바가 대단히 크다.

2013년 정규시즌의 마지막 날. 은퇴 경기를 치른 토드 헬튼은 클럽하우스 한 쪽에 있던 아레나도를 불러 세웠다. 그는 아레나도의 성장세를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그에게 앞으로 팀을 잘 부탁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현재 아레나도와 함께 팀을 이끌고 있는 카를로스 곤잘레스는 ‘아레나도는 현재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라며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툴로위츠키-곤잘레스 듀오의 시대가 막을 내린 콜로라도는 이제 ‘아레나도-곤잘레스’의 새 콤비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헤럴드스포츠=김중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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