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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레지던츠컵 특집]관전 포인트<3>홈 그라운드 이점 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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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미국 하딩파크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 개막식.


‘1승1무 8패.’
1994년 시작해 10번을 치른 프레지던츠컵 인터내셔널팀의 역대 전적이다. 지금까지 단 한 번을 이겼고 미국팀에 8번 패했다. 한 번의 무승부는 지난 2003년 남아프리카공화국 팬코트 링크스에서 열린 5회 대회에서다.

올해 부단장인 최경주가 단장 추천으로 처음 출전했던 2003년의 무승부는 감동적인 명승부로 아직도 회자(膾炙)된다. 인터내셔널팀은 대회 3일차까지 남아공의 어니 엘스, 레티프 구센의 활약으로 3점을 앞서 나갔다. 마지막 날은 12명의 선수들이 모두 출전하는 싱글 매치였다. 타이거 우즈와 짐 퓨릭을 앞세운 미국팀이 맹렬하게 따라잡았고, 대회를 마치고 리더보드를 보니 17대 17로 공교롭게 동점이었다.

양팀 단장 잭 니클라우스와 게리 플레이어는 연장전에 나갈 선수를 골랐다. 타이거 우즈와 어니 엘스였다. 피 말리는 서든데스 방식의 연장전은 세 홀이 지나도록 파로 비겼다. 세 번째 연장 홀 그린에서 우즈는 5m 파 퍼트를 남겼고, 엘스도 3m로 살 떨리는 상황이었다. 우즈는 라인을 확인하더니 거침없이 스트로크 했고, 퍼트를 성공시켰다. 주먹을 불끈 쥔 타이거의 화려한 세리머니가 나왔다. 엘스도 뒤질세라 볼을 우겨넣었다.

승부욕은 점차 불타 올랐으나 코스는 이미 어둑해져서 게임을 진행하기 어려웠다. 미국팀은 그날 밤에 돌아갈 전세기까지 예약해둔 상황이었다. 고민하던 두 단장은 새로운 규칙을 만들기로 전격 합의했다. 대회 사상 처음으로 무승부를 선언한 것이다. 기자 회견장에서 플레이어가 말을 맺었다. “승부를 떠나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사랑입니다.” 지켜 보던 니클라우스가 “개리 당신 정말 멋있어요”라면서 두 거장은 깊은 포옹을 나눴다. 잠시 침묵하던 회견장에 이내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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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프레지던츠컵에 선수로 출전했던 최경주의 퍼팅.


호주에서의 단 한 번의 승리

인터내셔널팀이 이긴 건 대회 장소를 처음으로 해외로 옮겨 호주 멜버른의 로열 맬버른GC에서 개최한 1998년이었다. 인터내셔널팀은 호주의 피터 톰슨이 단장이었고, 호주 선수가 4명(스튜어트 애플비, 스티브 엘킹턴, 그렉 노먼, 크레이그 패리), 호주에 이웃한 뉴질랜드에서 2명(프랭크 노빌로, 그렉 터너)이 단장 추천 선수였다. 양국에서 출전 선수의 절반을 채워 마치 미국 대 호주의 게임 양상이었다.

당시 게임 방식은 이틀간 포섬(Foursomes) 5경기, 포볼(Four-Ball) 5경기를 하루에 치르고 마지막날 12개의 싱글 매치를 벌여 총 32게임을 하는 것이었다. 첫날 인터내셔널팀이 7대 3으로 앞섰고, 둘째 날은 인터내셔널팀이 14.5대 5.5(1점은 승리, 0.5점은 무승부의 획득 포인트)로 3배 가까이 앞섰다. 마지막날 인터내셔널팀은 20.5 대 11.5로 더블스코어 차이로 승리했다. 노랑과 초록의 대회 고유 색상에 캥거루 모양의 베레모를 쓴 오씨(호주인) 골퍼들의 열광적인 응원이 어울리면서 인터내셔널팀은 미국팀을 압도했다. 프로 1년차 타이거 우즈는 2승3패로 부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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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프레지던츠컵에 출전했던 필 미켈슨. <사진 제공=2015 프레지던츠컵 사무국>


전력의 약세 어떻게 극복할까?

미국 버지니아주 게인즈빌의 로버트 트렌트 존스GC에서 처음 대회를 개최한 뒤로 미국팀은 8번을 이겼다. 2005년 대회 이래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가장 큰 스코어로 이긴 건 2000년에 21.5대 10.5로 더블 스코어 이상을 냈을 때다. 처음 인터내셔널팀에 졌다는 이유로 해서 타이거 우즈를 비롯한 미국팀이 맹렬하게 몰아쳤던 대회다.

미국팀이 역대 전적에서 인터내셔널팀에 압도적으로 우세할 수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일단 미국팀은 대부분의 선수들이 PGA투어에서 함께 라운드를 하는 동료들이다. 반면 인터내셔널팀은 선수들의 국적이 다르고 언어 소통 또한 쉽지않다. 올해의 경우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5명, 남아공 3명, 아시아에서 4명이 출전한다. 소속된 투어도 다르다. 인터내셔널팀의 브랜든 그레이스, 통차이 자이디, 아니르반 라히리 3명은 유러피언투어에서 주로 활동하는 선수다. 게다가 미국팀은 2년에 한 번씩 유럽팀과 라이더컵 팀 매치를 가지기 때문에 팀워크가 뛰어날 수밖에 없다.

올해는 미국 외에서 개최하고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개최하는 대회라는 점이 변수다. 미국이나 영어권에서 열리던 대회와는 다를 수 있다. 한국의 가을 하늘이 아름답지만 미국 선수들에겐 다소 쌀쌀하게 느겨질 수도 있다. 한국팬의 열광적인 응원이 더해진다면 분위기는 달리 전개될 수 있다. 특히 인터내셔널팀에서 배상문은 물론, 뉴질랜드 국적의 대니 리는 갤러리의 전폭적인 응원을 받을 수 있다. 통차이 자이디는 지난 2000년 한국오픈과 2009년 발렌타인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바 있어 한국에서의 경기가 익숙하다.

물론 표면적인 양팀의 전적을 보면 차이가 많이 난다. 미국팀은 세계 랭킹 1위 조던 스피스를 비롯해 25위까지 포진해 있다. 반면 인터내셔널팀은 55위까지 출전한다. 하지만 팀 매치는 상대적인 게임이다. 지난 솔하임컵에서도 6대 10으로 밀리던 미국팀이 마지막날 싱글 매치에서 맹활약하며 14.5대 13.5점으로 대역전극을 펼쳤다.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는 인터내셔널팀에 약간 더 유리해진 방식으로 게임수가 결정된다. 이전까지 4일간 34경기를 치렀으나 올해는 1, 2라운드에서 한 게임씩 줄었고 3라운드에서는 포섬, 포볼 경기에서 한 게임씩 줄어 총 30경기를 치른다. 컨디션이 더 좋은 선수끼리의 매칭이 중요해졌다. 물론 그만큼 단장의 용병술과 전략의 여지가 더 넓어진 건 사실이다.

인터내셔널팀 부단장 최경주는 2일 입국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게임수가 30경기로 적어졌다. 상위 8명은 대등하니 우리에게 더 유리해졌다. 경기력 면에선 큰 차이가 없을 듯하다. 중요한 건 팬들의 성원이다. 2002년 월드컵 때도 선수들의 실력 못지않게 팬들의 응원이 열광적이었다. 그 에너지가 선수들에게 전달돼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거다. 이번에도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준다면 이길 가능성이 크다.”

2002년 한일월드컵의 초인적이던 응원 열기가 재연될 수 있을까? 골프의 특성상 상대방을 배척하거나 자극하는 응원이 나올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인터내셔널팀의 멋진 경기에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가 선수들에게 좋은 자극이 될 것임에는 틀림없다.

외형적으로 보이는 전적이 전부가 아니다. 이미 호주와 남아공에서 인터내셔널팀은 미국팀과 동등하거나 뛰어넘을 수 있음을 보였다. 당시의 전적 역시 불리했다. 올해 역시 그런 드라마틱한 결과를 기대해보자. 상대방의 훌륭한 경기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면서도,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와 팀의 버디와 이글에는 열광적으로 갈채를 보내는 열정의 갤러리 응원 문화가 관전 포인트다. [헤럴드스포츠=남화영 기자]

(표) 역대 프레지던츠컵 전적
연도 대회장 전적(우승팀)
2013 미국 뮤어필드빌리지 18½(미국)-15½
2011 호주 로열멜버른 19(미국)-15
2009 미국 하딩파크 19(미국)½-14½
2007 캐나다 로열몬트리올 19½(미국)-14½
2005 미국 로버트트렌트존스 18½(미국)-15½
2003 남아공 팬코트 17-17(무승부)
2000 미국 로버트트렌트존스 21½(미국)-10½
1998 호주 로열멜버른 20½(인터내셔널)-11½
1996 미국 로버트트렌트존스 16½(미국)-15½
1994 미국 로버트트렌트존스 20(미국)-12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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