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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택 관전평] 빨라진 동부, ‘동부산성 리턴즈’는 시즌2가 진짜다
17일 경기 결과: 원주 동부(2승 1패) 85-69 창원 LG(1승 2패)

새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말 많고 탈 많은 요즘 농구계지만, 농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저 바람이 있다면 프로농구가 계속해서 농구팬 여러분께 사랑받는 리그가 되길 바랄 뿐입니다. 올시즌에는 <스포티비>를 통해서도 시청자 분들을 찾아뵙게 되었는데요. 저도 마이크를 통해 쉽고 재미있는 해설 들려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실 오랜만에 잡는 마이크다보니 말도 자꾸 꼬이고, 진땀나는 순간도 많은데요. 곧 입이 풀릴 겁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복잡한 해설보다는 단순하고, 편하게 농구를 즐기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아, 물론 [김유택 관전평]도 계속됩니다. 개인적으로 농구팬 여러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늘었다는 건 굉장히 기쁜 일입니다. 올시즌 말이든 글이든 부지런히 생생한 농구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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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래도 없고, 태종이도 없고' 올시즌 김진 감독의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하다.

‘아, 옛날이여’ 지난 시즌이 그리울 LG

지난 두 시즌 동안 LG는 리그를 호령하는 강팀 중 하나였습니다. 2013-14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 시즌에는 비록 플레이오프 4강에서 탈락하긴 했지만 제퍼슨이 퇴출된 상황에서도 모비스와 최종전까지 가는 투혼을 보여 준 LG입니다. 김시래-김종규가 이끄는 빠른 속공은 LG의 트레이드마크였고 ‘태종대왕’ 문태종의 활약까지, “LG 농구 재미있다”는 말은 괜한 말이 아니었습니다.

올해는 다 떠났습니다. 김시래가 상무에 입대했고, 문태종은 오리온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시즌 개막 전 “LG가 올해 고전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유입니다. 홀로 남은 김종규마저 대표팀에 차출된 상황에서 김진 감독의 머릿속은 꽤나 무거울 듯합니다. 이날 경기만 봐도 올시즌 LG 앞에 산적한 과제는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한 마디로 정의하면, LG 위기의 핵심은 위에서 언급한 “재미있는 농구”가 사라진 데 있습니다. 이날 LG가 기록한 속공은 경기를 통틀어 고작 한 개였습니다. 일단 리바운드가 전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속공의 출발부터가 이뤄질 수 없었죠. 김종규가 없는 동안 골밑을 지켜야할 길렌워터는 자꾸 밖으로 도는 모습이었습니다. 오죽하면 김진 감독이 추격의 고삐를 죄어야 할 4쿼터 중반, 맷 볼딘을 포인트가드로 세우고 지역방어를 꺼내들었을까요.

속공의 전개 과정 또한 좋지 않았습니다. 과거 LG의 속공 장면을 돌이켜보면, 리바운드를 잡은 후 가드, 센터 너나할 것 없이 득점을 향해 돌진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상대가 수비 진영을 갖추기 전에 아웃넘버 상황을 만드는 것이 속공의 핵심인데, 그 어떤 팀보다 이를 잘 구현했던 게 LG입니다. 하지만 이날은 안정환의 깜짝 활약이 빛났을 뿐, LG 특유의 달리는 농구는 없었습니다. ‘대한민국 206cm 중 가장 빠른’ 김종규의 주력이 그리운 날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김종규가 돌아온 이후의 LG는 어떨까요. 확실히 길렌워터의 숨통은 트일 것으로 보입니다. 1대1 능력만큼은 확실한 선수인만큼 김종규가 골밑에서 중심을 잡아주면 분명 시너지 효과가 예상됩니다. 골밑이 살아나면 외곽에서의 찬스 역시 지금보다는 많아질 테죠.

문제는 쉽게 활로가 보이지 않는 앞선입니다. 김진 감독도 아마 이 부분을 가장 걱정하고 있을 텐데요. 정성수와 양우섭의 분전도 기대해봄직하나 가드가 하루아침에 게임 운영에 눈을 뜨기는 어려운 만큼, 약속된 플레이 등 조직력을 다듬어 커버하는 것이 전력 누수를 최소화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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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두경민(왼쪽)이 17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창원 LG전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KBL

빨라진 동부, ‘동부산성 리턴즈’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반면 이날 완승을 거둔 동부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전력을 과시하며 원주종합체육관을 찾은 홈팬들을 기쁘게 했습니다. 뚜껑을 열어 확인한 올시즌 동부는 작년보다 훨씬 빨라졌습니다. ‘빠른 동부’의 선봉에는 역시 젊은 가드 두경민-허웅 콤비가 버티고 서 있죠. 동부라는 팀에서 젊은 선수들의 성장은 반드시 필요한 과제이자, 반가운 일입니다.

특히 두경민은 비시즌을 어떻게 보냈는지, 지난 시즌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플레이가 성숙해졌더군요. 득점도 득점이지만, 이날은 특히 포인트가드로서 ‘야전사령관’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데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원래 득점력은 있는 선수였지만, 지난 시즌까지는 그 득점이 팀에 큰 보탬은 안될 때도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날 두경민은 동료들의 플레이에도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필요한 순간 득점포를 가동하는 ‘영양가 만점’의 활약을 보여줬습니다. 앞으로의 활약도 기대가 되네요.

사이먼을 보내고 데려온 로드 벤슨은 마치 고향에 돌아온 듯 동부의 팀 컬러에 완벽히 녹아든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사이먼도 좋은 선수였지만, 오히려 수비적인 측면에서는 벤슨의 활용도가 더욱 크리라 생각됩니다. 벤슨을 너무 잘 아는 베테랑 김주성과의 호흡도 인상적이었는데요. 이날 두 선수는 여러 차례 골밑에서 하이-로우 게임 등 콤비 플레이를 만들어냈습니다.

농구에서 높은데 빠른 팀만큼 무서운 건 없죠. 지난시즌 준우승으로 ‘동부산성 리턴즈’를 마무리한 듯 싶었던 동부는 또 한번의 진화로 시즌2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산성’과 ‘스피드’의 이질적인 만남이 만들어낼 시너지, 올시즌 프로농구의 흥미로운 관전포인트 중 하나가 되겠네요. [전 중앙대 감독] (정리=나혜인 기자 @nahyein8)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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