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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timeover의 편파야구, 거침없는 다이노스] ‘마당쇠들’에게 격려와 박수를
12일 경기결과: SK 와이번즈 2-5 NC 다이노스

‘선발야구.’ 지난 2년간 공룡군단의 중심을 지켜준 핵심 키워드다. 신생팀 혜택으로 외국인 투수를 3명이나 기용할 수 있었고, 2012년 퓨처스 리그를 평정했던 이재학이 뒤를 받쳤다. NC가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선발야구’가 잘 이뤄지면 경기 주도권을 잡기 쉽다. 상대의 공격을 원천 봉쇄한다는 것은 야수들이 타격에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 허나 투수의 어깨는 소모품이다. 한 경기를 홀로 책임지기 어렵다. 그래서 선발투수의 뒤를 잇는 불펜투수가 존재한다. 이들도 선발투수만큼 막중한 임무를 맡는다. 책임지는 이닝은 적지만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공 하나하나에 걸린 책임감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선발투수와 불펜투수는 똑같은 포지션이지만 처지는 하늘과 땅 차이다. 선발투수는 ‘양반’처럼 대우받는다. 등판을 위해 4~5일의 준비기간이 주어지고, 항상 주자 없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다. 자신이 초반에 무너져도 타자들이 경기 후반에 동점을 만들면 ‘패’라는 짐이 사라진다. 몇 점을 내주더라도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5이닝을 막으면 승리투수 자격이 주어진다. 퀄리티 스타트,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 도미넌트 스타트 등 평가요소도 많다.

반면 불펜투수는 ‘마당쇠’처럼 고달프다. 언제 등판할지 몰라 항상 긴장해야한다. 몸만 풀다가 경기를 마칠 수 있고, 어깨에 피로감을 안은 채 연일 등판할 수도 있다. 그들이 마운드에 오르는 상황은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순간이거나, 큰 점수 차가 난 뒤 남은 이닝을 처리해야만 하는 순간이다. 둘 다 기분 좋게 마운드에 오르긴 어렵다. 불펜투수의 평가요소인 홀드와 세이브는 충족요건이 복잡해 아무런 결과물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고생이란 고생은 다하지만 정작 노고는 잘 인정받지 못하는 ‘마당쇠들’이다.

3년 만에 완성된 NC표 ‘마당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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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민이 없었더라면 2013년 NC는 더 많은 역전패 악몽에 시달려야 했을 것이다. [출처=NC다이노스 공식홈페이지]


2013년은 공룡군단의 토대를 닦는 시기였다. 퓨처스 리그에 비해 한 단계 높은 상대에게 적응하고, 선수들을 자기 능력에 맞는 포지션에 배치하는 작업에 주력했다. 선발진은 외인 3인방과 이재학으로 중심을 잡았고, 야수는 베테랑 이호준을 필두로 나성범-모창민-김종호가 1군 무대에 연착륙했다. 문제는 불펜이었다. 당초 짜놨던 계획이 완전히 틀어졌다. 특별 지명한 고창성-이승호가 기대에 못 미쳤고 신인 이성민-노성호도 1군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반기 불펜성적은 평균자책점 5.56 4승 19패로 리그에서 제일 안 좋았다. 7회 리드시 승률도 43승 9패 2무 .827로 시즌 최하위를 기록했다.

물론 희망은 있었다. 임창민이 불펜에서 전천후 활약을 펼쳐줬고, 2012년 퓨처스리그 세이브왕 김진성도 후반기 들어 제 구위를 찾았다. 6월부터 1군 무대에 등판한 손정욱과 손민한도 수준급 피칭을 선보였다. 그 결과 전반기 9위였던 불펜진이 후반기엔 리그 2위로 변신했다(평균자책점 3.63 9승 8패 8홀드 13세이브). 충분히 다음 시즌을 기대할만 했다.

2014년은 선발과 불펜이 조화를 이루기 시작했다. 손민한과 임창민은 전처럼 좋은 활약을 보여줬고 혜성처럼 나타난 원종현이 필승조를 맡았다. 김진성이 25세이브(리그 4위)를 거두며 1군에서도 손꼽히는 마무리 투수로 진화했다. 여기에 이종욱-손시헌-테임즈의 영입으로 묵직해진 타선과 함께 창단 첫 가을이야기를 썼다.

흔들리는 마운드를 온몸으로 떠받친 ‘마당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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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불패'최금강은 또 다른 육성선수 신화를 썼다. [출처=NC다이노스 공식홈페이지]


많은 전문가들은 2015년을 맞이하는 NC를 비관적으로 바라봤다. 휴식일 제도와 신생팀 특혜가 사라졌기 때문에 선수층이 얇은 NC가 144경기를 버텨내기 어려울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특히 불펜의 공백이 컸다. 게다가 원종현이 갑작스런 대장암 판정으로 전력에서 이탈하고, 임창민은 스프링캠프에서 독감에 걸려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필승조로 활약하던 손민한도 선발로 보직을 옮겼다.

마당쇠들의 부담은 시즌 개막 후 더욱 커졌다. 2년 연속 10승씩 올린 찰리와 이재학이 동반부진에 빠져버렸다. 손민한도 엄격한 투구 수 제한으로 인해 오랜 이닝을 던지진 못했다. 선발진의 부진은 불펜진의 부담으로 바뀌었다.

난세영웅(亂世英雄)이었다. 어지러운 상황에 영웅이 나왔다. 새로운 얼굴이 팀을 구했다. 그 주인공은 최금강과 임정호. 김경문 감독은 시즌 개막과 동시에 두 선수들을 적극 기용했다. 아무 이유 없이 이들을 믿은 건 아니다. 스프링 캠프에서 저녁 휴식시간까지 반납한 채 자율적으로 훈련에 매진하던 두 선수의 노력을 봤기 때문이다.

두 선수는 믿음에 보답했다. 최금강은 팀 내 불펜 투수 중 가장 많은 경기(72경기)와 이닝(86⅓이닝)을 소화했다. 원종현의 빈자리를 120% 메웠다. 임정호도 좌완스페셜리스트로 활약하며 불펜진 구성을 다채롭게 했다. 손정욱, 이혜천, 노성호 등 다른 주전급 좌완투수들이 이번시즌 내내 부진을 겪었기에 임정호의 등장은 더욱 반가웠다.

임창민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4월 26일, 김진성이 장딴지 부상을 입으며 마무리 자리에 공백이 생겼다. 그 자리엔 임창민이 ‘땜빵’으로 들어갔다. 땜빵이 반란을 일으켰다. 뒤늦게 마무리 역할을 맡았음에도 벌써 지난해 김진성이 올린 세이브 개수를 넘겼다. 심지어 임창용(삼성), 윤석민(KIA)을 제치고 세이브 리그 1위(29개)에 올랐다. 특히 터프세이브(동점 또는 역전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등판 한 뒤 올린 세이브)를 5개나 수확하며 이 부문에서도 정상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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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호가 없었다면, 우린 뜻밖의 '좌완공룡 멸종' 현상을 봤을 것이다.[출처=NC다이노스 공식홈페이지]


이들의 진가는 기록으로도 나타난다. 7회 리드 시 65승 2패로 승률 0.970을 기록했다. 철벽불펜으로 유명한 삼성을 뛰어넘었다(62승 3패 .954 리그 2위). 전반기 불펜진 성적도 평균자책점 4.24 14승 11패 35홀드 19세이브로 이 부문 2위에 올랐다.

마당쇠들의 헌신은 양반들의 부활을 낳았다. 찰리의 빈자리를 메운 스튜어트는 해커와 함께 최고의 원투펀치를 이루고 있다. 이재학도 제구력을 되찾으며 10승에 도전하고 있고, 이태양도 역대 최고 시즌을 보내고 있다.

한계와 맞서고 있는 ‘마당쇠들’

양반들은 살아났지만 마당쇠들이 힘을 잃었다. 부진한 선발투수들의 이닝을 떠안았던 불펜투수들의 체력이 고갈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풀타임 시즌을 처음 치르는 최금강과 임정호는 체력저하가 눈에 띈다(사실 한화의 권혁과 박정진이 아니었다면 올 시즌 혹사논란의 주인공은 최금강이었을 것이다). 풀타임 첫 시즌에 계투로만 80이닝을 넘게 던졌다. 연투도 많았다(2연투 15회, 3연투 2회). 임정호는 올 시즌 내내 좌완스페셜리스트 역할을 거의 혼자 맡으며 육체적, 신체적 피로도가 많이 쌓였다. 임창민과 김진성도 9월을 기점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이번주 초반 3경기에선 불펜진의 한계가 엿보였다. 9일 KIA전 6회초에서 최금강이 6회 시작과 동시에 마운드에 올랐다. 1점차를 지키기 위해 김경문 감독이 필승조 카드를 빨리 꺼내든 것. 하지만 계산이 빗나갔다. 최금강이 공 6개만에 이범호-김민우에게 백투백 홈런을 맞아버리며 순식간에 승부가 뒤집혔다. 이어 나온 김진성도 2안타와 1볼넷으로 한 점을 더 내줬다. 10일 넥센전에선 4-3으로 뒤진 7회초 2사 1루에서 임정호가 교체투입 됐다. 임정호는 1루주자에게 도루를 허용하고 대타 박헌도에게 1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7회말에 1점을 쫓아간 뒤 그대로 경기가 종료됐다. 두 경기 모두 역전패에 대한 분노보다는 힘 빠진 불펜에 대한 안쓰러움이 진하게 느껴졌던 경기였다.

마당쇠들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자기 역할을 다했다. 11일 넥센 전. 3-2로 앞선 6회초 시작과 함께 최금강이 등판했다. 2아웃은 잡았지만 4사구 3개로 만루위기를 자초했다. 허나 이번은 달랐다. 김하성을 2구만에 중견수 뜬공으로 막아냈다. 7회초도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처리했다. 8회초 시작과 동시에 연속안타로 무사 1,3루 위기를 맞았다. 임창민이 지원사격에 나섰다. 첫 타자 유한준에게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며 1점을 내줬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더 이상의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최금강은 18일 만에 홀드를, 임창민은 12일 만에 세이브라는 결과물을 수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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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성은 12일 경기에서 오랜만의 '원조마무리'의 면모를 보여줬다. [출처=NC다이노스 공식홈페이지]


12일 경기도 두 마당쇠가 힘을 합쳐 승리를 지켰다. 5-1로 앞선 8회초 무사 1,3루 위기에서 임정호가 나섰다. 목표는 가을이 될수록 강해지는 박정권. 어려운 상대였지만 풀카운트 승부끝에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다음 바통은 김진성. 이재원을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브라운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무사 1,3루 위기를 최소한의 실점으로 잘 막아냈다. 김진성은 9회를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오랜만에 경기를 매조지었다. 임정호는 11일 만에 홀드를, 김진성은 19일 만에 세이브를 따냈다.

요즘 야구중계는 경기 후 수훈선수 인터뷰까지 진행한다. 대개 승리를 따낸 선발투수나, 결승타를 친 야수에게 마이크가 돌아간다. 경기 중간에 잠깐 나왔다가 들어가는, 혹은 경기를 매조짓는 불펜진이 마이크를 잡는 경우는 드물다. 경기 중에도, 경기 후에도 결국 ‘마당쇠’처럼 스포트라이트 밖에 있어야한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지 못할지언정, 우리 공룡가족들만은 알아줬으면 싶다. 올 시즌 너무나 고생하고 있는 우리 마당쇠들을. 자신의 한계와 싸우고 있는 마당쇠들을. 남은 경기만이라도 그들이 마운드를 오를 때 더욱 큰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었으면 한다.

*Notimeover: 야구를 인생의 지표로 삼으며 전국을 제집처럼 돌아다는 혈기왕성한 야구쟁이. 사연 많은 선수들이 그려내는 패기 넘치는 야구에 반해 갈매기 생활을 청산하고 공룡군단에 몸과 마음을 옮겼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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