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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정힐스에서 만난 사람] 여교수의 특별한 외출 - 정일미 호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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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사람'인 정일미 호서대 교수가 12일 코오롱 한국오픈이 열리는 우정힐스CC를 찾아 포즈를 취했다. <천안=원동민 기자>


12일 코오롱 제58회 한국오픈 3라운드가 열린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CC에 골프인들이라면 누구나 반가워할 사람이 나타났다. 바로 호서대 스포츠과학부의 골프전공 교수로 있는 정일미(43) 프로. 웃음 가득한 특유의 표정은 여전하다. 그래서인지 여기저기 반가운 인사를 받느라 바쁘다. 예전에 ‘스마일 퀸’이었다면 이제는 ‘스마일 교수’쯤 되겠다.

“강단에 선 지 3년을 채워 가지만 아직도 교수나 선생님보다는 프로라는 호칭이 익숙해요. 어제까지 강의 때문에 바빴지만 학교가 있는 천안에서 열리는 가장 큰 골프대회는 한 번쯤 들여다봐야 하지 않겠어요.”

생글생글. 접대성 멘트도 이렇게 하니 그 재치에 즐겁다. 여교수가 모처럼 외출한 진짜 이유는 절친인 코오롱인터스트리의 김윤경 부장 때문. 함께 선수생활을 했고, 이제는 코오롱의 직원으로 골프대회 현장을 누비고 있는 김 부장이 ‘교수 친구’에게 점심이나 하자고 요청한 것이다. 정일미 교수가 갑작스레 인터뷰와 사진 촬영을 하게 되자 김 부장은 코오롱의 의류 브랜드인 왁(WAAC)의 모자를 가져다 주고, 입술 루즈를 고쳐주는 등 즉석에서 코디를 맡았다.

“윤경이와는 너무 친하죠. 미국생활을 오래했는데 커리어 우먼으로, 브랜딩 전문가로 이렇게 왕성하게 활동하고 사는 게 참 보기 좋아요.”

“저는 교수가 돼 후배들을 가르치는 (정)일미가 더 부러운데요.”(김윤경 부장)

수다는 생략. 본격적으로 여교수의 삶을 들어봤다. 사실 정일미 교수는 가르치는 일 외에 직업이 2개 더 있다. KLPGA 시니어투어를 누비는 프로, 그리고 두 번째 학기를 시작한 박사과정 대학원생까지. 그러니 정말 바쁘다.

먼저 6학기째로 접어든 교수 일. 1학기에는 주당 19시간을 맡았고, 2학기 대학원 수업을 뺐지만 그래도 15시간이다. 여기에 학사행정과 학생들의 진로 및 취업 상담까지 할 일이 많다. 처음에는 몰라서 물어보며 하느라 바빴는데, 조금씩 알아가니 더 할 일이 많아졌다.

“제가 부임하기 전에 실기 교육이 좀 부실했어요. 투어 프로가 아니더라도 골프를 전공했다고 하면 80대 타수는 쳐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실기수업은 비교적 엄하게 가르칩니다. 이와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실함입니다. 저도 선수를 하는 15년간은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10시까지는 무조건 연습했어요. 성실함 그 자체였죠. 두 번째는 인성과 지식이에요. 골프도 머리가 좋아야 잘 치고, 인성이 좋아야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있죠. 그래서 학생들에게 독서를 강조합니다. 저한테 제출하는 리포트와 보고서는 컨트롤C로 긁어서 만들었다가는 혼쭐납니다.”

이렇게 말하는 교수님이니 자신의 공부에 대한 부담감은 크다. 박사과정 2학기로 주당 9시간의 수업을 이수해야 한다. 실기교수를 하면서 석사를 마쳤고, 바로 박사과정을 시작했다.

“솔직히 힘들어요. 석사 논문도 참 힘들었어요. 하지만 하면 할수록 제가 사랑하는 골프를 학문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일이 즐거워요. 노인골프, 여자골프 등 제가 접하는 모든 것이 연구대상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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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박사과정 대학원생, 그리고 시니어투어 프로까지. 3가지 일로 선수 때보다 더 바쁘게 사는 정일미는 예전보다 더 골프에 빠져있는 듯 보였다. <천안=원동민 기자>


가르치고 배우느라 바쁠 텐데 결정적으로 여교수는 선수생활도 병행한다. 지난해 시니어투어 루키로 1승과 함께 상금랭킹 3위에 올랐고, 올시즌도 1승을 올리며 상금랭킹 2위에 올라 있다. 그리고 나아가 내년에는 시니어투어 우승자 자격으로 1부 투어인 KLPGA투어에도 한 번 나가볼 생각이다.

“예전에는 골프 때문에 많은 걸 누렸고, 또 많이 울기도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정말 골프가 즐거워요. 고질적인 등 통증이 있지만 대회에 출전하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에요. 어떤 투어가 됐건 능력이 되면 계속 ‘선수’ 생활을 할 겁니다. 나름 연습도 열심히 합니다.”

KLPGA 투어 통산 8승을 거두며 국내 1인자로 우뚝 서고, 2004년 33살의 늦은 나이에 미LPGA에 도전해 영광과 좌절을 맛본 정일미 교수. 30년 동안 골프와 연애를 하느라 정작 자신은 미혼이다. 지금도 시간을 쪼개 쓸 정도로 3가지 일에 바쁘다. 따지고 보면 모두 골프라는 공통분모에서 나온 한 가지 일이지만. [우정힐스CC(천안)=유병철 기자 @ilnamhan]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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