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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정힐스에 만난 사람] '新星에서 信聖으로' 김민휘의 1차 PGA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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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미국물 좀 먹었어요^^' 제58회 코오롱 한국오픈을 통해 2년 만에 국내팬들에게 모습을 보인 김민휘가 우정힐스에서 포즈를 취했다. 천안=채승훈 기자


2010년 안양 신성고 3학년으로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2관왕(남자 개인, 단체)에 오를 때 그는 그야말로 ‘신성(新星)’이었다. 당연히 다음해 KPGA에서 루키 돌풍을 일으키지 않을까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아시안게임 후 열린 시드전에서 간발의 차로 탈락하고 말았다. 30도가 넘는 무더위에서 플레이를 하다가, 갑자기 영하의 기온에 클럽을 잡았으니 운이 없었다고 할 게다.

하지만 원체 기량이 좋았던 까닭에 프로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시간문제였을 뿐이다. 2011년 원아시아투어에서 뛰었고, 여기 상금랭킹으로 2012년 KPGA에 입성해 신한동해오픈에서 우승하는 등 최고 신인(명출상)으로 등극했다(당시 상금 6위). 김민휘(23)의 이름은 이렇게 두 번째로 크게 알려졌다.

그런데 이 젊은 친구의 시선이 원래 높았다. '한국 최고를 거쳐, 일본을 찍고 미국으로 가야 한다.' 이런 조언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마추어 시절 일본 대회에 몇 차례 출전했는데 이상하게 저랑은 안 맞더라고요. 골프를 하면서 목표는 늘 미국이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미국으로 갔죠.”

2012년은 미PGA Q스쿨이 마지막으로 열린 해다. 이후로는 2부투어(웹닷컴투어)를 거쳐야만 PGA시드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이 마지막 Q스쿨에서 김민휘는 한때 단독선두에 나서 화제를 모았지만 역시 간발의 차로 떨어졌다.

차선책인 2부 투어를 택했다. 2013년 1년 동안 영어도 안 되고, 음식도 안 맞고, 모든 것이 생경한 미국땅 곳곳을 누볐다. 2부 투어가 1부 투어인 PGA투어와 달리 한적한 시골 동네에서 주로 열리는 까닭에 미국사람도 잘 가지 않는 곳까지 구경 참 많이 했다. 그나마 부친 김일양 씨가 함께 했기에 큰 힘이 됐다. 나름 열심히 한 까닭에 웹닷컴 파이널 대회를 앞두고 상금랭킹이 28위. 한 번만 선전하면 25위 안에 들어 PGA무대를 밟을 기회를 잡았다. 그런데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신한동해오픈에 출전하면서 ‘기회’가 날아갔다.

2014년. 한 번 더 1부 투어의 '꿈', 아니 '한(恨)'을 가슴에 묻은 채 한번 더 2부 투어를 돌았다. “솔직히 2013년 말에서 2014년으로 넘어오는 시기는 많이 힘들었어요. 같은 일을 1년을 더해야 하니 말이죠. 하지만 어차피 이렇게 된 것 강철을 단련하는 시기를 늘리자고 결심했죠. 의도적으로 외국선수들과 친하게 지내며 영어를 배웠고, 모든 것을 제쳐놓고 골프만 생각했어요.” 이 정도 멘탈이면 안 될 것도 될 성싶다. 2014년 김민휘는 상금 16위에 오르며 드디어 PGA 시드를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영어 등 미국 문화에 완벽하게 적응한 것도 큰 수확이었다.

2015년 1차 목표인 미PGA 입성은 이뤘지만, 이 곳은 모두에게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아니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까닭에 조금만 방심하면 다음 해 시드가 날아가는 살얼음판이었다. 같은 미국이지만 역시 모든 게 처음인 1부 투어에서 악착같이 버텼다. 다시 2부 투어로 내려가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었고, KPGA 시드도 이미 소멸됐기 때문이었다.

“PGA투어는 정규시즌 상금랭킹이나 페덱스컵 랭킹 125위 안에 들면 이듬 해 투어카드를 줍니다. 저는 올시즌 상금랭킹 122위(75만 5998달러)로 내년 시드를 확보했죠. 내년에는 보다 많은 대회에 나갈 수 있고, 한 번씩 경험한 코스들이라 올해보다는 훨씬 좋을 성적을 낼 겁니다.”

따지고 보면 그렇다. 김민휘보다 1살 어린 조던 스피스도 2014년 루키 시즌에는 우승이 없었고, 2년차인 올해 역대급 활약을 펼친 것이다. 내기를 한다면 김민휘의 2016년이 2015년 보다 낫다는 것에 걸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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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016 미PGA 시드를 확보한 김민휘(왼쪽)와 부친 김일양 씨. 부자는 세 시즌 동안 미국 방방곡곡을 돌며 꿈의 무대인 PGA 적응을 마쳤다. 천안=채승훈 기자


10일 시작된 제58회 코오롱 한국오픈 출전은 김민휘가 2년 만에 출전한 국내 대회다. 그동안 미국 골프와 처절하게 씨름을 하다 보니 국내팬들에게 인사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KPGA투어가 침체돼 좀 안타까워요. 대회가 많아야 좋은 선수들이 나올 수 있잖아요. 한국은 여자골프 인기가 워낙 높지만 미국은 웹닷컴투어도 매번 중계될 정도로 남자선수들의 위상이 높아요. 지금은 한국보다 미국에서 더 알려진 것 같아요(웃음). 기대해 주세요. 조만간 좋은 소식 들려드리겠습니다.”

한국오픈은 14살 때부터 출전하던 대회. 모처럼 우정힐스 잔디를 밟은 김민휘는 10일 첫날 1언더파, 공동 17위로 무난한 스타트를 끊었다. ‘PGA투어 카드 유지’로 마음이 가벼워진 까닭에 10월까지 한국에서 3개 대회를 뛰며 한국 우승컵에 도전할 계획이다. 이어 미국으로 건너가 2015~2016시즌을 시작하고, 11월에는 병역면제 혜택(아시안게임 우승)에 따른 4주 간의 군사훈련을 받기 위해 다시 한국에 온다. 올해가 가기 전에 한방을 터트리지 않을까 기대된다.

알고보니 김민휘를 비롯해, 김경태 김비오 등 다수의 스타 플레이어를 배출한 '골프명문' 안양 신성고는 예전 한자표기가 信聖이었다고 한다. 살짝 의역하면 ‘믿음이 가는 거물(위인)’쯤 된다. 여기에 빗대자면 3년 전 '新星'이었던 김민휘가 이제 본격적으로 '信聖'으로 발돋움하려고 각오를 다지고 있는 것이다. [우정힐스CC(천안)=유병철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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