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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정힐스에서 만난 사람]김경태 재기 도운 모중경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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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태와 챔피언조로 격돌한다면 정정당당하게 승부하겠다는 모중경 프로. <채승훈기자>


내셔널타이틀인 제58회 코오롱 한국오픈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대회장인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 컨트리클럽. 연습라운드를 마친 모중경(44)이 클럽하우스로 들어오자 반가운 이가 그를 맞았다. 지난 주 일본남자프로골프(JGTO)투어 후지산케이클래식에서 우승한 후배 김경태(29 신한금융그룹)였다.

김경태는 친근한 눈빛으로 선배를 바라봤다. 수줍은 성격의 김경태로선 쉽게 보기 어려운 살가운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모중경은 김경태를 슬럼프의 수렁에서 건져준 은인이다. 김경태는 드라이버샷 거리를 늘리려다 스윙이 망가져 지난 2년간 심하게 고생했다. 해결책을 찾지 못해 힘든 시간을 보내던 김경태는 지난 1월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지산연습장을 찾아가 “스윙을 봐 달라”고 부탁했다. 두 사람은 2008년 아시안투어를 함께 다니면서 친분을 쌓은 선후배 사이다.

모중경은 흔쾌히 후배의 부탁을 받아 들였다. 그리고 힘을 합쳤다. 남의 스윙을 교정해 준 것은 머리 털 나고 처음이었다. 바뀐 스윙이 몸에 익숙해 질 때까지 3~4개월이 걸렸다. 방향성이 잡혔고 드라이버 거리도 10~15야드 늘었다. 거리가 는 이유는 일관성있게 볼이 스위트 스팟에 맞았기 때문.

아이언샷이 좋은 김경태로선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한 클럽 내지 한 클럽 반을 짧게 잡을 경우 버디 기회는 많아질 수 밖에 없었다. 결과는 성적으로 나타났다. 2013년과 2014년, 두 시즌을 우승없이 보낸 김경태는 올시즌 벌써 3승을 거뒀다. 싱아 타일랜드오픈과 뮤지 플래티넘 오픈, 그리고 후지산케이클래식에서 정상에 오르며 시즌상금 7996만엔(약 9억 5744만원)으로 JGTO 상금랭킹 선두를 달리고 있다.

모중경은 “경태가 한국오픈 기자회견을 하면서 내게 고맙다는 얘기를 한 기사를 봤다.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모중경은 후배 사랑이 남다른 것 같다. 자신의 스윙 노하우를 영업 비밀로 여기던 과거 선배들과 달리 모중경은 “남 한테 내 노하우를 가르쳐 준다고 잘 친다는 보장은 없다. 영업 비밀 무덤에 갖고 들어간 들 누가 알아주나. 내 경험을 후배에게 주고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의미있는 일 아닌가”라고 쿨하게 말했다.

모중경은 해외파다. 고1 때 부친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가족과 함께 로스엔젤레스로 이민을 떠났다. 네바다대 골프팀에서 활약한 모중경은 95년 프로전향후 20년째 아시안투어와 코리안투어에서 활동중이다. 96년 괌오픈에서 프로데뷔 첫 우승을 거두며 KPGA 정회원 자격을 취득한 모중경은 비슷한 시기에 아시안투어에 데뷔한 통차이 자이디(태국), 지브 밀카 싱(인도)과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코리안투어에서 4승, 아시안투어에서 2승을 거둔 모중경은 올해로 만 44세다. 본인 스스로 경쟁력이 있을 때까지 선수생활을 하는 게 목표다. 마지막 우승은 2008년 아시안투어에서 거둔 싱아 타일랜드 PGA챔피언십 우승이다. 모중경의 롱런 비결은 꾸준한 자기관리다. 술은 입에 대지 않는다. 그리고 체력훈련을 거르지 않는다. 타고난 유연성도 장점이다. 아직까지 골프를 못 칠 정도의 부상은 당한 적이 없다.

모중경은 10일 개막한 한국오픈에서 김경태와 챔피언조로 우승 경쟁을 한다면 어떨가?에 대한 질문에 “스포츠는 정정당당한 승부일 뿐이다. 나도 경태에게 지기 싫고 경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페어 플레이로 승부할 뿐”이라고 말했다. 모중경과 김경태가 나누는 선후배간의 훈훈한 정(情)이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각박한 세상이다. [천안(충남)=헤럴드스포츠 이강래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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