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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중겸의 MLB 클립] 추신수, 마침내 넘어선 2할 5푼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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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할 5푼 벽을 넘어선 추신수 (사진=OSEN)


개막 후 3주가 지난 시점인 4월 28일(이하 한국시간). 추신수(32)는 .096의 타율로 메이저리그 타격 부문 전체 최하위까지 추락했다. 52타수 5안타의 처참한 성적으로, .096은 추신수가 꾸준히 경기에 나선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월간 타율이었다.

5월 반등에 성공하는 듯 했던 추신수의 기세는 이내 수그러졌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는 이른바 ‘산책’ 수비로 현지 언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전반기 .221의 타율은 본인도, 구단도, 팬들도 받아들이기 힘든 성적이었다.

잠시 야구를 내려놓고 올스타 브레이크를 보낸 추신수는 후반기 반등에 성공하고 있다. 후반기 선발로 나선 38경기 중 37경기에서 출루에 성공하는 등 타율 .319, 출루율 .429를 기록하고 있다. 모두 팀 내 1위 기록으로, .968의 ops 역시 팀 내 1위에 올라있다. 그리고 5일 추신수는 닿을 듯 닿지 않던 2할 5푼의 벽을 마침내 넘어섰다.

추신수는 엔젤 스타디움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의 경기에 2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첫 안타는 두 번째 타석에서 나왔다. 3회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타석에 선 추신수는 상대 선발 개럿 리차즈의 96마일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터뜨렸다. 다음 타석에서 리차즈의 커브를 잘 공략했으나 빅토리노의 호수비에 가로막힌 추신수는 7회 1타점 3루타를 터뜨리며 전 타석의 아쉬움을 곧바로 만회했다. 특히 두 번째 안타는 고트의 97마일 패스트볼을 밀어쳐서 좌중간 담장 근처로 날려 보낸 타구로, 이는 추신수의 컨디션이 최고조에 달해 있을 때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추신수는 9회 마지막 타석에서도 상대 마무리 휴스턴 스트리트를 상대로 우익수 방면 안타를 때려내며 시즌 12번째 3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이로써 추신수는 전날 .248의 타율을 .252로 끌어올렸다. 추신수가 경기 중 2할 5푼을 기록한 적은 있었지만, 경기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2할 5푼 이상의 타율을 기록한 것은 본인의 시즌 세 번째 경기였던 4월 10일 오클랜드 전 이후 약 5달 만에 처음이다. 본인 스스로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타율 2할 5푼을 넘지 못하는 데에 대해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기에 더욱 반가운 일이다. 추신수는 최근 8경기 중 7경기에서 .248 혹은 .249의 타율로 경기를 마무리 한 바 있다.

그렇다면 추신수의 전반기와 후반기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결과부터 짚어보면 인플레이 된 타구의 타율을 지칭하는 BABIP가 전반기 .265에서 후반기 .398로 크게 올랐다. 단순하게 접근하면 전반기에 비해 후반기 들어 운이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그의 통산 BABIP가 .341임을 감안하면 평균에 수렴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뒤따르는 법. 추신수의 후반기 BABIP가 급등하고 있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일단 전반기 19.6%에 그쳤던 라인드라이브 타구 비율이 4일 기준 후반기 22.7%로 3% 이상 늘었다. 그의 통산 라인드라이브 타구 비율이 21.5%임을 감안하면 본 모습 이상의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땅볼과 뜬공에 비해 라인드라이브 타구의 안타 확률이 높은 것은 당연하며, 타구가 강하게 맞아 나간 확률 역시 전반기 31%에서 후반기 36.4%로 높아졌다. 타구의 질 자체가 상당히 좋아진 것이다.

추신수의 타구 질이 좋아진 데에는 다시금 회복한 선구안이 큰 빛을 발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추신수는 정교한 선구안을 바탕으로 상대 투수와의 볼 카운트 싸움을 즐기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좌타자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이 넓게 형성되면서, 추신수 특유의 선구안은 그 빛을 보지 못했었다. 되레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난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면서 볼 카운트 싸움에 피해를 보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올 시즌 전반기엔 본인이 오랜 시간 설정해 놓은 존이 흔들리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 추신수는 전반기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난 공에 스윙을 가져간 비율이 27.9%로 본인의 통산 24%보다 훨씬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112개의 볼넷을 얻어내며 절정의 선구안을 과시했던 2013년의 22.1%에 비하면 무려 6% 가까이 높은 수치였다. 추신수는 본인의 선구안에 대해 대단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선수다. 하지만 전반기의 성적은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이 본인이 고수하던 타석에서의 접근법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는 수치들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이 여파로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과 그에 반응하는 타격 메카닉 그리고 이에 수반되는 흔들리는 타격 밸런스의 악순환이 이어졌다.

결국 후반기의 추신수는 애초에 본인이 고수했던 접근법으로 회귀한 것으로 보인다. 스트라이크 판정에서 다소 불이익을 받더라도 타격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는 볼에 방망이를 내기 보다는 철저히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공을 공략하기로 접근법을 바꾼 것이다.

추신수는 후반기 들어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공에 20.5%의 확률로 방망이를 냈다. 전반기보다 7% 이상 줄어들었다. 당연히 스트라이크에 방망이를 내는 확률이 높아지다 보니 반대로 스윙 스트라이크 비율은 전반기 11.6%에서 7.7%로 낮아졌다. 이에 전반기에 32볼넷-84삼진을 기록했던 추신수는 후반기 23볼넷-39삼진으로, 볼넷-삼진 비율이 대단히 좋아진 상황이다. 제자리로 돌아온 선구안. 정확히 말하면 본인의 스트라이크 존을 고수하기로 한 그의 결정은 후반기 타격 성적이 좋아진 부분을 설명할 수 있는 대목이며, 신시내티 시절과 같은 4할대의 높은 출루율을 기록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252의 타율과 16홈런 61타점. 시즌 19홈런 74타점 페이스로 홈런과 타점 페이스는 결코 나쁘지 않다. 하지만 .252의 타율과 .779의 OPS는 아직 성에 차지 않는다. 그가 올 시즌 수령하게 될 1,400만 달러의 연봉에 대비해도 아직은 부족한 수준이다. 그러나 추신수는 시즌이 막바지로 향해갈수록 더욱 힘을 내는 스타일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9월 세 경기에서 12타수 6안타(.500)를 몰아치고 있다. 또한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의 활약은 시즌 초반 부진을 완벽하게 만회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후반기 질주를 이어가고 있는 추추트레인의 경적음이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더욱 요란하게 울려 퍼지길 기대해 본다.

[헤럴드스포츠 = 김중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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