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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든베이에서 만난 사람] 앨리슨 리의 옛 스승 이성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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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한화금융클래식 2라운드에서 앨리슨 리(오른쪽)와 8년 만에 해후하고 있는 이성구 박사.


4일 한화금융클래식 2라운드가 끝나갈 무렵. 골든베이 골프&리조트(파72)의 18번 홀 그린 옆에서 한 노신사가 앨리슨 리(19 이화현)의 플레이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많은 사연을 담고 있는 분위기였다.

그린을 빠져 나오던 앨리슨 리는 “프로님!” 하며 단번에 노신사를 알아봤다. 이어 앨리슨 리의 어머니 김성신 씨도 다가 오며 “원장님, 여기까지 무슨 일이세요?”라며 반색했다. 노신사도 “앨리슨 엄마, 잘 지냈죠? 앨리슨이 참 잘 컸네요”라며 인사를 나눴다. 프로님? 원장님? 앨리슨 엄마? 무슨 사연일까.

명문 UCLA 재학생으로 수려한 외모와 탄탄한 기량(미LPGA 상금랭킹 21위)을 갖춰 미국에서도 대형 루키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앨리슨 리. 여기에 친할아버지만 아일랜드계이고, 친할머니와 아버지, 어머니까지 모두 한국계인 까닭에 이번 첫 고국대회 출전은 큰 화제를 모았다. 스스로도 트위터에 경복궁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며 ‘뿌리찾기(Reconnecting with my roots)’라고 언급하는 유쾌한 경험이었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까닭에 한국에 특별한 지인이 있을 리 없지만 이 한국의 노신사와는 제법 깊은 인연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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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슨 리가 지난 8월 29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경복궁 기념사진.


노신사는 테니스 선수 출신으로 미국에서 체육학 박사 학위를 받고, 지금은 대전에서 골프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이성구 박사(63)다. 공주고-공주사대를 나와 83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골프를 접했다. 91년 귀국해 대학 강단에 섰지만 2002년 다시 미국으로 가 아예 업을 골프로 바꿨다. 한때 서울 중앙여고 테니스 감독을 할 정도로 테니스계에서는 이름이 난 인물이었는데 이후 USGTF 티칭 프로 자격을 획득하는 등 골프 전문가로 거듭났다. 남가주의 여러 대학에서 골프를 가르쳤고, LA 한인타운에 위치한 아로마골프에서 부원장 겸 헤드 프로를 맡아 사업을 크게 신장시키기도 했다.

바로 이 때 앨리슨 리를 만났다. 10살짜리 한국계 꼬마 숙녀가 아버지한테 골프를 배웠는데 벌써 주니어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두각을 나타낸다는 얘기를 듣고, 아로마 골프의 주니어 프로그램에 합류시켰다. 레슨 및 연습 환경을 제공하고, 골프용품까지 지원했다. 이 박사는 시간이 나는 대로 이 꼬마 숙녀를 찾아가 조언을 하며 2년 넘게 인연을 맺은 것이다. 당시로서는 큰 혜택이었다.

“앨리슨이 몸만 커졌지, 스윙은 어렸을 때 그대로 여전히 부드러워요. 정말 흐뭇하고 대견스럽네요. 못 알아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딱 보고 인사를 하네요. 프로로 이제 시작이니 세계적인 선수로 거듭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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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LA에서 헤드프로와 꼬마숙녀로 인연을 맺은 바 있는 이성구 미국골프연맹 한국지부장과 앨리슨 리(오른쪽).


미국프로골프연맹(US PGF) 한국 지부장을 맡아 티칭 프로를 양성하고 있고, 동시에 공주대와 한밭대의 평생교육원에서 골프를 가르치고 있는 이 박사는 앨리슨 리를 만나기 위해 이날 다른 일정을 취소하고 대전에서 태안으로 왔다. 반가움에 저녁 식사를 하자는 제의를 받았지만 일정상 오는 10월 앨리슨 리의 두 번째 한국방문 때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앨리슨 리는 “어렸을 때 미국에서 연을 맺은 분을 한국 골프대회에서 만났으니 세상 참 좁다. 여러 모로 이번 한화금융클래식 출전은 내 뿌리와 한층 가까워지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피가 그러니 한국적응 속도도 빠른 것일까? 한국의 루키들과 한 조로 플레이한 앨리슨 리는 첫날 공동 50위(2오버파)로 부진했지만 이날 한 타를 줄이며 하루 만에 30계단을 점프하며 공동 20위에 올랐다. [태안=헤럴드스포츠 유병철 기자 @ilnamhan]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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