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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화금융클래식] 외국선수들이 KLPGA투어에 초청료 없이 출전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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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앨리슨 리. <태안=채승훈 기자>


1990년대 중반만 해도 한국의 골프 팬들은 미LPGA에서 뛰는 로라 데이비스, 캐리 웹 같은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며 ‘역시 세계 수준은 다르다’라고 감탄했다. 지금의 여자 테니스에 빗대면 당시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1998년 박세리의 메이저 제패를 시작으로 이제 한국 여자골프는 구기 종목 중 세계 최강을 자부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성장했다. 특히 지난 해 김효주(에비앙마스터스)에 이어 올해 전인지(US오픈)가 시드도 없는 상태에서 미LPGA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거머쥐자 한국여자골프는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앞서 2008년 신지애가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앞으로 이런 일이 더 나올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여기에 세계랭킹 1위도 한국의 박인비가 굳게 지키고 있고, 한국 및 한국계 선수들이 미LPGA 톱랭커로 즐비하니 한국은 여자골프에 관한 한 특별한 나라가 됐다.

그래서 일까? 예전에는 미LPGA투어 멤버는 KLPGA 대회에 출전 차 한국에 올 때 두둑한 초청료를 받곤 했다. 세계 최고 무대에서 뛰는 프레미엄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3일 개막한 국내 최고 상금의 한화금융클래식은 경비(항공료와 숙식비) 외에는 별도의 초청료가 없는데도 11명의 외국투어 선수들이 출전했다. 물론 이 중에는 지은희, 김인경, 제니 신, 오지영, 시드니 마이클스, 하루 노무라 같은 한화 소속(팀 한화) 선수들도 있다. 좀 양보해서 이들이야 그럴 수 있다 쳐도 ‘미LPGA의 떠오르는 스타’ 엘리슨 리(미국)를 비롯해 이일희(볼빅), 사라 제인 스미스(호주), 그리고 일본파인 전미정과 김하늘은 ‘그냥’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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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선수로 미LPGA에 뛰고 있는 사라 제인 스미스. 이번 한화금융클래식에 출전했다. 태안=채승훈 기자


이유는 최근 미LPGA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기 때문이다. 올시즌 김효주, 김세영, 장하나, 백규정이 미국 루키로 나서기 전부터 ‘한국에서 무시무시한 신인들이 몰려온다’는 소문이 났고, 김효주 김세영이 일찌감치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한국 루키 돌풍을 일으켰다. 여기에 초청출전한 전인지가 US오픈 마저 제패했으니 영화제목 같은 ‘한국 투어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 커진 것이다.

실제로 지난 2월 김세영이 하와이에서 열린 롯데 챔피언십에서 박인비를 상대로 영화 같은 역전 우승을 거둘 때 생중계를 하던 미국의 <골프채널> 캐스터는 ‘김세영이 한국의 한화클래식에서도 이렇게 믿기 어려운 샷으로 역전 우승을 한 적이 있다’고 소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국에서 22년 동안 살다온 팀 한화의 김상균 감독(45)은 “한국에서 미LPGA 대회가 열리기도 하지만 한화금융클래식에 대한 외국선수들의 관심이 무척 높다고 들었다. 한화 로고를 단 한국 및 외국선수들이 주변에 돌아 다니고, 워낙에 한국선수들의 성적이 좋다 보니 한국 대회는 어떨까 궁금증이 이는 것이다. 여기에 총상금도 100만 달러(12억 원)나 되니 한화금융클래식이 선호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 성적은 어떨까? 아직 첫날이지만 5언더파 공동선두로 나선 배선우, 김예진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국내파의 성적이 좋았다. 지난주 하이원리조트여자오픈에서 미국파가 선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배선우는 “하이원 코스는 양잔디로 미국과 비슷하지만, 여기(골든베이골프&리조트)는 한국 잔디인 중지로 조성돼 그런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국이 미국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세계가 한국을 따라가는 시대가 조심스럽게 시작된 것이 아닐까? 좀 오버인 것 같아도 기분이 좋다. 미국에 사는 메리에게만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법은 아니니까. [태안=헤럴드스포츠 유병철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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