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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중겸의 MLB클립] 먼 길을 돌아온 마이클 피네다의 데뷔 첫 10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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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첫 10승 달성에 성공한 마이클 피네다 (사진=뉴욕 양키스 트위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마이클 피네다(26)가 2011년 데뷔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수 달성에 성공했다.

피네다는 2일(한국시간) 펜웨이 파크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4피안타 7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 호투로 시즌 10승째를 따냈다. 부상 복귀 후 두 경기 만이자 최근 세 경기 연속 패배에서 탈출한 귀중한 승리다.

피네다는 3회 재키 브래들리 주니어에게 선제 적시타를 허용했으나, 이후 3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그가 호투하는 사이 양키스 타선은 상대 실책으로 맞이한 5회 2사 2,3루 찬스에서 스티븐 드류의 2타점 적시타로 피네다에게 승리투수 요건을 안겨줬다. 피네다가 마운드를 내려간 이후 브렛 가드너의 솔로 홈런을 한 점을 추가한 양키스는, 윌슨-베탄시스-밀러가 나머지 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보스턴에 3-1 승리를 거두고 어제 패배를 설욕했다.

2011년. 시애틀의 최고 투수 유망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 했을 때만 해도, 피네다의 데뷔 첫 10승이 이렇게 늦게 이뤄질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도미니칸 출신으로 2005년 16살의 나이로 시애틀과 국제 계약을 통해 미국 땅을 밟은 피네다는 2010시즌 후 베이스볼 아메리카 평가 팀 내 2위 유망주로 꼽히며 주목을 받았다. 당시 최고 구속 101마일의 강속구와 무시무시한 슬라이더로 무장한 피네다는 마이너리그를 폭격했고, 현지 언론에서는 향후 펠릭스 에르난데스와 강력한 원투펀치를 이룰 것이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데뷔 년도인 2011시즌, 피네다는 전반기에만 8승을 거두며 신인으로서 올스타전에 나섰다. 100마일에 육박하는 강속구와 정교한 제구력까지 겸비한 당시 22살이라는 어린 투수의 등장에 시애틀 팬들은 환호를 보냈다. 하지만 탄탄대로일 것만 같던 피네다의 앞날은 그리 순탄치 못했다.

후반기. 피네다는 1승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본인도 부진했거니와 호투를 펼치는 날엔 팀 타선이 어김없이 침묵을 지켰고, 데뷔 첫 시즌을 9승으로 마무리해야 했다.

그리고 이듬해 1월.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피네다와 헤수스 몬테로가 포함된 양키스와 시애틀의 2:2 트레이드가 발발한 것이다. 몬테로는 2011년 하퍼와 트라웃에 이은 마이너리그 전체 유망주 3위에 올랐던 초대형 타자로 주목받았던 선수로, 2011시즌 막판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좋은 모습을 보인 터였다.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초대형 유망주끼리의 트레이드는 양 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양키스는 선발 자원 보강이 시급한 가운데 호르헤 포사다의 존재로 당장 몬테로의 기용 폭에 제한을 둘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으며, 상대적으로 선발 자원이 넉넉했던 시애틀은 오랜 시간 발목을 붙잡아온 타선 보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생각지 못하게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게 된 피네다. 하지만 그에겐 또 다른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바로 어깨 부상이었다. 양키스에서의 첫 번째 스프링캠프가 마무리될 즈음 류현진의 부상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명칭이 된 관절와순 부상이 피네다에게 찾아온 것이다. 그 해 5월의 첫 날 수술을 받은 피네다가 다시 마운드에 서기까지는 꼬박 2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2014시즌 피네다는 개막전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다. 어깨 수술을 받은 다른 투수들이 그렇듯 피네다도 구속 감소는 피할 수 없었으나, 그의 최고 구속은 96마일로 여전히 위력적인 수준이었다. 첫 세 경기 성적은 2승 1패 평균자책점 1.00. 양키스 팬들은 피네다의 잃어버린 2년을 보상 받는 듯 했다.

하지만 이번엔 피네다 스스로 발등을 찍는 일이 일어났다. 시즌 네 번째 등판인 보스턴전에서 부정 투구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당시 보스턴은 피네다가 목덜미 부분의 이물질을 손에 묻히고 있다고 주장했고, 심판진은 항의를 수용해 피네다에게 퇴장 조치를 내렸다. 피네다는 시즌 두 번째 경기에서 현지 중계 카메라가 팔뚝의 이물질을 포착해내며 부정 투구 의혹을 샀던 터였기에 그를 향한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그리고 설상가상. 10경기 출장 정지를 받은 피네다는 곧장 부상자 명단으로 향했다. 어깨 부상이 다시 찾아온 것이다. 다행히 이전 수술 부위와 같은 부위는 아니었지만, 또 다시 재활과의 싸움에 돌입하고 말았다. 피네다는 시즌 막판 복귀해 5승 5패 평균자책점 1.89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1.89의 평균자책점에서 알 수 있듯이 복귀 후 9경기 중 8경기에서 2실점 이하의 투구로 재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올 시즌 피네다의 성적은 10승 8패 평균자책점 4.07. 초반에 비해 평균자책점이 다소 높아졌으나, 부상으로 한 달 이상 그라운드를 떠나있었음에도, 이오발디, 다나카에 이어 팀 내 선발진 중 세 번째로 10승 고지를 밟았다. 지난 5월 볼티모어전에서는 7이닝 16탈삼진 1실점이라는 무시무시한 투구로 본인의 귀환을 알리기도 했다. 어깨 수술에도 패스트볼은 최고 96마일까지 나오고 있으며, 최고 구속 90마일대의 슬라이더와 정교한 제구는 여전히 위력을 뽐내고 있다.

우여 곡절이 많았기에 피네다의 데뷔 첫 10승 달성은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가 써내려갈 야구 인생의 페이지는 이제 시작일지 모른다. 한 때 악마의 재능을 지녔다고 평가받았던 그가 보다 높은 곳을 향해 전진할 수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자. [헤럴드스포츠=김중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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