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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든베이에서 만난 사람]악마의 코스 세팅...정기성 코스관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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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금융 클래식 코슷 세팅을 총괄한 정기성 코스관리팀장. <태안=원동민 기자>


올 해로 5회 째를 맞은 한화금융 클래식은 까다로운 코스 세팅으로 악명높다. 지난 4년간 컷오프로 일찌감치 짐을 싸야 했던 많은 선수들은 짜증과 두려움의 복잡한 심정으로 대회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대회 코스인 충남 태안의 골든베이 골프&리조트는 발목까지 차오르는 깊은 러프에 개미 허리 같이 좁은 페어웨이, 그리고 단단하고 빠른 그린으로 무장하고 있다.

이런 난코스에서 우승한다면 세계무대에 도전할 ‘그린 카드’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역대 우승자의 면면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 진다. 초대 챔피언인 최나연(28 SK텔레콤)을 필두로 유소연(25 하나금융그룹)과 김세영(22 미래에셋), 그리고 김효주(20 롯데). 세계 무대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여자 골퍼들이다. 이들 4명은 이번 주 세계랭킹 20걸 안에 포함되어 있다.

악마의 코스 세팅을 총괄한 인물은 골든베이 골프&리조트의 정기성(43) 코스관리팀장이다. 레이크사이드CC와 지산CC를 거쳐 2년 전부터 골든베이 골프장의 코스관리를 총괄하는 있는 정 팀장은 코스관리경력 18년차의 베테랑으로 작은 체구에 반짝이는 눈을 가졌다. 그의 코스 세팅 원칙은 “최강의 실력자를 가리는 무대를 만들자”다. 엄격한 코스 세팅이 진정한 챔피언을 탄생시킨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대회 개막 석달 전부터 러프를 기르고 그린을 다진 이유다.

정 팀장은 이번 대회코스를 골든 베이를 설계한 ‘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의 디자인 철학인 ‘정교함’을 반영해 정확도 높은 골프를 하는 선수에게 우승컵이 돌아가도록 준비했다. 이런 엄격한 코스 세팅을 경험하면 해외무대에 진출해서도 당황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도 깔려 있다. 정 팀장은 “작년 김효주 선수가 골든 베이에서 우승한 뒤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다. 우리의 의도가 그렇게 빨리 결과로 나타날지 몰랐다. 김효주 선수에게 진심으로 고마웠다”고 말한다.

골든베이 측은 올해 코스 세팅의 무게 중심을 ‘러프’에서 ‘그린’으로 옮겼다. 깊은 러프로 인해 부상을 당했다, 스윙 밸런스가 깨졌다는 불만이 쏟아져 러프의 길이를 절반으로 줄이는 대신 유리알 그린으로 승부하기로 했다. 지난 해까지 한화금융 클래식 기간중 골든베이의 러프 길이는 20cm에 달했다. 하지만 올 해는 8~9cm로 줄였다. 대신 그린 스피드를 PGA투어 메이저 대회의 빠르기인 스팀프 미터 기준 3.8m까지 끌어 올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코스관리팀은 대회 기간중 그린 잔디를 아침, 저녁 두 번씩 더블 커팅해 잔디의 균일성을 유지할 예정이며 롤링 후 수분까지 제거해 마찰력을 줄이기로 했다. 그린 예고는 2.8mm.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의 유리알 그린이 부럽지 않을 정도의 빠른 그린을 기대하란 것이 정팀장의 귀띔이다.

그린 관리의 핵심은 정직함이다. 보는 대로 가는 그린이라면 그린 스피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를 위해 코스관리팀 직원들은 7월 초순부터 꾸준하게 배토작업을 하며 그린의 요철을 없앴다. 그린의 평탄성, 잔디 밀도의 균일성이 정직한 그린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정 팀장은 연습 그린과 대회 그린의 스피드를 같게 하기 위해 고심중이다. 대회 기간중 그린 잔디를 깎아 그린 스피드를 맞추기는 어렵기 때문에 롤링으로 그린 경도를 맞춰 스피드를 균일하게 만들 계획이다.

정 팀장은 “과거에는 초청출전한 외국 선수들이 KLPGA투어 우승을 독식할 때가 있었다. 기량차가 컸기 때문에 외국 선수들은 시차나 장거리 이동에 따른 부담에도 불구하고 손쉽게 우승했다. 하지만 지금은 턱도 없다. 한화금융클래식같은 까다로운 코스 세팅에서 단련된 우리 선수들의 기량이 세계 정상급으로 향상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김효주와 김세영, 장하나, 백규정 등 KLPGA투어에서 기량을 쌓은 선수들이 올시즌 미국무대를 주름잡는 강호들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정 팀장에게 선수들을 위한 코스공략 팁을 부탁했다. 정 팀장은 “욕심내지 말고 편안하게 즐기세요. 우승하겠다, 뭔가 보여주겠다 라는 생각은 멘 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하하”.[태안=헤럴드스포츠 이강래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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