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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성훈의 언플러그드] “아들 참 잘 가르쳤군요”
“자식 참 잘 가르쳤군요”라는 말을 들었다고 가정하자. 부모 된 입장에서 어떤 기분이 들까? 칭찬이면 흐뭇할 것이고, 반면 비아냥이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나름 잘 키워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는 터에 누군가가 비아냥거리는 투로 저렇게 말한다면 그대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도 불특정 다수가 시청하는 TV에서 일반인도 아닌 ‘공인’이 그랬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법에 호소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최근 국내 유명 인사들이 악성 댓글을 단 누리꾼들을 상대로 고소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이게 웬걸. 정 반대의 상황으로 전개된 해프닝이 일어났다. 비아냥거린 쪽은 이 한마디로 일약 ‘국민 스타’가 되었지만, 비아냥거림을 당한 쪽은 마치 ‘국민 죄인’이 된 양 꿀 먹은 벙어리 신세가 된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일까?
지난 3월19일 미국 달라스 소재 방송사의 스포츠 담당 대일 핸슨(Dale Hansen)은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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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문제의 발언을 하고 있는 데일 핸슨. 사진= 화면 캡처


The Dallas Cowboys will be paying former Carolina defensive end Greg Hardy somewhere between 11 and 13 million dollars next year if he plays every game(and there's a chance he won't; the NFL's Barney Fife will decide that).
But when he does play, the defense should be better.
Now Hardy was a Pro Bowl player two years ago(had 15 sacks), then doesn't play last year because he beat up his former girlfriend.
Oh yeah, there is that.
(중략)
I don't care how good he is. I don't care if the Cowboys made a great deal. And I absolutely don't care about the argument so many of you make that what he does off the field just doesn't matter if he can help you win on the field.
Is there no line you won't cross? Is there no crime you won't accept? Is there no behavior you will not tolerate?
The Cowboys have decided players who use illegal drugs can play.
You drive drunk and kill a teammate... putting everyone on that highway at risk... there's a place on this team for you.
You can rob a department store and play.
And now you can beat a woman and play with a star on your helmet.
(중략)
Cowboys coach Jason Garrett has been exposed. He's one of two things: He's either a fraud and hypocrite when he talks about having the right type of guys, "character" guys, on his team ... or he really has no say in this and he's simply the puppet so many of you think he is.
It's one or the other, and I'll let him decide.
It was Jason Garrett's dad, Jim ? a former Cowboys scout ? who famously said, "This isn't the Boy Scouts; this is professional football."
Well, it's not Carolina football, Jim. They let Hardy go. The team that knows him best didn't want him anymore . But it is your son's professional football.
It's the Cowboys' way now. You taught him well, Jim... you taught him well.

요약하면 이렇다. 미식축구 최고 인기 팀인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여자 친구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던 그렉 하디를 연봉 1,100~1,300만 달러(한화 130~150억 원)에 영입하자 핸슨이 구단과 감독, 그리고 감독의 아버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핸슨은 제이슨 개럿 감독을 ‘사기꾼(fraud)’, ‘위선자(hypocrite)’, ‘꼭두각시(puppet) 등으로 몰아세웠고, 논평 말미에는 제이슨의 아버지 짐 개럿에게 비아냥거리는 투로 그런 아들을 참 잘도 가르쳤다는 말을 두 번씩이나 퍼부었다.

논평에서 핸슨은 짐 개럿이 평소 “이 바닥은 보이스카웃이 아니라 프로”라는 말을 하곤 했다고 지적했다. 보이스카웃은 규칙을 잘 지키는 집단이 아닌가? 결국 핸슨은 짐 개럿이 승리를 위해서는 선수의 인성보다는 실력이 우선이라는 자신의 ‘철학’을 아들 제이슨에게 주입시켜왔다고 본 것이다. 제이슨은 선수 시절 달라스 카우보이스에서 활약한 바 있고, 아버지 짐 역시 코치와 스카우트로 일하는 등 이들 부자는 미식축구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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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렉 하디.


사실 핸슨은 평소에도 구단과 개럿 부자에게 불만을 품고 있었다. 달라스 구단에 하디 이외에도 크고 작은 ‘전과’가 있는 선수들이 적지 않기 때문. 음주운전으로 팀 동료를 사망케 한 선수가 있는가 하면, 백화점에서 물건을 훔치다 적발된 선수도 있다. 그러나 달라스는 그 때마다 이런 저런 변명으로 구렁이 담넘어 가듯 지나치곤 했다. 결국, 그렇지 않아도 마약, 음주운전, 가정 폭력 등으로 미식축구가 ‘범죄의 온상’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와중에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하디를 영입하자 핸슨이 마침내 폭발한 것이다.

핸슨의 이 같은 독설은 삽시간에 미 전국으로 퍼졌다. 반응은 압도적으로 핸슨의 편이었다. 속이 시원하다는 것이 주류였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심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소수였다. 핸슨이 전국적인 ‘스타 앵커’가 되는 순간이었다. 반면 달라스 구단은 승리에 눈이 먼 ‘돈만 많은 전과범 집단’으로, 개럿 감독은 졸지에 ‘사기꾼’ ‘위선자’ ‘꼭두각시’가, 그리고 짐 개럿은 아들 자식 잘 못 가르친 ‘못난 아버지’로 낙인 찍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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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개럿 감독.


개럿 부자에게도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 프로 스포츠에서 감독이 인성보다는 실력 위주의 선수를 우선 순위로 두는 건 ‘상식’이다. 모든 선수가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제이슨 감독도 인성 보다는 실력을 우선으로 삼았다는 사실 때문에 이런 대우를 받는다는 것은 다소 지나쳐 보인다. 그러나 제이슨 감독이 하디의 혐의를 영입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핸슨은 이것을 지적했다. 핸슨은 특히 제이슨 감독이 평소 선수 선발 기준을 ‘실력과 인성 겸비’라고 수 밝혀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던 하디를 실력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영입했다는 사실에 분노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태가 일어난 배후에 아버지 짐 개럿이 있다고 확신했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그렇기에 개럿 부자는 명예훼손 고소는커녕 이렇다 할 반박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으면서 사과도 하지 않고 있는 선수를 영입했으니, 그 점에 대해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은 없을 것이다.

그나저나 부러워해야 하나? 표현의 자유에 대한 법규가 한국과는 다소 다르다 해도 TV에서 “아들 참 잘 가르쳤군요”라며 비아냥거릴 수 있고, ‘사기꾼’ ‘위선자’ ‘꼭두각시’와 같은 단정적이고도 모욕적인 단어를 써가며 특정인을 비난할 수 있는 ‘미스터 쓴소리’ 핸슨을 말이다. Sean1961@naver.com

*필자는 미주 한국일보와 <스포츠투데이>에서 기자, 체육부장 및 연예부장을 역임했고, 현재 스포테인먼트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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