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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세 바티스타, 지역 방송국과의 인터뷰를 거절해 온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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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의 호세 바티스타 (사진=OSEN)


2009년 양키스의 우승을 마지막으로, 팀 연봉 총액 1위 팀은 지난 5년간 한 차례도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물론 정규 시즌의 경우 대체로 팀 페이롤과 성적이 정비례하는 측면도 있었다(이 또한 완벽하게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은 완전히 다르다. 162경기가 아닌 5경기 내지 7경기로 판가름 나는 단판승부에선, 예기치 않게 발발하는 돌발 변수에 대처하는 능력과 고도의 집중력이 승패를 가르는데 있어 그 팀의 절대적인 전력 보다 중요한 요소가 된다. 바로 팀 케미스트리의 중요성이다.

토론토는 28일 기준 8월 이후 18승 5패라는 무시무시한 질주를 달리고 있다. 당연히 같은 기간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로, 한 때 8경기까지 벌어졌던 양키스와의 격차를 뒤집고 1.5경기 앞선 지구 선두로 올라섰다. 상승세의 1차적인 요인은 트레이드 데드라인에서 이뤄진 대대적인 선수 보강이다. 툴로위츠키는 팀 타선의 화력에 정점을 찍어줄 수 있는 선수며, 프라이스는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다. 토론토는 선수 구성 자체로 어느 팀에 밀리지 않는 화려한 스쿼드를 갖추게 됐다.

하지만 18승 5패라는 성적은 단순 전력만이 아닌 기세가 동반되어야 가능한 승률이다. 최근 끈끈한 팀 분위기를 자랑하는 토론토가 바로 그렇다. 그리고 선수단을 하나로 만든 중심에 호세 바티스타(34)가 있다.

사연은 이렇다. 데본 트래비스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스물 네 살의 루키 선수다. 그는 지난 5월 토론토의 지역 방송국인 스포츠넷의 특별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팬들과 선수가 함께 쇼핑을 하며 친밀감을 높인다는 취지의 프로그램으로, 당시 트래비스는 수트와 셔츠, 타이, 벨트, 부츠를 구입하게 된다.

문제는 방송을 위해 출연한 선수가 촬영과정에서 지출하게 된 약 900달러를 본인의 사비로 부담하게 되면서 불거졌다. 스포츠넷이 트래비스가 촬영 도중 지출한 900달러를 그에게 지불하지 않은 것이다. 트래비스의 올 시즌 연봉은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인 50만 7,500달러. 그에게 900달러의 액수는 치명적인 부담은 아닐지 모르나, 세금 등을 제외하고 실수령 액은 절반 정도임을 감안하면 쉽게 생각할 수도 없는 금액임에 분명했다. 하지만 스포츠넷과 토론토 구단의 대표 모두는 동시에 로저스 커뮤니케이션 소속였기에, 트래비스는 이렇다 할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바티스타는 스포츠넷의 행태에 분노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시즌 전 경기를 중계하는 그들과의 1:1 인터뷰를 전면 거부하게 된다. 스포츠넷이 트래비스에게 돈을 지불할 때까지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지난 2008년부터 8년째 토론토에서 뛰고 있는 바티스타는 현재 팀 로스터에 들어 있는 선수들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로저스 센터에서 보내고 있는 선수로, 방송국의 치졸한 행태에 대응하기 위해 베테랑으로서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5월 시작된 그들의 단절은 3개월 이상 계속됐다. 그리고 지난 27일(한국시간) 현지 언론인 더스타는 ‘바티스타가 비로소 스포츠넷과의 인터뷰에 다시 응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스포츠넷이 트래비스에게 돈을 지불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바티스타와 스포츠넷 측 모두는 인터뷰를 다시 진행하겠다는 이야기를 전할 뿐 그 외 어떤 코멘트도 내놓지 않고 있다.

트래비스가 실제로 돈을 받게 됐는지의 여부는 알 수 없다. 바티스타가 왜 갑자기 인터뷰 거부를 철회했는지 역시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이제 갓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루키 선수를 대신해 팀 내 최고의 스타이자 베테랑인 바티스타가 직접 행동에 나섰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야구는 잘 던지고, 잘 때리면 승리할 수 있는 스포츠다. 좋은 선수들을 모아 놓으면 승리로 가는 길이 수월해질 수 있다. 하지만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슈퍼스타 혹은 값 비싼 선수들을 모아놓은 팀이 매년 우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나, 선수 개개인이 지닌 능력의 총합이, 승리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야구도 결국 팀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질주에는 툴로위츠키나 프라이스의 영입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다시 한 번 강조되는 팀 케미스트리. 잘 나가는 팀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22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눈앞에 둔 토론토의 가을을 계속해서 주목해야 할 것이다.

[헤럴드스포츠 = 김중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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