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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원에서 만난 사람]전문 캐디 서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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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원리조트여자오픈에서 김현수의 첫 우승에 도전중인 서정우 캐디(왼쪽). <정선=채승훈 기자>


KLPGA투어에서 활동중인 전문 캐디는 40여명에 달한다. 투어 규모가 확대되면서 KLPGA투어를 일터로 삼는 전문 캐디가 늘고 있는 것이다. 전문 캐디란 프로골퍼의 백을 메면서 직업 캐디로 활동하는 이들로 대부분 프로골퍼의 꿈을 키우던 사람들이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캐디가 서정우(30) 씨다. 그는 올 해로 경력 11년차의 베테랑 캐디로 이름 뒤에는 ‘우승 제조기’라는 기분좋은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하이원리조트오픈이 열리고 있는 강원도 정선의 하이원CC에서 만난 서 캐디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아직 정규 투어 우승이 없는 김현수의 첫 우승을 돕는 것이다.

서 캐디의 경력은 화려하다. 2012년 8월 슬럼프를 겪고 있던 장하나의 캐디를 맡아 그해 생애 첫 승을 합작했고 이듬 해인 2013년 3관왕(상금, 대상, 다승)을 일궈냈다. 이어 작년에는 김효주의 백을 메면서 기록적인 성적에 일조했다. 김효주가 우승 퍼레이드를 펼치며 국내 투어에서만 한 해 12억 원이 넘는 상금을 벌어 들여 서 캐디는 1억 6,000만 원이란 거금을 벌어 들였다.

서 캐디를 보자 마자 “작년에 번 돈 다 어디다 썼냐?”고 대놓고 물었다. 그는 “완도에 계시는 부모님의 집을 수리하고 어머니에게 경차 한 대 사드린 것 빼고는 몽땅 저축했다”고 대답했다. 이어 “부지런히 돈 모아 좋은 여자 만나서 결혼하고 싶다. 그걸 위해 지금 열심히 일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국내 전문캐디 1세대로 불리는 서 씨는 최경주 프로의 완도중 후배로 최경주와 마찬가지로 역도를 하다가 골프선수로 전향했다. 투어 프로를 꿈꿨으나 멘탈이 약해 결정적인 순간 성적을 내지 못해 꿈을 접었다. 그리고 고 3때인 19살부터, 친누나인 서정희 프로를 시작으로 송채은, 강경남, 황성하,이태희,배상문, 김대현, 안신애, 장하나, 김효주의 백을 멨다. 그리고 지난 5월 귀국 후에는 이다솜을 거쳐 현재 김현수의 캐디로 일하고 있다.

서 캐디는 김효주와의 결별을 쿨하게 받아 드렸다. 자신을 미국에 데려간 것 자체가 고맙다고 했다. 지난 3월 JTBC 파운더스컵에서 김효주의 우승을 도왔는데 그런 기회가 더없이 소중했다고 한다. 그는 한국 캐디가 미국 가서도 우승 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 서 캐디는 미국의 코스를 잘 모르는 단점도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래서 김효주가 미국인 캐디를 선택했을 때도 섭섭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번 주 하이원리조트오픈은 김현수와 함께 치르는 4번째 경기다. 그는 “유명 선수들의 경우 공격적인 선수와 방어적인 선수로 나뉜다. 장하나 프로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한다. 반면 김효주 프로는 방어적인 플레이를 한다”며 “두 선수의 백을 멘 뒤 경기중 “지르느냐 마느냐”에 대한 확실한 판단이 서게 된다. 골프는 확률게임이다. 50 대 50은 시도할 수 있지만 30 대 70은 갈 수 없다. 김현수 프로에게 좋은 조언을 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베테랑 캐디 서 씨가 기억하는 최고의 대회는 언제일까. 작년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이다. 마지막 날 2타 차로 지고 가다 이정민을 상대로 극적인 역전우승을 거뒀다. 김효주가 마지막 3개 홀서 2언더파 치고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간 뒤 역전우승했다.

기억에 남는 대회는 또 있다. 스윙잉 스커츠 클래식 3라운드다. 그 대회에서 거리를 잘못 불러줘 김효주가 더블보기를 했다. 스프링 클러에 적힌 거리가 96이라 그대로 불러줬는데 실제 거리는 69였던 것이다. 물이 나오면서 스프링 클러가 돌아가 일어난 불상사였다. 김효주의 볼은 그린을 훌쩍 넘겼고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한 뒤 더블보기르 홀아웃했다. 다음 홀로 이동하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으나 김효주는 “괜찮아요. 까면 되지”라고 대답했고 다음 두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감동받았다고 했다.

김효주와의 결별이 알려진 후 서 캐디는 많은 선수들로부터 러브 콜을 받았다. 선수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자신 만의 그린북을 제작하고, 빼어난 거리측정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서 캐디는 “전문 캐디는 선수의 비위를 잘 맞춰야 한다. 그리고 눈치가 빨라야 한다”며 “경기중 선수는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있어야 좋은 성적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우승 제조기 다운 말이다. 과연 이번에도 김현수를 챔피언의 반열에 올려 놓을지 자못 궁금하다. [정선=헤럴드스포츠 이강래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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