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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이닝 노히트’ 벌랜더가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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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첫 완봉승을 기록한 저스틴 벌랜더 (사진=OSEN)


골칫덩어리가 되는 것처럼 보였다. 올해를 제외하고 남은 계약 규모는 4년간 1억 1,200만 달러. 연평균 2,800만 달러의 엄청난 규모로, 지난 2년간 보여준 모습은 디트로이트에게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한 번 떨어진 구속은 쉽사리 회복되지 않았고, 제구마저 예년의 날카로움이 무뎌져 있었다. 설상가상. ‘금강벌괴’로 불리던 사나이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데뷔 첫 부상자 명단에 등재되기까지 했다.

복귀 이후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첫 6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3패 평균자책점 6.62. 6경기 중 세 차례나 6실점 이상을 기록했고, 팀은 그가 나선 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올해 나이 어느덧 서른둘. 그의 시계는 생각보다 빨리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벌랜더는 절치부심했다. 그가 돌파구로 삼은 것은 볼 배합의 변화. 벌랜더는 체인지업과 커브의 비중을 줄여나갔다. 2011년, 그가 MVP와 사이영상을 동시 석권할 수 있었던 것은 강력한 패스트볼에서 위력을 더하는 체인지업과 커브가 언터처블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시와 비교해 그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무려 2마일이나 떨어진 상황. 이에 패스트볼과의 연계가 중요한 체인지업과 타이밍 싸움에 포커스를 둬야하는 커브 모두 그 효과가 반감되고 있었다.

벌랜더가 선택한 것은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었다. 먼저 패스트볼의 경우 제구에 보다 심혈을 기울였다. 그가 급격히 무너지는 날은 패스트볼 커맨드에 문제가 생기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벌랜더는 패스트볼 비중을 높이고 있음에도 첫 6경기에서 기록한 9이닝 당 볼넷 개수 3.2개가 최근 7경기에서는 1.4개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또한 구속이 평소보다 높게 나오는 날은 패스트볼의 비중을 더욱 급격히 높이며 정면 돌파를 선택하고 있다.

슬라이더는 체인지업의 위력이 예년만 못한 상황에서 좌타자를 상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벌랜더는 그동안 우투수임에도 우타자보다 좌타자 상대 성적이 좋았던 선수였다. 좌타자를 상대로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체인지업과 몸 쪽으로 파고드는 슬라이더가 모두 위력적이었기에, 서로 반대 궤적의 결정구를 상대해야 하는 좌타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반대로 벌랜더는 우타자를 상대로는 체인지업을 거의 던지지 않았다). 하지만 체인지업에 문제가 생기자 올 시즌 벌랜더는 첫 6경기에서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 .279를 기록했는데, 이는 2011년의 .174는 물론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는 지난해의 .239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였다.

벌랜더는 반등의 계기가 된 지난달 25일(이하 한국시간) 보스턴전에서 슬라이더의 비율을 이전 경기의 11.9%보다 두 배 이상 높은 29.7%로 급격히 높이고 8이닝 1실점이라는 시즌 최고의 투구를 펼쳤다. 이후에도 그는 체인지업 구사를 최소화하는 대신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하고 커브를 곁들이는 레퍼토리를 고수하고 있는데, 이후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을 전성기 시절과 유사한 .176까지 끌어내린 상황이다.

8이닝 노히트 행진을 이어간 27일 경기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벌랜더는 코메리카파크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전에 선발 등판해 9이닝 1피안타 완봉승을 거뒀다. 8회까지 볼넷 두 개만 내준 벌랜더는 개인 통산 세 번째 노히트 노런에 도전했지만, 9회 선두타자 아이아네타에게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를 허용하며 아쉽게 대기록 도전에 실패하고 말았다. 경기는 디르로이트의 5-0 완승. 벌랜더는 시즌 2승을 올 시즌 첫 완봉승으로 장식했다.

이날 112개의 투구수를 기록한 벌랜더는 패스트볼 66.1%, 슬라이더는 17%의 구사율을 기록했는데(커브 8.9%, 체인지업 8%),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도합 비율 83.1%는 올 시즌 두 번째로 높은 숫자였다. 특히 9개의 삼진 중 8개를 패스트볼로 잡아냈으며, 이날 패스트볼 평균 구속 94마일은 올 시즌 들어 가장 빠른 구속이었다. 비록 예년의 100마일의 강속구는 나오지 않고 있지만, 6회까지 93.2마일을 기록한 뒤 7회 이후 95.3마일 기록하는 등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패스트볼 구속이 빨라지는 그만의 특성도 이날은 유감없이 발휘됐다.

벌랜더는 이 같은 변화된 볼 배합으로 최근 7경기 평균자책점을 1.41로 더 끌어내렸다. 같은 기간 평균 7이닝 이상을 소화하고 있으며, 7경기 중 6경기에서 1실점 이하의 투구를 기록하고 있다. 어느덧 6점대까지 치솟았던 평균자책점도 3.45까지 끌어내린 상황으로, 우리가 알고 있던 그의 모습으로 점차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디트로이트는 위기다. 시즌 60승 66패의 성적으로 지구 선두 캔자스시티에 17경기 뒤져 있으며, 와일드카드 2위 미네소타와도 5경기의 격차를 보이고 있어 포스트시즌 진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위기’라는 단어가 붙는 것은 비단 올 시즌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4년간 월드시리즈 우승 기회에서 번번히 좌절했던 디트로이트는 주축 선수들과의 연장 계약 과정에서 페이롤의 유동성이 바닥나고 있다. 당장 내년 시즌 카브레라, 벌랜더, 산체스, 마르티네즈, 킨슬러의 다섯 명에게 투자 되는 돈만 1억 1,280만 달러로 올 시즌 구멍 난 부분을 메우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디트로이트는 돔브로스키 단장과 이별하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주전들의 노쇠화는 계속해서 진행될 것이며, 황폐화된 팜 시스템으로 인해 최악의 암흑기가 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 와중에 아직도 계약 기간이 4년이나 남아있는 벌랜더는 디트로이트의 미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인물일지 모른다. 과연 그의 최근 질주가 디트로이트의 미래에게 한줄기 희망을 던져 줄 수 있을지 계속해서 지켜 볼 일이다. [헤럴드스포츠=김중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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