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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timeover의 편파야구, 거침없는 다이노스] 그대에게 돌아온 ‘마산스트리트’는 무엇인가요?

-출처: NC다이노스 공식 유튜브-

지난 20일 NC다이노스 공식페이스북 페이지에 특별한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 속엔 주니어 다이노스 여름캠프에 참가한 ‘엔린이’(NC+어린이)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영상 시작과 함께 전기기타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러자 작은 강당이 마산야구장으로 변신했다. 아이들은 허공을 향해 주먹을 뻗고, 응원율동을 하며, 다이노스 깃발을 흔들었다. 응원방식은 제각각이었지만 한마음 한뜻으로 외치는 노래는 똑같았다. 우리들의 자랑스러운 응원가 ‘마산스트리트’였다(구단은 당초 마산스트리트를 배우는 시간을 따로 마련했지만, 이 모습을 본 뒤 ‘그럴 필요 없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마산토박이가 그리움으로 만든 마산노래

마산스트리트는 마산남자가 만든 마산찬가다. 이 노래의 작사·작곡을 맡은 이성우는 4인조 밴드 노브레인의 보컬이자 마산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그는 서울 상경 후 힘들게 음악활동을 했다. 힘든 현실 속에서도 록스타라는 꿈과 동시에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을 키워나갔다. 차곡차곡 쌓아올린 고향에 대한 애정은 2007년 ‘come on come on 마산스트리트여’란 노래로 세상에 나온다. 5년 뒤, 마산사나이의 고향예찬은 수천 명의 동향사람들이 모인 마산야구장에서 수없이 불리게 된다. 명실상부한 ‘마산대표곡’ 아니 대표곡보다 보다 친숙한 느낌인 ‘마산노래’가 된 것이다.

마산스트리트가 ‘마산노래’이 되자 뜻밖의 문제가 터졌다. 마산은 물론 통합창원시를 대표하는 곡이란 인식이 생기며 ‘통합창원시=마산스트리트’라는 공식이 생겼다. 시를 대표하는 곡이기에 시민들의 뜻을 거스르는 부분이 있어선 안됐다. 그래서 ‘콜라빛 나는 바닷물’이란 표현이 도마 위에 올랐다. 몇몇 시민들이 전에 비해 깨끗해진 마산 앞바다를 콜라빛으로 표현한 것은 ‘사실왜곡’이라며 시청 홈페이지에 민원을 냈다. 한 시의원도 이 표현에 대한 강력한 문제제기를 했다. 결국 지난 6월 통합창원시 측에서 구단에 ‘사용자제’ 요청을 보냈다. NC도 시의 요청을 수용해 향후 작사자와 새로운 가사를 변경 후 사용하기로 했다.

많은 사람들은 사라진 ‘원곡 마산스트리트’를 그리워했다. NC 다이노스 다톡(자유게시판)과 각종 NC 커뮤니티엔 마산스트리트 논란에 대한 의견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의견방향이나 표현방식은 모두 달랐지만 중심은 같았다. 모두가 함께 웃으며 부를 수 있는 ‘마산노래’을 부르고 싶다는 것(가끔 응원석에서 팬들이 자발적으로 마산스트리트를 부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잃어버렸던 마산스트리트가 2달 만에 야구장에 돌아왔다. 그날은 마침 구단에서 ‘야구로 하나 되는 창원의 날’ 프로모션 행사를 개최한 8월 6일이었다. 안상수 창원시장을 비롯한 창원지역 8개 사회단체 대표, NC 이태일 대표와 배석현 단장이 참가하는 큰 행사였다. 행사는 순조롭게 끝났지만 뜻밖의 반가운 일이 있었다. 1회말 도중 마산스트리트가 오랜만에 야구장을 들끓게 만들었기 때문. 통합창원시에서 ‘사용금지’가 아닌 ‘사용자제’를 요청한 것이기에 이 곡을 트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우린 창원이 야구로 하나 된 날에 감격스런 ‘마산스트리트 복귀식’을 치렀다. 7일부턴 8회초 수비 직후에 마산스트리트를 트는 것으로 확정했다.

응원가 그 이상의 노래. 이제 더욱 신나게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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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마산스트리트를 아끼는 방법은 '더 열심히 부르는 것'이다.


KBO리그엔 구단을 뛰어넘어 연고지를 대표하는 응원가가 있다. SK ‘연안부두’, 롯데 ‘부산갈매기’, ‘돌아와요 부산항에’, 삼성 ‘영일만 부두’, KIA '남행열차' 등 다양한 곡이 있다. 이곡들의 특징은 단순한 응원을 뛰어넘어 연고지의 정서를 품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예를 들어 ‘부산갈매기’와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노래를 부르며 부산의 바다와 섬을 절로 떠올리게 한다. ‘마산스트리트’도 아줌마의 마산사투리와 콜라빛 바닷물을 생각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대표곡’은 연결고리와 같다.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데 탁월한 효력을 발휘한다. 노래엔 남녀노소가 없기 때문. 사는 동네, 나이, 성별 다 상관없다. 함께 부를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모두가 한 목소리로 한 노래를 부르며 나누는 정서적 교감은 상상 이상의 큰 감동을 전한다. 가끔 외국가수들이 한국의 ‘떼창’ 문화에 감동 넘어 충격을 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도 잇는다. 기자는 가끔씩 부산갈매기를 들으면 NC만큼 롯데를 응원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부산갈매기’와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떼창하는 모습에 반해 노래를 찾아듣던 기억, 이대호의 역전 끝내기 홈런을 보고 경기장을 빠져나가면서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인파에 섞여 버스정류장까지 노래들을 불렀던 기억이 생생하다. 수많은 기억 중 제일 뜻 깊은 기억은 아버지와 ‘부산갈매기’와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함께 부른 것. 부모와 자식이 같은 노래를, 그것도 같은 대상(선수)에게 비슷한 감정으로 부를 기회는 흔하지 않다(물론 기자가 NC로 몸과 마음을 옮기며 이 순간이 다시 돌아올 확률은 더욱 낮아졌다). 공룡가족이 10년, 20년이 지난 뒤 부르는 마산스트리트는 지금 느끼는 것과 또 다른 감정을 낳을 것이다.

지난 26일, 기자는 오랜만에 마산구장을 찾았다. 연장에서 크게 무너진 경기 내용은 애석했지만 그리 아쉽지만은 않았다. 돌아온 마산스트리트를 직접 듣고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듣는 노래는 역시 달랐다. 모든 목소리가 섞여 들리는 영상과 달리 현장에선 각각이 내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영상을 찍느라 그 속에 섞이진 못했지만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나도 공룡가족이구나’라는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마산스트리트는 공룡가족과 공룡가족, 공룡가족과 공룡군단,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연결고리’와 같다. 잠시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았기에 더욱 귀중하다. 이 노래를 소중히 여기는 방법은 단 하나다. 더욱 열심히 마산스트리트를 불러 젖히면 된다.



내가 태어난 그 곳 마산 스트리트
바닷바람 거친 항구의 도시
특별한 것도 정 갈만한 구석 없어도
난 그 곳을 사랑하네

콜라빛나는 바닷물이 흘러흐르고
아줌마의 구수한 마산 사투리
정든 그 곳을 등지고서 난 떠나왔네
꿈을 가득 안고서

흘러가는 한강의 강물이여
마산항으로 내마음 보내다오

Come on! Come on! 마산 스트리트여!
Come on! Come on! 나의 나의 친구여!
Come on! Come on! 마산 스트리트여!
뛰어올라라!

*Notimeover: 야구를 인생의 지표로 삼으며 전국을 제집처럼 돌아다는 혈기왕성한 야구쟁이. 사연 많은 선수들이 그려내는 패기 넘치는 야구에 반해 갈매기 생활을 청산하고 공룡군단에 몸과 마음을 옮겼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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