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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이스 어틀리, 아직은 낯설었던 다저스 유니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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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 유니폼을 입게 된 체이스 어틀리 (사진=LA 다저스 트위터)


통산 1,551경기 모두를 오직 필라델피아 유니폼만 입고 뛰었다. 2000년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자신을 지명해 준 곳 역시 필라델피아였다. 지난 2003년 데뷔 후 13년간 다섯 번의 지구 우승과 두 차례의 월드시리즈 진출, 그리고 한 번의 월드시리즈 우승 영광을 함께 나눴다. 어틀리와 필라델피아는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었다. 어틀리는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간) 웨이버 공시를 통한 트레이드를 통해 LA 다저스에 새 둥지를 틀었다. 치열한 지구 우승을 벌이는 와중에 하위 켄드릭의 부상 이탈을 메워야 했던 다저스와 리빌딩에 돌입한 필라델피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트레이드였다. 부상자 명단에 등재되면서 다소 늦춰졌을 뿐, 리빌딩에 돌입한 팀 상황을 고려하면 어틀리의 연내 트레이드는 일찌감치 예견됐던 바다. 본인도 이 같은 상황을 예감하고 있었다는 듯 트레이드 이후 비교적 담담한 소감을 밝힌 어틀리는, 홈구장을 방문해 옛 동료들과의 마지막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그리고 22일. 그는 아직은 낯설게 느껴지는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통산 1,552번째이자 새 팀에서의 첫 번째 경기에 나섰다.

어틀리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원정 경기에 2번 타자 겸 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소득은 없었다. 상대 선발 맷 파이어스를 상대한 어틀리는 땅볼 세 개와 뜬공 하나로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물론 이날 침묵에 빠진 것은 비단 어틀리만이 아니었다. 다저스 타선은 이날 단 볼넷 세 개만을 얻어내며 파이어스에게 노히트 노런 패배를 당했다. 올 시즌 나온 다섯 번째 노히트 노런으로, 다저스는 2012년 시애틀전 이후 3년 만에 노히트 패배를 당했다.

어틀리는 올 시즌 최악의 부진에 빠져있었다.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결장했거니와, 필라델피아에서 기록한 .217의 타율과 5홈런 30타점은 그의 명성과는 거리가 먼 성적이었다. 그럼에도 다저스가 어틀리를 영입한 것은 그의 부상 복귀 이후 성적 때문이었다. 어틀리는 지난 8일 복귀 이후 다저스 유니폼을 입기 전까지 가진 8경기에서 .484의 타율과 1홈런 5타점을 기록했다. 2루타 포함 6개의 장타를 때려냈으며, 그가 지닌 예전의 간결한 스윙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던 터였다. 2루 수비도 무리 없이 해내며 오랜 시간 괴롭혀 온 발목 부상에서도 꽤나 자유로워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다저스의 어틀리 영입에 대한 반응은 극과 극으로 엇갈리고 있다. 긍정적인 견해는 역시 그의 클래스를 믿는다는 쪽이다. 어틀리는 2루수로서 통산 타율 .282와 233개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으며, 통산 네 차례의 100타점 시즌을 보낸 바 있다. 필라델피아 시절 포스트시즌 경험도 풍부하며, 특히 비록 팀은 준우승에 그쳤으나 2009년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에선 6경기 동안 무려 5개의 홈런을 뽑아내기도 했다. 비록 31개의 홈런을 때려낸 2009년 이후 30대에 접어들수록 파워는 급감하고 있으나, 여전히 상대를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다.

우려의 목소리도 거센 편이다. 선수 영입이 지나치게 우후죽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지난 오프시즌에 이어 트레이드 데드라인에서도 많은 선수 이동이 있었던 상황에서 추가적인 선수 영입이 팀 케미스트리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것이다.

선수들의 출전 시간 분배 문제도 여론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지명타자가 없는 내셔널리그 인 탓에 9월 중 켄드릭이 복귀하게 되면 그와 어틀리 중 한 명은 벤치를 지켜야 한다. 그들의 나이를 감안하면 유격수 포지션을 소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1루와 3루는 각각 곤잘레스와 터너가 버젓이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켄드릭과 어틀리 모두는 올 시즌 후 FA자격을 얻게 되는 상황으로, 수준급 노장 선수들의 출전 시간 배분에 있어 팀 내 잡음이 나올지 모른다는 시각이 있다.

첫 경기에서 본인도 무안타에 그쳤고, 팀은 노히트 패배를 당했다. 빨간 유니폼을 벗고 파란색 유니폼을 입었지만, 이날의 치욕스런 패배는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그의 모습을 더욱 낯설게 느껴지게 하고 있었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던진 다저스의 어틀리 영입 승부수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게 될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헤럴드스포츠 = 김중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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