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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홀랜드 복귀’ 마침내 구색 갖춘 텍사스의 선발 로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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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을 상대로 부상 복귀전을 가진 데릭 홀랜드 (사진=텍사스 레인저스 트위터)


시간은 작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추신수와 프린스 필더의 영입으로 공격력을 강화한 텍사스는 강력한 지구 우승 후보로 평가 받았다. 텍사스는 전통적으로 뜨거운 화력을 자랑했던 팀. 하지만 2013년의 텍사스는 방망이가 아닌 투수력에 의존한 팀이었다. 다르빗슈의 영입은 최고의 성공작이 됐으며, 홀랜드와 페레즈의 젊고 싱싱한 좌완 선발진은 마운드의 높이를 더했다. 조 네이선, 태너 셰퍼스, 닐 코츠, 제이슨 프레이저 등이 버틴 불펜은 리그 최고 수준이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를 앞둔 1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2선발이 유력했던 홀랜드가 자신의 집에서 애완견과 시간을 보내던 중 계단에서 넘어지며 무릎 부상을 당한 것이다. 텍사스의 황당함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4월 두 경기 연속 완봉승을 따내며 기세를 올린 마틴 페레즈는 5월 초 팔꿈치 부상으로 토미 존 수술을 받게 됐고, 허리 부상에서 돌아온 맷 해리슨은 단 네 경기 만에 전력에서 이탈했다. 셰퍼스의 선발 전환은 완벽한 실패. 설상가상 마운드에서 고군분투하던 다르빗슈마저 팔꿈치 통증으로 8월 초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물론 지난해 텍사스의 실패는 비단 마운드의 붕괴 때문만은 아니었다. 부상 악령은 추신수와 필더 등 팀 내 주축 타자들에게도 들이닥쳤다. 하지만 올 시즌이 작년과 달랐던 것은 타선의 부상 이탈이 최소화됐던 반면 마운드는 여전히 부상에 신음했다는 점이다.

시작은 다르빗슈였다. 지난해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하고 올 시즌을 준비한 다르빗슈는 시범경기에서 1이닝만을 소화한 뒤 팔꿈치 통증을 느꼈다. 여타 다른 투수들이 겪는 팔꿈치 인대 손상이 아닌 팔꿈치 인대가 닳아 없어지는 대단히 희귀한 케이스였다. 다르빗슈와 텍사스 구단은 2차, 3차 검진을 통해 다른 소식을 기대했지만, 의료진의 처방은 토미 존 수술이었다.

다르빗슈의 바통은 홀랜드가 이어받았다. 어깨 통증으로 스프링캠프부터 페이스가 늦었던 홀랜드는 시범 경기 막판 복귀해 개막전 출전을 준비했다. 베니스터 감독은 홀랜드에게 정규리그 개막전이 아닌 팀의 다섯 번째 경기였던 홈 개막전 등판을 통보하며 그에게 시간을 벌어줬다. 하지만 홀랜드는 시즌 첫 등판을 앞두고 불펜 투구 도중 다시 어깨에 통증을 느꼈고, 단 1이닝만을 소화한 채 다시금 길고 긴 재활에 돌입해야 했다. 지난해 5월 토미 존 수술을 받은 페레즈는 빨라야 7월 복귀가 가능했던 상황. 이에 텍사스는 선발진의 차,포는 물론 마까지 잃어버린 채 전투에 나서야 했다.

텍사스는 시즌 초반 가야르도-루이스-뎃와일러-닉 마르티네즈-완디 로드리게즈로 로테이션을 꾸렸다.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최약체 수준이었다. 다행히 우려만큼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루이스는 꾸준한 이닝 소화력과 함께 그가 등판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폭발하는 타선 덕분에 어느덧 13승을 거뒀다. 마르티네즈는 4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가장 뛰어난 선발 자원이었으며, 로드리게즈도 후반기 팀을 떠날 때까지 노익장을 과시하며 제 몫을 다했다. 텍사스가 정규 시즌의 2/3가 지난 시점까지 포스트시즌 경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선발진에서 ‘잇몸’ 역할을 훌륭히 해낸 대체 선발들의 활약 덕분이었다.

그리고 8월. 지금의 텍사스 선발진은 완전히 달라졌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마틴 페레즈가 돌아왔으며,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필라델피아에서 콜 해멀스를 데려왔다. 그리고 20일(한국시간), 다르빗슈의 연내 복귀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선발진의 마지막 조각이 될 데릭 홀랜드가 약 4개월 만에 마운드로 돌아왔다.

시애틀 전에 나선 홀랜드의 성적은 6.1이닝 8피안타 6탈삼진 2실점. 최고 구속은 94마일로 지난해의 95.3마일, 마지막으로 건강한 시즌을 보냈던 2013년의 96.9마일 보다는 낮은 구속을 기록했다. 또한 경기 초반 주로 93마일 대에서 형성되던 구속이 5회 이후 91-92마일로 감소하는 현상도 보였다. 하지만 그의 주요 결정구인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은 여전히 위력적이었으며, 간헐적으로 던진 커브도 상대 타이밍을 뺏기에 충분했다. 구속이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나 이날이 사실상의 시즌 첫 등판이었음을 감안해야 하며, 무엇보다 무사사구 경기를 펼쳤다는 점도 고무적인 부분이다. 6회 연이은 실투로 맞이한 무사 만루 위기에서도 실점을 한 점으로 최소화하며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도 과시했다. 텍사스는 이날 경기에서 홀랜드의 호투와 3-2로 앞선 7회말 모어랜드-나폴리-앤드루스의 세 타자 연속 홈런을 앞세워 시애틀에 7-2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텍사스의 선발진은 해멀스-홀랜드-페레즈-루이스-가야르도의 선발진으로 재편됐다. 이름값만 봐도 시즌 초반과는 비교할 수 없는 무게감이 느껴지는 로테이션이다. 아직까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나 해멀스는 언제든 제 몫을 해줄 수 있는 선수. 6경기에 선발 등판한 페레즈는 양키스전 1이닝 8실점을 제외하면 3.1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시즌 1승 2패 5.29) 특히 양키스전 난조이후 세 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로, 팀도 그가 등판한 경기에서 4승 2패를 기록하고 있다. 루이스와 가야르도는 화려하진 않지만 견고함을 이어가고 있는 중으로, 홀랜드가 건강하게 지난 시즌 막판의 모습만 보여줄 수만 있다면 텍사스로선 그야말로 천군만마를 얻는 셈이 될 것이다.

20일까지 텍사스는 61승 58패의 성적으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3위이자 와일드카드 4위를 달리고 있다. 지구 선두 휴스턴과는 4경기차, 포스트시즌의 마지노선인 와일드카드 2위 LA 에인절스와는 1.5경기차로 충분히 가을 야구에 도전할 수 있는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최근 팀 타선은 전반기에 부진했던 추신수와 벨트레가 나란히 살아나면서 후반기 메이저리그 30개 팀 가운데 팀 득점과 타율에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켈라가 마이너리그에서 휴식을 취한 이후 시즌 초반의 구위를 보여주고, 샘 다이슨과 제이크 디크맨이 합류한 불펜진도 시즌이 거듭될수록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최근 20경기에서 거둔 14승 중 8승이 역전승일 정도로 팀 자체에도 힘이 붙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부상에 신음하던 선발 자원들의 복귀로 안정된 선발 야구가 가능했다는 점이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고 했다. 마침내 제대로 된 구색을 갖춘 텍사스 선발진이 팀의 3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정조준하고 있다.

[헤럴드스포츠 = 김중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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