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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년차 징크스는 없다‘ 제이콥 디그롬 1점대 ERA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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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점대 평균자책점에 진입한 제이콥 디그롬 (사진=OSEN)


2년차 징크스. 통과의례처럼 많은 선수들이 겪게 되는 성장통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본인 스스로의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한 경우다. 가장 흔한 케이스로, 첫 해의 좋은 성적을 2년차에도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좋지 못한 결과로 연결된다.

이와는 반대로 지나친 자신감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있다. 루키 시즌의 성적을 과신해 능동적인 대처가 이뤄지지 않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특히 갈수록 세밀해지는 분석 기술의 발달로, 축적된 데이터는 모든 선수의 실력 여하를 막론하고 그들에 관한 해법을 제시하기 마련이다. 첫 해 반짝 성적을 낸 이후 기억에서 사라지는 선수들이 흔히 범했던, 보다 치명적인 성장통이다.

물론 일반적인 경향이 그러다는 것일 뿐, 다수의 예외도 존재한다. 풀타임 첫 두 시즌에서 연속 아메리칸리그 MVP 2위에 오른 마이크 트라웃이 단적인 예다. 국내와 미국 무대 모두에서 2년차 시즌에서 성적에 큰 차이가 없었던 류현진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올 시즌에도 2년차 징크스란 말이 무색한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 선두 주자는 단연 뉴욕 메츠의 제이콥 디그롬(27)이다.

디그롬은 19일(한국시간) 캠든 야즈에서 열린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인터리그 원정 경기에서 7.2이닝 5피안타 1실점 호투로 시즌 12승(6패)째를 따냈다. 6회말 파라에게 허용한 솔로 홈런이 유일한 실점이었으며, 최근 7경기 4승 무패 1.29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후반기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이자 리그 타점 1위인 크리스 데이비스를 3타수 무안타 3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위력적인 구위를 과시했다. 메츠는 디그롬의 호투와 그랜더슨의 홈런포 두 방을 앞세워 볼티모어에 5-3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디그롬은 시즌 평균자책점을 1.98까지 끌어내렸다. 메이저리그 전체 2위이자, 유이한 1점대 평균자책점 기록으로, 전체 1위는 1.58의 잭 그레인키(LA 다저스)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차지했던 디그롬의 올 시즌 활약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개막전 선발이었던 바톨로 콜론과 토미존 수술에서 복귀한 맷 하비를 뒷받침할 수 있느냐에 포커스가 맞춰졌지만, 되레 팀 내 선발진을 맨 앞 선에서 이끌고 있다.

올 시즌 디그롬에게 새로이 생긴 이미지는 바로 파이어볼러. 올스타전에서 10개의 투구 중 8개를 96마일 이상의 패스트볼(나머지 두 개는 변화구)로 던지며 1이닝 3K를 만들어냈던 디그롬은, 올 시즌 94.9마일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8위에 올라있다. 흥미로운 것은 지난해 기록한 93.5마일에 비해 불과 1년 사이 1.4마일이 늘어났다는 점으로, 디그롬은 투구 메카닉에 별다른 수정 작업을 하지 않고 있음에도 이 같은 구속 증가를 일궈내고 있다.

특히 포심의 경우 구속 상승과 함께 지난해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라이징성의 무브먼트까지 선보이고 있다. 투심 역시 지난해 93.2마일에서 94.5마일로 구속이 증가한 상황. 이에 포심 피안타율을 지난해 .181에서 .162로, 투심의 경우 .267에서 .244로 떨어뜨릴 수 있었으며, <팬그래프>에서 평가하는 구종가치 패스트볼 부문에서 23.6을 기록하며 19.7의 소니 그레이(오클랜드)를 크게 앞서며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올라있다.

패스트볼 구속 증가는 체인지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의 체인지업은 패스트볼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평균 구속 83.9마일에서 85.2마일로 1.3마일의 구속 증가가 일어났다. 하지만 패스트볼과 약 9마일의 구속 편차는 여전히 위력적인 수준이며, 상대 타자들은 지난해보다 그의 패스트볼-체인지업 조합을 가려내는 데 더욱 짧은 시간을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디그롬의 체인지업은 이미 지난해 싹수를 드러낸 바 있다. 마이너 시절 ‘대가’ 요한 산타나에게 전수받은 체인지업은 우투수임에도 우타자를 상대로 과감하게 뿌려댈 만큼 본인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고 있던 공. 하지만 올 시즌 그의 체인지업 피안타율은 지난해 .247에서 올 시즌 .171까지 떨어지며 더욱 진일보한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1.98의 평균자책점. 그에게는 지난해 신인왕 출신이라는 부담감도, 본인을 과신하는 자만감도 없었다. ‘2년차 징크스’라는 말은 제이콥 디그롬의 사전엔 없는 단어가 되어가고 있다. 지난해 개막 때만 해도 디그롬의 존재를 주목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팀 내 유망주 10위 선수 였으며, 메츠 팬들의 이목은 그가 아닌 넘버 원 유망주 노아 신더가드를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불과 1년 3개월 만에 그는 메츠의 변방이 아닌 중심에 우뚝 섰다. 비단 올 시즌 만이 아닌 내년 시즌 이후 하비-신더가드-휠러와 함께 메츠의 선발진을 이끌어갈 제이콥 디그롬의 존재를 계속해서 주목해야 할 것이다.

[헤럴드스포츠 = 김중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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