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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싱턴의 추락, 미궁 속에 빠진 하퍼의 MVP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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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P에 도전하고 있는 브라이스 하퍼의 타격 장면 (사진=OSEN)


예외를 찾기 힘들었다. 시즌 개막 전 현지 언론 대부분의 매체와 전문가들은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우승팀으로 워싱턴 내셔널스를 예측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내셔널리그 승률 1위 팀이었던 그들이 2억 1천만 달러를 투자해 투수 FA 최대어인 맥스 슈어저를 붙잡았기에 워싱턴을 향한 편중 현상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것조차 무의미해 보였다.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팀들의 하향 평준화도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였다.

하지만 스포츠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모든 결과가 결코 예상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데에 있다. 정규시즌이 채 50일도 남지 않은 지금, 강력한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였던 워싱턴이 최악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또 패했다. 워싱턴은 17일(이하 한국시간) AT&T 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의 경기에서 상대 선발 메디슨 범가너의 투,타에 걸친 원맨쇼를 당해내지 못한 채 0-5 완패를 당했다. 범가너는 9이닝 3피안타 14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첫 번째 완봉승을 따냄과 동시에 타석에서는 7회 쐐기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경기 전체를 지배했다.

이로써 워싱턴은 시즌 58승 59패를 기록하며 5할 승률이 붕괴됐다. 6연패이자 최근 17경기 4승 13패의 난조로, 워싱턴이 5할 승률 미만을 기록하고 경기를 마감한 것은 지난 5월 7일 이후 102일 만에 처음이다.

워싱턴은 전체 일정의 3분의 2가 지나고 있지만 투,타 모두에서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있다. .247의 팀 타율은 리그 12위에 그치고 있으며, 3.78의 평균자책점으로 9위에 머물러있는 마운드의 높이는 더욱 충격적이다.

타석에서는 브라이스 하퍼가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다른 타자들의 지원 사격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300타석 이상 들어선 팀 내 7명의 타자 중 3할은 고사하고 2할 5푼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타자는 하퍼(.328)와 유넬 에스코바(.301) 단 두 명뿐. 부상에 시달렸던 제이슨 워스는 .184라는 형편없는 타율로 워싱턴에서 보낸 다섯 번째 시즌만에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팀 타선을 이끈 앤서니 렌돈 역시 부상으로 뒤늦게 팀에 합류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247 1홈런 7타점). 이안 데스몬드의 FA 효과는 없었으며(.225 15홈런 41타점), 라이언 짐머맨(.222 9홈런 45타점)은 서른 줄에 접어들자마자 노쇠화가 시작된 느낌이다.

마운드는 더욱 실망스럽다. 슈어저와 짐머맨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투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슈어저 역시 최근 5경기 평균자책점이 6.00에 그치며 초반 사이영상 페이스는 사라진 상태다. 스트라스버그의 내구성은 올해도 문제가 됐으며, 그나마 신인 조 로스 정도가 유일한 수확이다. 승수보다 패수가 많은 불펜도 맷 윌리엄스 감독을 코너로 몰아세우고 있다.

이에 7월 초 4.5경기차 지구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던 워싱턴은 17일 현재 1위 뉴욕 메츠에 4.5경기 뒤진 지구 2위에 머물러있다. 불과 한 달 보름 사이에 9경기를 까먹은 것이다. 포스트시즌 진출의 마지노선인 와일드카드 2위 시카고 컵스와도 어느덧 9.5경기차다. 사실상 워싱턴이 가을 야구에 나서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지구 우승을 차지하는 길이나, 강력한 마운드를 전면에 내세웠으며 최근 타선 보강에도 성공한 메츠를 따라잡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이다.

워싱턴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난관에 부딪히면서, 당연시 되는 듯 했던 하퍼(22)의 MVP 수상 여부도 미궁 속으로 빠진 형국이다. .328의 타율과 30홈런 77타점. 42홈런 101타점 페이스로 드디어 그를 향한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완벽한 퍼포먼스다. 타격 성적으로 하퍼에게 견줄만한 선수는 폴 골드슈미트 뿐이나(.337 22홈런 86타점), 그의 소속팀 애리조나는 워싱턴보다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훨씬 떨어지는 팀이다.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와 MVP 수상과의 상관관계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양대 리그에서 나온 30명의 MVP 수상자 중 25명이 포스트시즌 진출 팀에서 나왔다. 확률로는 83,3%로, 2008년 푸홀스 이후 지난 6년간 MVP 수상자의 소속 팀은 모두 가을 야구에 진출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은 MVP 수상을 위한 일종의 보증수표인 셈이다.

포스트시즌 미 진출 팀 MVP 수상자 (2000년 이후)

2001년 본즈 .328 73홈런 137타점
2003년 A-로드 .298 47홈런 118타점
2004년 본즈 .362 45홈런 101타점
2006년 하워드 .313 58홈런 149타점
2008년 푸홀스 .357 37홈런 116타점

워싱턴이 가을 야구에 나서지 못한다면 하퍼는 16.7%의 확률에 도전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하퍼의 .328 42홈런 101타점 페이스는 다섯 번의 직전 사례와 비교해 그다지 압도적인 성적은 아니다. 또 한 가지. 팀이 지구 최하위에 그친 2003년의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제외하면 남은 네 차례의 경우 소속 팀이 시즌 막바지까지 치열한 포스트시즌 경쟁을 펼쳤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즉, 워싱턴이 일찌감치 순위 경쟁에서 이탈할 경우 하퍼에게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는 것이다.

미궁 속에 접어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하퍼의 MVP 수상 가능성은 결코 적지 않다. 일단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 팀 선수 중 압도적인 성적을 내고 있는 선수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앤서니 리조(시카고 컵스)와 버스터 포지(샌프란시스코) 그리고 잭 그레인키(LA 다저스) 정도를 후보로 꼽을 수 있으나, 포지 역시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우선 과제가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며 역대급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그레인키는 투수라는 핸디캡을 극복해야 한다.

리조의 경우 타율 .296 23홈런 68타점의 개인 성적은 하퍼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사연 많은 시카고 컵스 소속이라는 점과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팀의 7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 기자단의 표심을 살 수 있다. 향후 개인 성적을 보다 끌어올릴 수 있다면 하퍼에 대항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복병임에 틀림없다. 포지와 그레인키 역시 잔여 시즌 성적에 따라 충분히 MVP를 노려 볼 수 있는 후보군이다.

불과 한 달 전 팀이 지구 1위를 내달릴 즈음 하퍼의 MVP 수상은 기정사실화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워싱턴의 추락과 함께 야구 천재의 MVP 수상 여부도 안갯속에 휩싸이게 됐다. 하퍼가 MVP에 오를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팀이 지구 우승을 차지하는 길이다. 과연 워싱턴이 최근의 난조를 딛고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그리고 많은 이들이 기다려온 하퍼의 MVP 수상도 현실화될 수 있을지 지켜 볼 일이다.

[헤럴드스포츠 = 김중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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