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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작 50만 달러의 사나이’ 존 래키, 시즌 10승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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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10승째를 달성한 존 래키 (사진=OSEN)


2002년 데뷔 후 메이저리그 14년차. 지난해까지 12차례의 두 자릿수 승수 달성과 통산 152승을 달성한 베테랑 투수. 그리고 2013년 월드시리즈 최종전 승리 투수까지. 세인트루이스의 존 래키(35)는 화려한 이력을 가진 투수다.

하지만 그의 올 시즌 연봉은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인 50만 7,500달러다. 2010년 보스턴과 체결한 5년간 8,250만 달러의 FA계약과 비교하면 약 1/165 수준으로, 그야말로 초라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다.

사연이 있다. 2009년 디비전 시리즈에서 3연패로 탈락한 보스턴은 오프시즌 동안 선발 보강에 나섰다. 그들의 선택은 존 래키. 하지만 래키와의 계약을 추진하던 보스턴은 한 가지 미덥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래키의 팔꿈치 상태로, 래키는 바로 직전해인 2009년 스프링캠프와 시즌 초반 두 차례나 팔꿈치 통증을 느낀 바 있었다.

에이스는 필요하나 래키의 팔꿈치 상태에 우려를 지워버리지 못한 보스턴은 래키와 FA 계약을 체결하면서 색다른 조항을 집어넣었다. 계약 기간인 2014년까지 팔꿈치 수술을 받게 될 경우 이듬해인 2015년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으로 그에 대한 구단 옵션을 가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토미 존 수술을 받게 될 경우 약 1년 이상의 재활 기간이 필요함을 감안한 일종의 보험 성격의 옵션이었다.

훗날 보스턴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래키는 2011시즌을 마치고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다. 결과는 팔꿈치 인대 손상. 결국 그 해 11월의 첫 날, 래키는 토미 존 수술을 위해 수술대에 올랐고, 2012시즌을 통째로 날리게 된다. 보스턴은 2015년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으로 래키를 1년 더 보유할 수 있는 옵션을 가지게 된 것이다.

보스턴으로선 현명한 계약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 서방이 번 격이 됐다. 보스턴이 2013년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역인 래키를 지난 시즌 도중 세인트루이스로 트레이드 한 것이다. 지난해 일찌감치 순위 싸움에서 이탈한 보스턴은 헐값에 사용할 수 있는 2015년의 래키 대신 당시로는 FA까지 4년 이상 남아있던 조 켈리를 선택했다.

지난해 이뤄진 두 팀 간 트레이드의 성패를 논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 켈리는 아직 27살의 어린 선수로, 2019년에야 FA 자격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트레이드를 평가해야 한다면 보스턴으로서도 세인트루이스의 완승이었음을 부인하지 않을 수 없다. 스스로를 올 시즌 사이영상 후보로 치켜세운 켈리는 최악의 부진에 빠져있는 반면(5승 6패 5.69), 래키는 관록의 힘을 바탕으로 여전히 견고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래키는 16일(한국시간)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8.1이닝 6탈삼진 2실점 호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지난달 24일 캔자스시티전 이후 23일 만에 승리투수가 된 래키는 시즌 10승(6패)째를 기록, 최근 3년 연속이자 통산 13번째 두 자릿수 승수 달성에 성공하게 됐다.

첫 3이닝 동안 6피안타 1실점 하며 다소 불안한 출발을 보인 래키는 이후로는 6회 저스틴 부어에게 솔로 홈런을 내줬을 뿐 이렇다 할 위기 없이 상대 타선을 요리해 나갔다. 9회 올 시즌 첫 완투를 위해 마운드에 올랐지만 1사 후 리얼무토에게 안타를 맞고 이날 등판을 마무리했다. 8.1이닝과 114개의 투구수 모두는 올 시즌 최다 기록. 세인트루이스는 래키의 호투와 6회 터진 마크 레이놀즈의 쐐기 3점 홈런 등 장단 13안타로 6득점하며 마이애미에 6-2 승리를 거뒀다.

올 시즌 래키는 나이를 거스르는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포함 최근 1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 행진으로 같은 기간 평균자책점은 2.12에 불과하다. 3.74의 평균자책점도 2.87까지 떨어뜨리며 팀 내 2위에 올라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올 시즌 24번의 등판에서 5회 이전 강판이 한 차례 뿐임과 동시에 6이닝 이상 소화를 무려 20차례나 해내고 있다는 점으로, 이날까지 소화한 159.2이닝은 팀 내 선발 로테이션 중 가장 많은 숫자다(NL 4위). 19번의 퀄리티 스타트 역시 가장 많은 횟수. 세인트루이스가 에이스인 웨인라이트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탄탄한 로테이션을 자랑하는 데에는 팀 내 젊은 투수들을 이끌고 있는 래키의 역할이 상당히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래키가 올 시즌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만 받는 것은 아니다. 보스턴의 계약 조건을 고스란히 인계받은 세인트루이스가 그의 동기 부여를 위해 200만 달러의 인센티브를 내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올 시즌 fwar 2.5를 감안하면 세인트루이스가 내걸은 200만 달러의 인센티브는 푼돈에 가까운 액수로, 2.5의 fwar는 올 시즌 2,500만 달러에 가까운 연봉을 수령하는 펠릭스 에르난데스(2.4)보다도 높은 수치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가성비를 자랑하는 투수인 존 래키. 그의 남은 시즌 활약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헤럴드스포츠=김중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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