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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소현-전가을, ‘우리가 바로 대표팀 터줏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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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현(좌)과 전가을(우) 경기 후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광복 70주년을 기념하여 이보다 더 큰 선물은 없을 듯하다. 한국 여자 대표팀이 4일 중국 우한 스포츠 센터에서 펼쳐진 동아시안컵 일본과의 경기에서 2-1로 역전승을 거두었다. 중국과의 1차전에서 출전하지 않았던 조소현과 전가을이 연달아 골을 기록하며 여자 대표팀의 터줏대감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어려운 경기가 예상됐다. 상대는 영원한 라이벌이자 캐나다 월드컵 준우승국인 일본이었다. 한국 여자축구가 많이 성장했다고는 하나 분명히 한 수 위의 상대임이 분명했다. 더군다나 일본은 북한과의 1차전에서 2-4로 불의의 일격을 당하면서 독기가 오를 대로 오른 상태였다. 한국은 수비의 핵인 심서연마저 부상으로 잃은 상태였다.

여러 가지 악조건이 겹친 상태였지만 한일전은 어떤 상황에서도 질 수 없는 경기였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중국과의 혈전으로 인해 정상적인 움직임을 발휘하지 못한 가운데 ‘캡틴’ 조소현이 경기 초반부터 고군분투했다. 과거 AC밀란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가투소를 연상시키듯 터프한 플레이로 일본의 공격을 사전에 차단했다. 뛰어난 기본기를 바탕으로 정확한 패싱력을 자랑하는 일본 선수들도 조소현의 터프함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녀의 능력은 수비뿐만이 아니었다. 한국의 공격력이 신통치 않자 직접 공격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중원의 이민아, 장슬기 등과의 짧은 패스 연결은 물론이고 좌우로 펼쳐주는 시야 역시 탁월했다. 0-1로 뒤진 상태였던 한국이 후반 들어 공격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었던 데에는 조소현의 역할이 핵심적이었다.

결국 조소현의 적극성은 동점골로 이어졌다. 후반 9분 하프라인에서 상대 패스를 인터셉트한 조소현은 자신이 직접 패널티박스까지 드리블로 치고 들어온 후 감각적인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상대 패스줄기를 미리 읽고 차단한 것부터 드리블 돌파, 슈팅까지 3박자가 완벽히 어우러진 골이었다. 골을 넣은 이후 부상으로 대회를 포기한 심서연의 유니폼을 치켜 올리는 세리머니를 선보여 감동을 더했다.

조소현이 우한대첩의 뼈대를 만들었다면 살을 붙인 것은 전가을이었다. 몸 컨디션이 좋지 못해 벤치에서 일본 전을 시작한 전가을은 후반 22분 부진했던 이금민을 대신해 피치를 밟았다. 지소연과 더불어 한국 여자축구 최고의 테크니션인 전가을은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에게 혼란을 주었다. 투입과 동시에 세트피스 전담 키커로 나서며 영점을 조준하는 데 집중했다.

영점조준이 끝난 전가을은 발끝은 역시나 무서웠다. 후반 추가시간 2분 패널티박스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 찬스에서 전가을은 알고도 막을 수 없는 슈팅으로 일본의 골망을 갈랐다. 감겨 들어가는 각도와 스피드 모두 완벽했던 최고의 프리킥이었다. 이 골 하나로 일본 선수들의 사기는 바닥을 쳤고 사실상 이 승부는 한국이 가져갔다는 것을 누구나 느낄 수 있었다.

지난 중국 전에서는 그동안 대표팀 경력이 다소 적었던 이민아와 이금민이 맹활약을 펼쳤다면 일본 전에서는 ‘터줏대감’ 조소현과 전가을이 그 역할을 이어받았다. 이제 한국 여자축구도 어느 정도 선수층이 두터워졌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가장 먼저 2승을 달성한 한국은 북한과 우승을 두고 다투게 됐다. 신구조화를 이룬 한국이 북한까지 넘어서 우승컵을 들 수 있을지 벌써부터 축구팬들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헤럴드스포츠=임재원 기자 @jaewon7280]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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