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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오만(傲慢)을 경계해야 할 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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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투어를 글로벌 투어로 육성중인 구자용 회장. <사진 제공=KLPGA>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이하 KLPGA)가 글로벌 투어로 발돋움하고 있다.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인 BMW가 이미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을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경쟁사인 메르세데스-벤츠도 여자대회 개최를 검토중이란 소문이다. 또한 내년엔 유럽의 세계적인 식품회사가 한국에서 여자 대회 개최를 결정했다고 한다. 2018년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의 국가 대항전인 인터내셔널 크라운이 한국에서 열릴 예정이다.

글로벌 기업들에게 한국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매출 자체도 좋을 뿐더러 신제품에 대한 아시아시장의 테스트 마켓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실질적인 이유도 있다. 여기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한국 여자골프의 인기도 글로벌 기업들을 KLPGA투어로 끌어 들이는 이유다. 아시아 지역을 아우를 수 있는 대표적인 여자 투어로 일본이나 중국이 아닌 한국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 일수록 KLPGA는 집안 단속을 잘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KLPGA는 구자용 회장 취임후 외국선수들에 대한 문호 개방과 경기위원들의 전문성 강화, 슬로 플레이에 대한 강력한 규제 조치와 1,2부제 티오프 등으로 글로벌 투어로의 성장을 위한 조치들을 착실히 마련해 가고 있다. 협회 내에 맥을 짚는 전문가가 있어 이런 선제적인 조치들이 가능했다고 본다.

하지만 최근 들리는 얘기는 구태(舊態)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KLPGA가 타이틀 스폰서 기업들에게 컷오프 선수들의 경비 지원을 요청하고 있어 문제다. 실제로 지난 12일 끝난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을 개최한 (주)일화 측은 협회의 요청으로 예정에도 없던 지출을 했다. 그 다음 대회인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때는 컷오프 머니라는 명목으로 예선탈락 선수들에게 50만원씩이 일괄지급됐다.

협회의 이런 청탁은 게임의 법칙에 위배된다. 프로스포츠는 적자생존의 무대다. 거듭된 예선탈락으로 경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선수들에겐 인간적으로 짠한 마음이 들지만 그렇다고 협회에서 직접 나서 이런 요청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려했던 대로 타이틀 스폰서 사이에선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예선탈락한 선수들에게 50만원씩 지급할 경우 3000~4000만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야 한다. 타이틀스폰서에서 자발적으로 지급키로 했다면 문제가 없지만 이에 대한 예산 편성을 해놓지 않은 기업들에겐 협회의 ‘갑(甲) 질’로 비춰질 수 있다.

예선탈락한 선수들에 대한 걱정이 많다면 협회 돈으로 해결했어야 한다. 협회 통장에는 200억원이 넘는 돈이 쌓여 있다. 또한 매 대회 상금의 6.7%를 협회 발전기금으로 떼고 있다. 상금 5억짜리 대회일 경우 3350만원이고 10억짜리 대회면 6700만원이다. 발전기금을 컷오프 머니로 전용할 수도 있었다. 내 돈 아까우면 남의 돈도 귀하게 생각해야 한다.

미국LPGA투어의 경우 2009년 캐롤린 비벤스 커미셔너의 실정(失政)으로 후원 기업이 떨어져 나가는 악몽을 겪은 적이 있다. LPGA투어 사상 최초의 여성 커미셔너였던 비벤스는 2008년 리먼 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 때 영어 자격시험과 스폰서에 대한 무리한 중계비용 요구 등 현실을 외면한 독선적인 행정을 펼쳐 투어를 망가뜨렸다. 대회를 개최하는 기업들에게 5만 달러씩 중계를 위한 제작 지원비를 요구한 게 독(毒)이 됐다. 그 결과 대회수가 2011년 26개, 2012년 23개로 쪼그라드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잘 나갈 때 일수록 상식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몸을 낮춰야 한다. 투어를 재건하긴 힘들어도 망가뜨리는 건 한 순간이다. [헤럴드스포츠=이강래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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