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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싱 신(新)라이벌, 배요한-김우현을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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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복싱 경량급 최고의 유망주, 배요한-김우현(오른쪽)의 라이벌 구도가 흥미롭다. [사진=정재광 복싱클럽, 권력봉 기자]

20일 열린 KBF(한국권투연맹) 울산 대회에서는 한국 복싱 신예들 간의 흥미로운 대결이 링사이드를 뜨겁게 달궜다. 복싱계 차세대 라이벌전이라 불러도 지나치지 않을 명승부의 주인공들은 바로 2015 KBF 최우수신인왕 배요한(19 정재광복싱)과 떠오르는 신예 김우현(18 울산B&A)이다. 52kg급 이하의 체급, 170cm가 채 안되는 신장을 가진 이 10대 소년복서들은 그 자체로 한국 복싱의 미래였다.

배요한은 지난 2월 광주에서 열린 2015 KBF 전국 신인왕전에서 밴텀급 신인왕을 차지한 선수다. 당시 결승전에서 주혁탁(25 빅스타)을 상대로 경량급답지 않은 화끈한 난타전을 선보이며 복싱 팬들을 매료시켰다. 먼저 다운을 빼앗기고도 끈질긴 승부근성으로 상대를 쓰러뜨리며 전 체급 통합 최우수신인왕의 영예를 안은 배요한이다.

이에 맞선 김우현은 프로 데뷔 후 1년 만에 5전 5승(1KO), KPBF(한국프로복싱연맹) 플라이급 한국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쥔 무서운 신예다. 겉으로 드러난 전적보다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김우현의 매력이다. 타고난 센스와 테크닉이 일품이다.

당초 둘은 이번 대회 매치업 상대가 아니었다. 서울에서 운동하는 배요한은 일주일 전부터 울산을 찾아 김우현 소속 체육관에서 함께 이번 대회를 준비해왔다. 비슷한 체급에 나이도 한 살 터울 또래인지라 지역은 다르지만 절친한 사이를 유지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대회 직전 당초 계획됐던 각자의 상대와 체급 문제가 엉키면서, 졸지에 얄궂은 대결이 성사됐다.

김우현은 시합을 앞두고 “(배)요한이 형과 꼭 함께 이기자고 트렁크까지 선물했는데 서로 맞붙게 돼 당황스러웠다”면서도 “우정은 우정이고, 복싱은 복싱”이라고 전의를 불태웠다. 배요한 역시 멋쩍은 듯한 눈치였지만 이내 담담한 표정으로 링 위에 올랐다.

그렇게 막을 올린 ‘절친’끼리의 대결은 이번 대회 손꼽을 만한 명승부로 남았다. 두 선수 모두 경량급 최고 유망주들답게 경기내내 빠르고 박진감 넘치는 승부를 연출했다. 배요한은 뛰어난 상체 테크닉을 이용, 날렵하게 치고 빠지며 차곡차곡 유효타를 쌓았다. 나이에 걸맞지 않은 노련한 경기운영이 인상적이었다. 김우현의 순발력도 만만치 않았다. 링을 폭넓게 활용하며 쉴새없이 배요한을 긴장시켰다. 포인트가 열세라고 판단한 뒤에는 저돌적으로 덤벼들어 전세 역전을 꾀했다.

관중들은 이 파이팅 넘치는 ‘10대 복서’들의 혈전에 때로는 숨죽였고, 때로는 환호했다. 오픈경기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몰입도였다. 라운드를 거듭하면서 환호성은 점점 커져갔다. 결과는 배요한의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 하지만 이 시합에서 패자(敗者)는 없었다. 경기가 끝나고 쓰러뜨려야 할 적(敵)에서 다시 친구로 돌아온 두 선수는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끝까지 최선을 다한 서로에게 찬사를 보냈다. 관중들은 그 뒤로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와 함성을 보냈다.

예전만 못한 인기에 한탄과 자조에 빠진 복싱 팬들이 많다. 그럴수록 배요한-김우현과 같은 새싹들을 애정어린 눈으로 지켜볼 일이다. 이들은 아직 채 스무살도 되지 않았다. 신예들이 링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야 한국 복싱은 과거의 영광을 넘볼 수 있다. 앞으로가 중요한 이유다. [헤럴드스포츠=나혜인 기자 @nahyein8]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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