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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미의 U대회 돌아보기] <11일째-끝> "손연재처럼 노력하면 이렇게 최고는 아니더라도 뭐든지 될 수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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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시아드주경기장에서 활활 타고 있는 성화.


대회 11일차인 13일, 밤 11시가 넘은 시간. 2차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미국과 독일의 남자농구 결승을 끝으로 광주 U대회의 일정이 대부분 마무리됐다. 폐회식이 열리는 14일에는 수구만 열린다.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는 금메달 3개를 포함해 대회 5관왕으로 한국 선수단 중 최다관왕에 오른 리듬체조 손연재를 비롯해 14년 만에 메달을 목에 건 남자축구 등 다양한 청춘들의 꿈과 도전으로 채워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의 사상 첫 대회 종합 1위라는 성과도 의미가 컸다.

2003년 대구에서도 하계대회가 개최됐었지만 이번 U대회는 호남권 최대 규모의 국제대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대회전부터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도움이 있었고 그 결과 1만 명에 가까운 대규모 자원봉사자 모집이 가능했다. 경기장뿐 아니라 도심 곳곳에도 자원봉사 부스를 설치해 대회 관련 편의를 도왔다.

대회 시작을 알리는 개회식은 아시안게임과 비교했을 때 원활한 진행이 이루어졌고, 내용 면에서도 군더더기가 없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실제로 3일 U대회 개회식이 열린 유니버시아드주경기장(광주월드컵경기장)에 엄청난 수의 시민들과 관중이 몰려 축제 분위기를 한껏 돋우었다.

분산개최로 인한 예산감축도 박수를 받을 만했다. 37개 경기장 중 3곳(광주여대유니버시아드체육관, 광주국제양궁장, 남부대국제수영장)만 새로 지었을 뿐, 별도 경기장 신축 없이 기존의 경기장을 백분 활용해 경기장 관련 예산을 대폭 줄였다. 신축 경기장 역시 친환경을 표방해 태양열 등의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했다. 광주와 다소 거리가 있는 광양, 목포, 순천 등지에서도 경기가 열렸지만 주요 경기는 최대한 근거리에 배치했고 원거리 경기장에는 셔틀버스를 다수 배치해 자원봉사자와 보도진, 관계자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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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극복하고 대회에 출전한 호주의 펜싱선수 사이먼 앤드류. 사진=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Uni-Bro


대회 내부에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암을 극복하고 대회에 참가한 벨기에 육상선수부터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한국 사격선수, 지진 참사를 겪고도 꿋꿋이 일어선 네팔의 펜싱선수까지 대학생들은 물론이고 모든 이들에게 감동과 교훈을 주는 사람냄새 나는 이야기가 가득했다.

아쉬운 장면들도 속출했다. 2013 카잔 U대회 금메달리스트인 한국의 양학선은 경기 출전 첫 날 마루연기 도중 햄스트링 부상으로 남은 경기를 포기해야 했다. 그의 경기를 지켜봤던 국민들은 물론 본인과 후배들에게도 큰 안타까움을 남겼다. 호성적을 기대했던 남자농구 역시 본선의 문턱에서 고배를 마시고 순위결정전을 통해 최종 11위를 확정했다. 8강 이상을 바라보던 선수단과 팬들은 눈물을 머금고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13일 열린 여자핸드볼 결승전은 보는 사람들에게 '우생순'을 상기시켜 애틋한 마음이 들게 했다. 12점차로 러시아에 뒤지고 있던 경기를 후반전 막바지 2점차까지 따라 붙었지만 끝내 역전에 성공하지 못해 36-38로 아쉬운 패배를 기록했다. U대회 사상 최초로 채택된 여자 핸드볼 종목에서 한국은 은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대표팀 백상서 감독은 기자회견장에 나타나지 않았고 이를 지켜본 사람들은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여자 핸드볼 경기에 앞서 열린 남자 핸드볼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한국은 승부던지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스위스에 메달을 내줘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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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가 끝나가는 이 시점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대학생들의 스포츠 축제임에도 대학생들의 관심과 참여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한국의 대학생들이 그들의 또래가 만드는 선의의 경쟁과 선수들의 도전정신,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흘리는 땀과 눈물을 한 번쯤은 보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자신의 길을 되돌아보기를 기대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혹은 자포자기에 U대회쯤에는 관심을 두기 어려운 우리네 대학생의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여담이지만, 문득 대회 중 만난 할아버지가 건넨 말씀이 언뜻 스쳐 지나간다. “이 친구처럼 노력하면 이렇게 최고까지는 아니더라도 뭐든지 될 수가 있단 말이여. 우리 젊은 친구들도 열심히 살어. 세상에 해서 안 되는 건 없어.” 할아버지의 손에는 전날 종합 경기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손연재의 사진이 1면으로 실린 신문이 들려 있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지난 12일 간의 U대회는 14일 폐회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U대회에 참가했던 이들 모두가 청춘의 한 면을 멋진 추억으로 장식하고 돌아간다면 그 이상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생각해 보니 '창조의 빛, 미래의 빛'이라는 대회 표어가 제법 잘 지은 듯싶다. [헤럴드스포츠(광주)=김유미 기자@ym1618]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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