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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빅 리그 연착륙에 성공한 강정호의 전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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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전반기를 보낸 강정호 (사진=OSEN)


우려와 기대가 공존했다. KBO리그 첫 야수 출신의 메이저리그 직행. 설렘과 걱정이 함께 하는 것은 당연했다.

부침도 있었고 많은 변화도 있었다. 본인의 의지와는 별개로 시즌 초반 국내 무대에선 느낄 수 없던 한 타석의 소중함도 체험해야 했다. 하지만 강정호(28, 피츠버그)가 보낸 지난 3개월의 시간은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가는 과정에 있었다. 그가 내딛은 첫 발걸음은 성공적이다.

전반기 최종 성적은 타율 .268과 4홈런 29타점. 국내 무대 성적을 생각하면 아쉬운 성적일 수 있다. 하지만 투수들이 리그를 지배하는 메이저리그에서의 루키 시즌임을 감안해야 한다. 시즌을 치러낼수록 그라운드 안팎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가는 모습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전반기 결과물을 천천히 뜯어보자. 일단 가장 인상적인 성적은 득점권 타율이다. 강정호의 득점권 타율은 .333. 이는 앤드류 맥커친의 .379에 이은 팀 내 2위 기록이다. 강정호의 활약이 눈에 드러난 수치에 비해 임팩트가 전해지는 것도 찬스에서 결과물을 만들어낸 덕분이다. 이는 허들 감독이 신인 선수를 중심 타선에 배치한 배경으로도 작용하고 있는데, 강정호는 주자가 없을 때(.238)에 비해, 있을 때(.306) 그리고 득점권으로 갈수록 더욱 강한 타자였다.

좌/우 투수별 상대 전적은 큰 편차는 나지 않았다. 좌완 상대 타율은 .271이며, 우완 상대 시에는 .267이다. 다만 장타율 부문에서 1할 가까이 큰 차이가 났으며, 볼넷-삼진 비율역시 좌투수 상대 시 훨씬 좋았다(좌: 7볼넷-12삼진, 우: 11볼넷-39삼진). 좌투수를 상대로 보다 편하게 타석에 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으로, 그렇다해도 현재 우투수를 상대하는 강정호의 성적은 결코 나쁘지 않다.

팀으로선 강정호가 같은 지구 팀들을 상대로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것도 반가운 부분이다. 강정호는 밀워키(.250)를 제외한 세인트루이스(.387), 컵스(.345), 신시내티(.294)를 상대로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세인트루이스 상대 타율은 카디널스를 상대로 25타석 이상 들어선 선수 중 가장 높은 타율이다. 특히 마무리 로젠탈을 상대로 4타수 3안타(홈런, 3루타, 단타)를 때려내며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피츠버그는 세인트루이스와 가진 시즌 첫 4경기를 모두 패한 이후 6경기에서 5승 1패를 기록하며, 한 때 9경기까지 벌어졌던 격차를 2.5경기까지 줄인 채 전반기를 마감할 수 있었다.

3루 수비도 점차 합격점을 받고 있다. 특히 메이저리그 그라운드에 적응력이 생긴 최근 들어 더욱 물오른 수비를 선보이고 있으며, 어깨 능력만큼은 메이저리그 3루수로서 전혀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물론 유격수로서 152이닝-4실책, 3루수로서 362이닝-3실책에서 알 수 있듯이, 유격수 포지션에서는 다소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과제도 안고 있다. 일단 홈과 원정의 성적 편차가 대단히 심하다. 홈에서는 .315의 타율과 17타점을 올리고 있는 반면, 원정에서는 타율 .206 12타점에 그치고 있다. 비록 원정에서 4개 중 3개의 홈런을 때려내고 있으나, 정확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땅볼 타구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도 우려스런 대목이다. 올 시즌 54%의 땅볼 비율은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 45.4%에 비해 크게 높은 수치다. 이 점은 강정호의 시즌 BABIP가 비교적 높은 .329라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데, 땅볼 타구 시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 타율은 .234로, 강정호의 땅볼 타구는 이보다 높은 .256를 기록하고 있다. 강정호의 라인드라이브 타구 비율은 21.3%로, 메이저리그 평균 20.9%와 거의 비슷한 수준. 즉 상대 팀들이 강정호의 땅볼 타구에 대한 분석이 보다 치밀하게 이뤄지고 섬세한 시프트로 효과를 보는 순간 라인드라이브 비율이 평균 수준인 강정호의 타율은 지금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충분한 것이다.

분명 아직 갈 길이 멀다. 체인지업(.130)과 슬라이더(.222)에 대한 대처법도 연구해야 한다. 하지만 강정호의 미래가 기대되는 것은 스스로의 적응력과 함께 그를 대하는 팀의 자세다. 강정호와 4년 계약을 맺은 피츠버그는 현재는 물론 미래의 핵심 자원으로 그를 여기는 모습이다. 강정호가 최근 장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레그킥을 최소화하고 컨택에 집중하는 것 역시 그에게 부담감을 줄여주려는 팀의 의견이 반영된 현상이라는 평가다. 게다가 25인 로스터를 폭넓게 활용하는 허들 감독의 성향도 강정호에겐 반가운 부분이다.

무엇보다 동료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는 그의 적응력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우천 지연 중 덕아웃에서 강남 스타일 춤을 추는 강정호의 모습은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을지 모른다. 아직 절반이 남아있는 첫 번째 시즌.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연착륙의 마무리도 성공적으로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헤럴드스포츠 = 김중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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