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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미의 U대회 돌아보기] <8일째> '재미진' 육상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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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주경기장. 경기를 마친 선수들이 햇빛을 즐기고 있다.


대회 8일째인 10일, 한국육상은 국제대회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이 날은 육상 기대주인 윤승현(한국체대)과 우상혁(서천군청)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높이뛰기 결승전을 가졌다.

경기장에 들어서자마자 펼쳐진 장면은 잔디에 놓인 각종 기구들과 트랙에서 몸을 푸는 선수들이었다. 트랙과 필드에서 동시에 여러 경기가 열리는 육상종목의 특성상 운동장 어디에 눈을 둬야할지 당황스러웠다. 어수선하다고 느꼈던 이면에는 국제적인 육상 경기를 접하기 힘들었던 탓도 있었다.

필드에서는 포환던지기, 창던지기 등의 투척종목과 높이뛰기, 장대높이뛰기 등 도약종목 경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트랙에서는 단거리 단거리달리기와 허들이 번갈아 진행 중이었다. 다른 종목들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메달이 결정된 종목의 시상식이 열려 FISU 찬가가 흘러나올 때 관중들이 일제히 기립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5일 동안 유니버시아드주경기장(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육상은 하루에만 평균 10개의 메달이 쏟아지는 대형 종목이다. 모든 종목을 통틀어 가장 많은 메달이 걸린 종목이기도 하다. 이 날에도 총 14개 종목에서 40명이 넘는 메달리스트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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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존에서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한국 코치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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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이 확정된 러시아 선수가 관중석에 있던 코치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육상경기장에서 타 종목에서는 보기 어려운 흥미로운 몇 가지들을 볼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끌었던 것은 높이뛰기 경기가 열리는 필드 뒤쪽 관중석에 설치된 ‘Coach Zone’이었다. 말 그대로 지도자들, 코칭스태프들의 구역이다. 코치가 경기장에 들어갈 수 없게 한 대신 선수들이 관중석 쪽으로 다가와 대화를 나누고 지시를 들을 수 있다. 이 날 남자 높이뛰기 결승에서 금메달을 확정지은 러시아 치프라코프가 코치존에 다가가 코치진과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다음으로 뜨거운 응원 열기를 꼽을 수 있다. 경기장에는 ‘Athlete Zone’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고 다른 곳에도 선수들이 경기를 보기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리투아니아, 노르웨이, 러시아 등 각국 선수들이 높이뛰기에 출전하는 동료를 응원하러 관중석에 모여 앉았다. 많은 사람들이 높은 기온과 뜨거운 햇빛에 지친 기색을 보였지만 경기를 마치고 나온 선수들과 그 동료들은 온 몸으로 태양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선수가 나올 때마다 셔터음이 끊이지 않았고 환호성을 지르며 응원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국적에 상관없이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연이은 무효시도에도 선수와 관중 모두 즐거운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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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현(한국체대)은 경기 전 관중석에 다가와 박수를 유도했다.


한국의 우상혁과 윤승현 역시 경기 초반에는 굳은 얼굴이었지만 이내 긴장에서 벗어나 경기를 즐기기 시작했다. 페이스를 찾은 뒤에는 출발 전 관중석으로 다가와 호응을 유도하기도 했다. 비록 우상혁과 윤승현은 5위와 8위에 머무르며 메달권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결승에서 각자의 올시즌 최고기록인 2m15를 5cm 이상 경신하는 성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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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에서 투척 종목 기구 운반에 힘쓴 무선 조종자동차.


세 번째로 흥미로웠던 점은 창던지기 중 필드를 가로지르는 무선조종 자동차였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RC카처럼 생긴 이 자동차는 운동장 반대편으로 던져진 창을 운반하는 역할을 도맡는다. 선수들이 창을 던지고 기록 측정이 완료되면 운영요원들은 자동차 뒤에 달린 원통에 창을 꽂아 반대편으로 보냈다. 두 대의 작은 자동차가 뒤에 길다란 창을 달고 바쁘게 운동장 한 편을 오가는 모습은 어린 아이들의 눈길까지 사로잡았다. 이 자동차는 창 이외에도 해머, 포환 등을 실어 나르며 투척 종목에서 유용하게 사용된다. 자동차를 사용해 경기시간을 단축시켰을 뿐 아니라 심판이나 진행요원 등의 안전성까지 확보했다.

또 다른 기술도 볼 수 있었다. 사방에 설치된 와이어에 매달려 경기장 공중을 가로지르는 와이어 캠과 트랙의 직선주로에 설치된 레일 캠이다. 곡선에서 여러 선수를 한 번에 잡아 보여주는 와이어 캠은 장거리 달리기에서 빛을 발했다. 레일 캠은 빠른 속도로 선수를 따라가며 측면에서 촬영해 생생한 움직임을 포착해냈다.

관중석 가운데에서는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해 많은 이들의 웃음을 유발했다. 사회자가 나와 관중들에게 여러 이야기를 건네며 아이들에게 춤을 추게 하고 부부 관중에게는 즉흥적인 키스타임을 만들어 주는 등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했다. 이어 가위바위보 게임을 통해 퀴즈 참가권을 따내 정답을 외친 관중들은 사회자가 전달한 상품권을 받아들고 즐거워했다.

한국에서는 육상이 비인기종목이지만 이날 U대회 주경기장에서는 그 어느 곳보다도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기회가 된다면 꼭 가보시기를. 생각보다 '재미진' 체험을 할 것이다. [헤럴드스포츠(광주)=김유미 기자 @ym1618]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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