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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승 달성', 카를로스 마르티네스의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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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승 달성에 성공한 카를로스 마르티네스 (사진=OSEN)


카를로스 마르티네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질주가 계속되고 있다.

마르티네스는 10일(한국시간) PNC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1이닝 4피안타 무실점 호투로 시즌 10승(3패)째를 거뒀다. 지난 2년 간 불펜 투수로 활약했던 마르티네스는 이로써 선발 풀타임 첫해 두자리수 승수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하게 됐다.

마르티네스는 경기 초반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1회말 선두 타자 폴랑코에게 2루타를 내준 데 이어 워커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1,3루 위기를 마주한 것. 하지만 후속 타자 맥커친을 3루수 앞 병살타로 처리한 뒤, 강정호를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3회말 1사 1,2루 위기를 연속 삼진을 통해 무실점 행진을 이어간 마르티네스는 4회 이날 경기 최대 위기를 맞았다. 강정호를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킨 데 이어 서벨리의 좌전안타와 와일드 피치로 무사 2,3루 위기에 봉착했다. 타석에는 페드로 알바레즈. 볼 카운트 역시 3-0으로 몰렸다. 알바레즈는 공 하나를 지켜보는 대신 마르티네스의 96마일 패스트볼에 방망이를 돌렸다. 하지만 비교적 잘 맞았던 타구는 마르티네스의 글러브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역동작에 걸린 3루 주자 강정호를 잡아내며 순식간에 투아웃을 만들어냈다.

후속타자 조디 머서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마르티네스는 머서 포함 8회 1사까지 11타자를 연속해서 범타처리하며 순항을 이어나갔다. 대타 이시카와에게 2루타를 허용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마운드를 이어받은 초트와 마네스가 승계 주자 실점을 막아내며 마르티네스는 무실점으로 이날 경기를 마무리했다.

마르티네스는 이날 경기까지 최근 10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기간 성적은 7승 1패 평균자책점 1.20. 팀 내 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모두에서 팀 내 1위를 기록 중이며, 선발 등판한 17경기 중 14경기에서 2실점 이하를 기록하는 꾸준함도 보이고 있다. 웨인라이트의 공백을 23살 동갑내기 마이클 와카와 잘 메워내고 있으며, 되레 최근 흐름은 마르티네스가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하는 분위기다. 세인트루이스는 올 시즌 그가 선발 등판한 경기에서 14승 3패라는 놀라운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마르티네스는 스프링캠프 기간 마르코 곤잘레스와 5선발 경쟁을 펼쳤던 선수로, 팀에서조차 이 정도의 활약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지난 2년간 불펜 투수로 활약하며 거뒀던 성적은 4승 5패 평균자책점 4.28로, 구위는 뛰어나나 제구와 경기 운영 면에서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었다.

마르티네스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지난해의 96.1마일에서 올 시즌 94.7마일로 내려왔다. 물론 이는 불펜에서 선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의 자연스런 현상으로, 94.7마일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 전체 선발 투수 중 8번째로 빠른 구속이다. 그렇다면 올 시즌의 질주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비결은 바로 체인지업의 급성장에 있다. 마르티네스는 주로 선발로 활약했던 마이너시절에는 체인지업을 곧잘 던지던 선수였으나, 지난 2년 간 패스트볼과 커브의 사실상 투피치 투수였다. 체인지업을 간간히 던지기는 했으나 대단히 미약한 수준이었다. 불펜 투수의 성향상 투피치만으로도 승부가 가능했거니와 본인 스스로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체인지업이 통할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올해 선발 도전에 나서기로 하면서 방향을 달리했다. 레퍼토리의 다양화는 선발로 안착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 이에 마르티네스는 고국 선배이자 체인지업의 달인인 페드로 마르티네스에게 체인지업의 비법을 전수받았다.

페드로에게 ‘그립에 변화를 줘라‘라는 조언을 들은 마르티네스의 체인지업은 올 시즌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이다. 특히 좌타자 상대 바깥쪽으로 휘어져가며 떨어지는 낙폭이 대단히 커졌다. 일단 올 시즌 마르티네스는 체인지업의 비중을 지난해 9.3%에서 올 시즌 18.4로 두 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효과도 좋아 올 시즌 그의 체인지업 피안타율은 불과 .127에 불과하다. 우투수가 던지는 체인지업. 이는 당연히 좌타자 상대시 큰 효과를 불러오고 있는데, 지난해 좌타자 상대 .297의 피안타율이 올 시즌 .228로 수직 낙하했다. 커브가 여전히 위력을 떨치는 가운데 투심의 제구도 몰라보게 달라진 마르티네스는 지난해와는 전혀 다른 안정적인 투수가 돼가고 있다.

마르티네스는 올 시즌 등번호를 지난해의 44번에서 18번으로 바꿨다. 팀 동료이자 어렸을때부터 절친으로 지내온 오스카 타베라스를 추모하기 위함이다. 작년 타베라스의 등번호가 18번이었으며, 세인트루이스의 넘버 원 유망주였던 그는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지난 시즌을 마치고 고국에서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바 있다.

지난달 1일 세인트루이스는 다저스와의 홈경기에서 타베라스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경기 전 경기장으로 초대된 그의 가족이 그라운드에 등장하고, 그를 추모하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때마침 당일 선발투수로 내정돼있던 마르티네스는 눈물을 쏟아내며 불펜 투구를 진행중이었다. 그리고 7이닝 1피안타 무실점이라는 데뷔 후 최고의 투구를 선보였다. 함께하지 못하게 된 친구를 기리는 마음. 올 시즌 마르티네스 질주의 또 다른 원동력이기도 하다. [헤럴드스포츠=김중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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