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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미의 U대회 돌아보기] <3일째> 정읍을 뜨겁게 달군 남자축구팀
대회 3일차인 5일, 정읍공설운동장에서 열린 남자축구대표팀의 이탈리아 전에 4,000명에 달하는 구름관중이 모여들었다. 경기장 입구 주차장에서는 학생들의 축하공연이 한창이었고 관람객 게이트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경기장 앞이 시끌벅적했다. 관중의 연령층도 부모 손을 잡고 온 어린아이들부터 단체로 경기를 보러 온 군인들까지 다양했다.

자원봉사자들에게 관중 집계 현황을 묻자 애초 3,000명을 예상하고 경기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날 관중은 1만여 석짜리 경기장의 절반을 차지했다. 경기가 시작되고도 입장 대기 열은 한 동안 줄어들지를 않았다. 한 구석에서는 아이스박스 한가득 먹거리를 들고 온 가족단위 관중과 병과 캔 등 반입금지물품을 회수하는 스태프가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착석 후 기자석과 붙어있는 VIP석으로 눈을 돌렸다.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을 비롯해 변석화 대학축구연맹회장,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 이운재 올림픽대표팀 골키퍼 코치 등 축구계 유명 인사들이 얼굴을 비쳤다. 하프타임 때 관중들은 신태용 감독과 이운재 코치 주위를 에워쌌다. 이들은 사인과 사진 요청에 일일이 응했고 팬들은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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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정읍공설운동장에서 열린 한국과 이탈리아의 축구 조별예선 경기에서 군인들이 경기장 한 면을 차지해 열띤 응원을 펼였다.


경기 전부터 시작된 열띤 응원도 한국에게 큰 힘이 됐다. 북을 가지고 입장한 수백 명의 군인들은 관중석 한 편을 가득 채웠고, 큰 목소리로 대한민국을 외치고 북을 두드리며 선수들의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 주었다.

한국은 이 날 강팀 이탈리아를 상대로 최정예 멤버를 선발로 기용했다. 한국은 전반전에 역습과 공중볼 다툼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이탈리아에 뒤지지 않는 경기력을 보였다. 양 팀은 서로를 강하게 몰아세우며 난타전을 벌였고 그러면서도 실점하지 않기 위해 상대를 단단히 걸어 잠갔다.

0-0 팽팽한 긴장의 끈을 쥐고 이어지던 경기의 균형은 후반 15분 한국 정원진의 프리킥 득점으로 1-0이 됐다. 관중의 환호가 쏟아진 건 물론이다. 멋진 골은 마치 그들을 위한 선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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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후 다음 경기 승리를 위해 결의를 다지고 있다.


경기가 끝나고 믹스트존을 찾아 헤맸다. 별도 공간 없이 운동장에서 인터뷰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트랙으로 나갔다. 관중석 난간을 통해 팬들로부터 선물을 건네받는 선수들부터 인터뷰를 하는 기자들, 선수들과 기념촬영을 하려는 관중들이 한 데 어우러져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었다.

결승골의 주인공 정원진과 짧은 인터뷰를 가졌다. 경기 소감을 묻자 “이탈리아가 강팀이기 때문에 한 발 더 뛴다는 마음으로 뛰었고 이기게 돼서 기분이 좋다”고 답했다. 이어 물이 오른 골감각에 대해서도 “여기(대표팀)에는 대학에서 최고의 선수들이 왔기 때문에 더 좋은 패스가 온다. 내가 잘 했다기 보다는 동료들이 뛰어난 선수들이고 잘해주어 골을 넣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원진은 지막으로 다음 캐나다와의 경기를 앞둔 각오로 “우리가 2승을 했고 8강행에 있어서 (다른 팀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지만 방심하지 않고 우승을 목표로 삼고 노력하겠다”며 다부지게 말했다.

수많은 시민들이 인터뷰가 끝나기 무섭게 정원진의 주위로 모여들었다. 밝은 표정으로 한 명 한 명과 포즈를 취했다. 선수들의 인기는 샤워를 마치고 나와 버스에 오르는 순간까지도 계속됐다. 가족이나 지인을 만나러 나온 선수들은 구름같이 모여 든 인파에 놀라는 모습이었다.

올림픽대표 박동진(한남대)과 김동준(연세대), 한때 인터넷에서 ‘초등학생 폭풍 드리블’ 영상으로 큰 화제가 됐던 이정빈(인천대) 등이 많은 이들의 환호를 받았다. 플래카드를 손에 든 어린 학생들도 있었다. 선수들을 향한 플래시 세례도 계속됐다.

이어 빠른 발걸음으로 버스에 오른 정원진에 아쉬워하는 시민들을 목격했다. 이들의 바람을 간파한 선수단 버스 기사가 그의 손을 이끌고 나와 시민들 앞에 세웠다. 멋쩍게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에 사람들은 큰 박수와 환호로 격려했고, 결승골을 넣은 선수의 인기는 단연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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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의 인기를 실감케 하는 팬들의 모습. 버스 안에서 이를 신기하게 지켜본 윤보상(울산대)이 사진을 보내왔다.


버스가 떠날 때까지도 사람들은 주위를 떠나지 않고 선수단을 배웅했다. 경기장을 떠나는 버스에 손을 흔들었고 선수들 역시 이런 상황이 신기하면서도 반가운 눈치였다. 축구경기를 보기 위해서는 광양, 광주, 목포, 영광, 전주 등지로 나가야 했던 정읍 시민들에게 한국과 이탈리아의 경기는 더없이 좋은 경험이었고 한국 선수들은 승리로 사랑에 보답했다. 11만 인구의 소도시 정읍에 때 아닌 축구 열풍이 분 날이었다. [헤럴드스포츠(광주)=김유미 기자 @ym1618]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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