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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미의 U대회 돌아보기] <2일째> 광주에서 만난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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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미국과 터키의 남자농구 예선 첫 경기가 열린 동강대체육관 전경. 관중들이 가득 들어차있다.


개회식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대회 이튿날인 4일에는 세 종목을 취재했다. 오후 12시 미국 캔자스 대학과 터키의 남자농구경기가 열리는 동강대체육관을 찾았다. 대회 시작 전부터 화제를 일으켰던 농구 강국 미국의 예선 첫 경기에 경기장 바깥은 표를 구매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고, 체육관 안도 만원 관중이 들어찼다.

1쿼터가 한창 진행되던 중 관중석에 낯익은 인물이 들어섰다. 지난 3월 불미스러운 피습 사고를 당했던 주한 미국 대사 마크 리퍼트였다. 부인 로빈 리퍼트와 생후 6개월 된 아들 ‘세준’도 동행했다. 부상 입은 손목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고 얼굴에는 반창고를 붙였지만 표정은 누구보다도 밝았다. 모여드는 주위의 시선에도 리퍼트 대사는 미국 팀의 득점 순간마다 박수와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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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국 대사 마크 리퍼트가 4일 동강대체육관을 찾아 미국 캔자스 대학 농구팀을 응원했다.


2쿼터가 지나고 리퍼트 대사가 VIP석에서 일어났다. 관중들과 인사를 나누며 체육관 반을 돌아 반대편 기자석으로 향했다. 기자석 한 편에 앉아 관계자들과 담소를 나눴고 미국에서 온 주위 보도진들에게 격려를 보냈다. 한국인 관중이 건네는 말에도 귀 기울이며 친근한 행보를 이어갔다.

자국 대사의 방문 덕이었을까. 1쿼터를 9점 뒤진 채 끌려가던 미국은 2쿼터에만 20득점하며 터키를 바짝 추격했고 3쿼터 역전 후 리드를 유지해 9점차 승리를 거뒀다. U대회에 각국 대사들이 경기장을 방문해 외교와 선수단 격려 차원의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지만 한국 사랑이 남다른 리퍼트 대사이기에 그의 방문은 더욱 빛이 났다.

오후 4시 30분에는 한국과 대만의 여자축구 경기 취재를 위해 호남대운동장으로 향했다. 국내 대학 유일 국제 규격 천연잔디구장을 보유한 호남대. 평소 U리그에서는 관중석 없이 사용되던 구장이 유니버시아드를 위해 3면에 간이 스탠드를 갖춘 세련된 축구장으로 탈바꿈했다. 이 곳 역시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대의 관중들이 발 디딜 틈 없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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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대만과 맞붙은 한국 여자축구팀을 응원하기 위해 호남대운동장을 찾은 열혈 축구팬.


주심의 휘슬이 울린 지 얼마 되지 않아 골키퍼 뒤쪽 관중석에서 ‘대~한민국!’하고 외치는 남성들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경기장을 가로질러 들려왔다. 여자 선수들의 이름이 새겨진 빨간 유니폼을 입고 응원용 북을 두드리며 목청을 높이던 축구팬들이 관중석 한 편을 차지하고 있었다. 선수들에게 힘이 되어 주기 위해 멀리 광주까지 왔다는 이들은 남자축구 경기장에서도 볼 수 없던 열혈 팬들이었다. 그러나 본인들의 자세한 인적 사항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3명의 소규모 응원단이었지만 평소 프로축구 서포터로 활동하는 이력자들답게 능숙한 응원으로 경기장을 압도했다. 응원가 세트리스트 역시 붉은악마의 것과 다를 바 없어 주위 사람들도 쉽게 응원에 동참할 수 있었다. 어려운 경기를 했지만 열띤 응원 덕에 힘을 얻어 승리한 여자축구팀은 다음 경기 결과와는 상관없이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90분 내내 열정적인 응원전을 편 세 사람은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뒤로한 채 경기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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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송종훈(22·한체대)이 펜싱 남자 개인 사브르 결승에서 러시아의 드미트리 다미렌코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펜싱경기가 한창인 김대중 컨벤션 센터. 오후 2시가 지나면서 다이빙에서 김나미(21·독도스포츠)의 한국 첫 메달과 유도 남자 -100kg에서 조구함(23·용인대)의 한국 1호 금메달이 나왔다. 오후 8시 경에는 펜싱 사브르 개인 종목에서 송종훈(22·한체대)이 펜싱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송종훈이 시상대에 오르는 순간, 금메달리스트 탄생의 현장에 있다는 흥분이 몰려왔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송종훈은 “광주에서 나고 자랐다.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게 돼 영광”이라며 “남은 단체전에서도 메달을 따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회(개최)가 쉬운 일이 아닌데 광주에서 경기를 하게 돼서 기쁘고, 다시 한 번 이곳에서 메달을 따서 영광"이라고 전했다.

펜싱경기장에서 나와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셔틀버스 탑승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U대회에 온 기자들은 메인프레스센터(MPC)로도 사용 중인 김대중 컨벤션 센터에서 각지의 경기장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자원봉사자의 안내에 따라 숙소에서 가까운 동강대체육관 방향 버스에 올랐다.

낮에는 생업에 종사하고 저녁에는 셔틀버스 운행을 하는데 때아닌 성수기를 맞았다는 셔틀버스 기사분으로부터 질문이 쏟아졌다. 어디서 왔는지, 늦은 시간인데 왜 체육관에 가는지 등등. 숙소로 가려면 목적지인 동강대에서 버스를 타고 꽤 가야한다는 것을 인지한 기사님은 보다 가까운 광주역에서 차문을 열어주셨다. 운전석에서 일어난 기사님은 건널목을 가리키며 “저 짝 횡단보도를 두 번 건너. 그리고 7번 버스 타면 바로 도착할 겨. 잘들 들어가”라며 구수한 광주 사투리 섞인 안내로 끝까지 기자들의 귀가를 책임졌다.

대회 개막 고작 2일, 한국 선수들은 이제야 메달 3개를 목에 걸었고 아직 일정을 시작하지 않은 종목들도 있다. 하지만 지금 광주 U대회에서는 수천 명의 선수 및 관계자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다. 대회 마지막 날까지 다양한 얼굴들이 만들어내는 더 감동적인 이야기가 들려오길 기대한다.[헤럴드스포츠(광주)=김유미 기자 @ym1618]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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