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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산상고 조현명'을 뛰어넘을 '롯데 조현우'
2013년 9월 15일 목동구장. 군상상고와 마산고가 제41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맞붙었다. 군산상고는 1회에만 대거 8점을 뽑아낸 타선을 앞세워 20-4로 승리했다. 1996년 이후 17년 만에 오른 봉황대기 정상이었다. 전국대회 우승으로 범위를 넓혀도 1999년 황금사자기 우승이 마지막이었기에 감격은 컸다.

대회 최우수선수로는 조현명(당시 군산상고)이 선정됐다. 4경기 23.1이닝 평균자책점 1.54로 팀 우승을 이끈 투수였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신생팀 kt 위즈에 2라운드 16순위로 지명된 조현명에게 장밋빛 미래만 있을 것처럼 보였다.

2014 시즌을 앞둔 조현명은 조현우로 이름을 바꿨다. 그 때문일까? 2014 퓨처스리그에서 '군산상고 조현명'의 위엄은 온데간데없었다. 조현우 본인도 이를 아쉬워했다. "군산상고 3학년 때 전반기를 날리다시피 했다. 부상 탓이었다. 팀에 보탬이 되고자 후반기에 많이 던졌다. 그게 작년에 프로에 와서 부진했던 이유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사실 아직도 내가 작년에 왜 그렇게 못했는지 잘 모르겠다."

확실한 눈도장을 받지 못한 조현우였지만 kt 조범현 감독은 그를 주목했다. 1군 진입을 앞둔 2015 시즌 스프링캠프 당시 인터뷰마다 "조현우를 주목하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조현우 역시 퓨처스리그에서 구원투수로 나서며 차근차근 성장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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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유니폼을 입은 조현우의 모습.

그러던 5월 2일, 조현우에게는 중대사건이 터진다. 롯데 자이언츠와 kt가 단행한 5-4 트레이드의 한 축으로 유니폼을 바꿔 입은 것이다. 이제 막 kt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려던 차였기에 아쉬움이 컸을 것만 같았다. "조범현 감독님께 죄송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인터뷰에서 내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그런데 난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쉬웠다. 롯데에 대한 낯설음도 걱정됐다."

그렇게 부산행을 통보받은 조현우는 어느덧 마법사의 색을 조금씩 지우며 거인이 되어가고 있다. 롯데 1군에는 강영식-이명우라는 좌완 계투가 있지만 모두 30대 중반이다. 조현우가 잘 성장한다면 젊은 피가 부족한 롯데 불펜에 큰 수혈이 되는 셈이다. 그리고 롯데 동료들은 그의 적응에 도움을 줬다. 순조로운 적응을 끝마친 트레이드 한 달 뒤, 그는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1군의 부름을 받았다.

조현우의 1군 성적은 3경기 4이닝 평균자책점 4.50. 첫 두 경기에서 2.1이닝을 깔끔히 막았지만 세 번째 경기에서 홈런 두 개를 얻어맞았다. 조현우는 곧바로 퓨처스 팀에 내려갔다. "아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래도 제가 못했으니까 누구의 탓도 할 수 없어요. 퓨처스 팀에서 다시 제 공을 던지면서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 기회가 찾아올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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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상고 시절 조현명으로 이름을 날린 바 있는 롯데 투수 조현우.

잠시간의 1군 나들이였지만 그 자체로 조현우에게 큰 동기부여가 됐다.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는 1군 마지막 등판이었던 6월 23일 삼성 전에서 이승엽에게 홈런을 맞았다. 2014 한국시리즈를 앞둔 삼성 라이온즈는 kt와 연습경기를 치렀는데, 조현우는 그때도 이승엽에게 2루타를 허용했다. 두 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장타를 내준 조현우는 독기를 품었다. "다음에 이승엽 선배를 만나면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을 거예요." 그렇게 조현우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다시 시계를 돌려보자. 봉황대기 최우수 선수로 선정된 조현우는 이상훈을 롤모델로 꼽았다. 같은 좌완이기 때문일까? "이상훈 코치님 보면 씩씩하잖아요. 당차고요. 저는 마운드에서 소심한 면이 있거든요. 그런 모습을 닮고 싶어요."

그의 1군 목표는 마무리 투수라고 한다. 이유가 궁금했다. "물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야겠죠. 마무리 투수는 궁극적인 목표예요. 멋있잖아요? 팀의 마지막 투수니까요. 모두가 믿는 투수잖아요. 굉장히 매력적인 자리 같아요. 팬들에게 믿을 수 있는 투수로 기억되고 싶거든요. 어떤 상황에서 호출받아도 완벽히 막아내는 게 제 꿈이에요."

속구, 슬라이더, 커브, 투심을 구사하는 조현우는 그 중 슬라이더가 가장 자신 있다고 밝혔다. 거기에 체인지업까지 연마하고 있으니 기대해달라는 그의 다짐에서 자신감이 묻어났다. 평소 낯가림이 심하고 웹툰 보는 게 취미라는 그였지만 야구를 대할 때만큼은 달랐다. 팬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하자 굉장히 수줍어하던 조현우는 "아직 많이 부족하고 서툴지만 점점 좋아지는 투수가 되겠다"라며 각오를 전했다.

인터뷰가 낯설어 두서없이 말한 것 같다며 기자에게 '기사 잘 부탁한다'고 당부한 조현우. 그러나 그에게는 어떠한 포장도 필요 없었다. 그 자체로 팬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투수이기 때문이다.

이제 군산상고 조현명은 없다. 롯데 조현우만 있을 뿐이다. 무언가를 바꾸는 건 과거의 모습보다 나아지기 위해서다. 개명 역시 마찬가지다. 롯데 팬들은 군산상고 조현명을 뛰어넘는 롯데 조현우를 기대하고 있다. [헤럴드스포츠=최익래 기자 @irchoi_17]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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