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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장타가 축복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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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디보트를 만들어 내는 버바 왓슨의 아이언샷.


골프계에서 장타력은 축복이라는 말들을 한다. 좋은 스윙을 만들고 몸을 부지런히 단련해도 타고난 게 빈약하다면 거리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드라이버 거리를 10~15야드 늘리려다 슬럼프에 빠진 선수들은 부지기수다. 대표적인 선수가 김경태와 지은희다. 이들은 아이언샷이 정교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티샷 거리를 10~15야드만 늘리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마음에 스윙에 손을 댔다가 좋던 아이언샷까지 흔들려 고생한 케이스다.

그런 면에서 버바 왓슨은 축복의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선수다. 왼손잡이인 왓슨은 스윙이 엉성하다. 그래도 PGA투어 장타부문 1위다. 루키 시절이던 2006년 데뷔하자마자 평균 319.6야드를 때려 장타왕에 올랐다. 공식 경기에서 가장 멀리친 거리는 WGC-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 기록한 442야드다. 그의 볼 스피드는 최대 194마일로 무려 시속 312km다. 180cm의 키에 풋볼선수였던 부친의 유전자를 물려 받았으니 장타는 천부적인 재능인 셈이다.

왓슨은 장타력을 앞세워 PGA투어에서 통산 8승을 거뒀다. 2010년 이후 PGA투어에서 8승을 거둔 선수는 로리 매킬로이(11승)와 타이거 우즈(8승), 그리고 왓슨 3명 뿐이다. 흥미로운 점은 지난 주 트레블러스 챔피언십이 열린 TPC 리버 하이랜드는 PGA투어가 열리는 대회코스중 거리가 아주 짧은 축에 속한다는 점이다. 코스 전장이 6840야드에 불과하다. 전장이 짧으면 페어웨이 폭이 좁고 코스에 장애물이 많으며 그린도 까다롭기 마련이다. 코스 디자이너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단타자들이 득세할 것 같은 이 코스에서 왓슨은 2010년 PGA투어 첫 승을 거뒀으며 지난 주 또 우승했다. 두 번 모두 연장전 끝에 거둔 승리였다. 전장이 긴 토리 파인스와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두 번씩 우승했지만 짧은 코스에서도 두 번 우승했다. 왓슨은 지난 주까지 TPC 리버 하이랜드에서 34라운드를 치르면서 94언더파를 기록중이다. 2위와 무려 27타차가 난다. 장타자들은 드라이버도 멀리 치지만 다른 클럽도 멀리 나가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주 트레블러스 챔피언십에서 그의 드라이버 평균 거리는 318.5야드에 달했다. 하지만 거리가 아닌 코스 매니지먼트의 승리였다. 왓슨은 드라이버 일변도의 강공으로 가지 않고 필요에 따라 3번 아이언으로 티샷했다. 정확도가 필요한 홀에서는 물러서는 전략을 썼다. 대회 내내 파4홀인 15번홀(296야드)과 17번홀(420야드)에서 3번 아이언으로 티샷했다. 롱 아이언으로 티샷 해도 남들 드라이버 거리에 크게 뒤지지 않으니 장타력은 분명 선택받은 자의 축복이다.

장타자들은 쇼트게임에 약하다는 평가가 있으나 왓슨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트레블러스 챔피언십에서 왓슨은 나흘간 경기를 치르며 3m 이내 거리에서 두 차례만 퍼트에 실패했다. 왓슨과 동반 플레이를 여러 차례 해 본 양용은 프로는 “버바 왓슨은 장타자지만 쇼트게임에도 능하다. 어려서부터 천연 잔디 위에서 놀이 삼아 골프를 익혀서 그런 지 그린 주변에서의 플레이에 놀랄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78년생인 왓슨은 골프인생 목표가 ‘PGA투어 10승’이라고 말한다. 타이거 시대에 10승 이상을 거둔 선수는 아담 스캇과 로리 매킬로이, 잭 존슨 등 12명에 불과하다. 왓슨은 트레블러스 챔피언십 우승후 가진 인터뷰에서도 “요즘처럼 세계 전역에서 잘 치는 선수들이 PGA투어로 몰려 오는 시대에 두자릿수 우승은 대단한 일이다. 갈수록 우승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10은 내게 대단히 큰 숫자”라고 말했다. 겸손하기까지 하다.

왓슨은 두 달후 열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을 벼르고 있다. 대회 코스는 2010년 연장전 끝에 마틴 카이머(독일)에게 패했던 위스콘신주 쾰러의 휘슬링 스트레이츠다. 왓슨은 통산 연장 전적에서 5승 1패를 기록중인데 유일하게 패배를 기록한 코스다. 더스틴 존슨의 벌타 사건으로 유명한 이 대회 연장전에서 왓슨은 볼을 물에 빠뜨려 허무하게 우승컵을 넘겨야 했다. 미국의 골프 전문가들은 왓슨의 PGA챔피언십 우승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두 번이나 우승한 마스터스(오거스타 내셔널)와 코스가 비슷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왓슨이 축복의 장타력을 앞세워 제3의 메이저 우승에 성공할지 지켜볼 일이다. [헤럴드스포츠=이강래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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