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그늘집에서]우승파티 대신 훈련캠프 차린 조던 스피스
이미지중앙

US오픈이 조던 스피스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뒤 ' 브리티시오픈이 열리는 세인트 앤드류스에서 다시 만나자'는 대형 리더 보드의 문구.


주니어 시절 전미 주니어무대에서 조던 스피스와 경쟁했던 안병훈의 부친 안재형 감독은 그를 잘 기억하고 있었다. 아들의 백을 매고 주니어 경기를 함께 뛰었던 안 감독은 “조던 스피스는 병훈이의 2년 후배다. 주니어 시절부터 전국구 스타였다. 모두가 그를 좋아했다. 굉장히 성실했고 볼도 잘 쳤다”며 “어린 나이에도 멘탈이 뛰어났고 인품도 좋았다. 그리고 모든 대회에서 우승 경쟁을 할 정도로 약점이 없었으며 플레이가 안정적이었다“고 회고했다.

골프 역사상 최연소 메이저 연승에도 불구하고 스피스는 텍사스 집으로 돌아가 조용히 우승을 자축했다. 진중한 그의 성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스피스가 우승한 일요일 저녁 고향 댈러스의 랜드마크 건물인 리유니언 타워에 ‘J-O-R-D-A-N!’이란 대형 글자가 환하게 불을 밝혔지만 스피스는 조용한 밤을 보냈다. 안 감독이 본 모습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스피스는 <골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US오픈 우승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 잊지 못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의 부모와 남동생인 스티븐은 현장에서 우승 장면을 지켜봤다.

대회가 끝난 후 스피스가 가장 고대한 일은 선천성 자폐를 앓고 있는 여동생 엘리와의 재회였다. 엘리는 여름학교에 다니느라 US오픈 대회장에 오지 못했다. 스피스는 지난 4월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뒤 여동생 엘리를 장난감 가게에 데려갔다. 그리고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그린 재킷도 입혀줬다. 이번 US오픈 우승 뒤에도 스피스는 체임버스 베이의 기념품점에 들려 여동생의 선물을 구입했다. 스피스는 대회 출전을 위해 집을 떠났다가 돌아올 때는 항상 여동생에게 선물을 한다.

오랜 시간 스피스의 스윙을 지도한 캐머런 맥코믹 코치도 차분하긴 마찬가지다. 골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US오픈 우승에 대해 “어제의 뉴스”라고 말했다. 승리에 취해 시간을 허비하기 보다는 다음 메이저 대회를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의 말처럼 스피스는 이번 주 트레블러스 챔피언십과 다음 주 그린브라이어 클래식에 결장하며 2주간 스윙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댈러스에 위치한 브룩 할로우 골프장에서 맥코믹 스윙 코치와 함께 연습하기로 했다.

스피스는 3주 후 열리는 존 디어 클래식을 통해 투어에 복귀한다. 2013년 PGA투어 첫 우승을 거둔 이 대회를 통해 경기 감각을 회복한 뒤 그 다음 주에 열리는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오픈에 출전하게 된다. 많은 전문가들은 US오픈이 열린 체임버스 베이 골프클럽이 스코틀랜드풍의 링크스 코스였기에 브리티시오픈에서도 우승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번 브리티시오픈이 열리는 세인트 앤드류스 올드코스는 ‘브로콜리 위에서 퍼팅하는 것 같다는’ 체임버스 베이의 그린보다는 상태가 좋기에 스피스의 퍼팅 실력이 위력을 발휘할 것이란 예상이다.

스피스는 2011년 영국-미국간 아마추어 국가 대항전인 워커컵을 통해 세인트 앤드류스 올드코스에서 경기한 경험이 있다. 당시 스피스는 바람이 없는 맑은 날씨에 12개 홀에서 5언더파를 친 좋은 기억이 있다. 지금까지 마스터스와 US오픈, 브리티시오픈에서 3연승을 거둔 마지막 선수는 텍사스 출신의 벤 호건이다. 그는 1953년 커누스티에서 열린 브리티시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스피스 가족은 존 디어 클래식이 끝난 후 전세기를 타고 브리티시오픈이 열리는 세인트 앤드류스에 가기 위해 에딘버러 공항으로 향한다. 오빠가 언제나 우승 트로피를 들고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여동생 엘리는 이번에도 동행하지 않는다. “엘리의 오빠이기 때문에 겸손하게 살 수 있었다. 자폐 어린이들이 사는 모습을 보면 우리가 당연시 하는 일상에 대해 감사하게 된다”는 그의 말은 다시 한번 깊은 울림을 남긴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시대가 저물고 '원더보이' 조던 스피스의 세상이 시작됐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헤럴드스포츠=이강래 기자]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