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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5일] 골볼 김민우 ‘시원한 골 세례로 스페인 전 악몽을 떨쳐내다’

한국 남자 골볼 대표팀은 지난 10일 장충체육관에서 2015 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에 스페인과 조별예선 첫 경기를 치렀다. 리우데자네이루 장애인 올림픽 출전권을 노리는 한국의 첫 걸음을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경기를 찾았다.

경기는 접전이었다. 스페인에게 선취골을 내준 한국은 김철환의 동점골로 금세 따라붙었다. 전반 종료직전 아쉬운 실점을 내주며 1-2로 전반을 마쳤다.

김민우는 후반전에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후반 3분 동점골을 일궈내며 대회 첫 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후반 종료 직전. 김민우는 ‘오늘 스페인은 속공을 안 한다’라는 생각에 공격 후 잠시 긴장을 풀었다. 그 순간 페르난데스 아리아스가 김민우를 향해 공을 뿌렸고, 이 슈팅은 결승골로 연결되었다. 당시 김민우는 인터뷰에서 “스페인이 속공이 없었어요. 공을 막자마자 바로 공격하는 템포가 없었는데, 마침 그 하나를 굴린 것에 제가 점수를 내준 것이죠. 방심을 한 거죠. 그게 결정적 패인이 됐습니다”며 아쉬운 표정으로 상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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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우가 14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멕시코전 중 승리를 직감한 듯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다.


이후 한국은 강호 터키에게 3-13으로 대패를 당한 뒤 12일 독일을 맞이했다. 전반은 7점씩 주고받는 치열한 점수 쟁탈전이었으나 후반은 좀처럼 스코어가 바뀌지 않았다. 한국 벤치는 공격이 좋은 김민우의 투입을 고려했다. 하지만 김민우는 아이패치(골볼은 아이패치와 고글을 착용해야 경기에 출장할 수 있다)를 눈에 붙였지만 마지막까지 코트에 나서지 않았다. ‘내가 저번처럼 실수하면 어쩌지’하는 부담감이 컸기 때문이었다. 결국 한국은 후반 1득점에 그치며 다소 아쉬운 8-8 무승부를 기록했다.

대회 전 메달권 진입을 노리던 한국은 13일 체코전에서도 패하며 조별예선 탈락 위기에 빠졌다. 8강에 진입하려면 남은 세 경기를 모두 이긴 뒤 다른 팀의 결과를 봐야했다. 순위도 중요했지만 4경기 동안 1승도 건지지 못한 건 대회 개최국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선수들은 첫 승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며 14일 멕시코전에 나섰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김병훈이 하이볼-10초 룰 반칙으로 패널티드로우(축구 패널티킥과 유사) 2개를 내줬고 페르난도 산티아고 히메네즈가 모두 득점으로 연결했다.

한국에 조별예선 탈락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는 순간 김민우가 해결사로 나섰다. 실점 뒤 1분 만에 만회골을 넣으며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3-2로 뒤진 채 시작한 후반전에는 3분 만에 동점골을 꽂았고, 연이어 추가골도 만들어냈다.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한국은 김남오의 연속 득점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김민우가 승리를 자축하는 마지막 점수를 올리며 팀의 7-4 완승을 이끌었다.

경기를 마치고 나오는 선수단의 표정에는 첫 승에 대한 기쁨이 가득했다. 특히 이날 4골을 터트린 김민우의 표정에서는 후련함이 느껴졌다. 그는 경기 직후 이루어진 인터뷰에서 “승이 없어서 (오늘만은) 꼭 이겨야겠다는 생각이 많았다. 선수들 모두 잘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 오늘 팀에 중요한 득점을 올려서 기분 좋다”며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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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우(오른쪽)가 14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멕시코전을 승리로 이끈 뒤 환환 표정으로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이어 “스페인 전 이후 마음고생도 하고 압박감도 있었다. 그래서 (박빙이었던) 독일전도 부담감 때문에 들어가지 못했다. 오늘 좀 잘해서 그런 걸 털어냈다. 앞으로 긍정적인 생각만 하며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한국은 15일 오전 9시 스웨덴, 오후 4시 이집트와의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8강 진출을 위해 두 경기를 무조건 이겨야한다. 김민우는 “둘 다 꼭 이겨야한다. 그래야 (다음 라운드에) 올라갈 수 있다. 이번 승리를 밑거름 삼아 결승까지 모두 다 승리로 장식하겠다”라며 당찬 포부를 남겼다.

※골볼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진 종목이다. 1946년 실명한 퇴역 군인들의 재활을 위해 오스트리아인 한츠 로렌첸(Hanz Lorenzen)과 독일인 제프 라인드레(Sepp Reindle)가 고안했다. 아이패치와 눈가리개(불투명 고글)을 반드시 착용해야 경기를 할 수 있기에 모든 선수들이 등급분류(B1~B3)에 관계없이 동등한 조건으로 경기에 임한다. 따라서 비장애인도 장비만 착용한다면 동등한 입장에서 즐길 수 있는 구기종목이다.[헤럴드스포츠=차원석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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