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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4일] 이색경기장, 스탠딩석이 있는‘송파여성축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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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축구 전맹 부문(B1)이 열리는 송파여성축구장에는 이색적인 ‘스탠딩석’이 있다.

일본과 영국의 2015 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축구 전맹 부문(B1) 1조 예선 경기가 열린 13일 송파여성축구장. 이날 이곳은 숭실대학교 축구부 30여 명 등의 적지 않은 관중들이 있었다. 그런데 경기장 안의 좌석뿐만 아니라 경기장 바깥 울타리 주변에도 관중들이 꽤 있었다. 이곳은 송파여성구장이 자랑하는 핫 플레이스(Hot Place), ‘스탠딩석’이다.

송파여성구장은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의 성내천(川) 내에 자리 잡고 있다. 송파구는 주민들의 복지를 위해 성내천에 자전거도로·물놀이장·분수대·징검다리 등의 시설을 갖췄다. 그렇기 때문에 구장 옆 산책로와 자전거 길은 운동하는 사람들의 왕래가 잦다.

이날도 스탠딩석의 관중은 산책하다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멈춰선 채 경기를 봤다. 그들은 “앞이 안 보이는 데 딱하다”, “그럼에도 너무 잘 한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경기를 유심히 지켜봤다. 이 중에서는 더 자세히 보기 위해, 혹은 단순한 호기심에 경기장 안으로 들어온 관중도 여럿 있었다. 이렇게 스탠딩석은 ‘구조적으로’ 관중몰이를 하고 있다. 만약 이 스탠딩석을 지나간 인원을 집계한다면, 이번 대회 최다관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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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 ‘스탠딩 석’에서 관람 중인 소형관 씨(왼쪽)와 윤지하 씨.

실제로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경기를 관람한 윤지하 씨(24)와 소형관(25) 씨는 “학교가 바로 옆이다. 하굣길에 지나가다 봤는데 신기하다”며 경기를 지켜봤다. 윤 씨는 “비장애인 축구 국제대회를 직접 관람한 적이 있는데, 국제대회를 지나가면서 보긴 또 처음”이라고 말했다. 또 “아예 경기장 안에 들어가서 보라”라는 권유에 대해 “선수들이 소리가 나는 공을 차기 때문에 조용히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면에서) 이곳이 더 좋은 것 같다”며 정중히 거절했다. 소 씨는 “소리와 감각으로만 하는 것 아닌가? (시각장애인들이)답답할 것 같다”며 “몸싸움도 거칠고 생각보다 재밌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전반전이 끝나자 다시 페달을 밟고 제 갈 길을 갔다.

스탠딩석 관중의 주요 연령층은 중년의 남성들이다. 이들은 운동을 하기 위해 성내천에 자주 온다. 또 대부분 축구에 관심이 많다. 이들은 평소 자주 걷던 성내천 길을 가다가 한 번씩 경기를 본다. 그리고 연신 감탄과 탄식을 남발한다. 지나가던 한 중년 남성은(익명을 요구했다) “산책하는 길에 경기를 봤다. 시각장애인 축구는 또 처음 본다. 부딪히면 많이 아프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본래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에게도 열려 있다.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통합’이다. 이런 점에서 시각장애 축구가 펼쳐지는 이 이색적인 경기장은 대회와 정말 잘 어울린다.

한편 이날 펼쳐진 1조 예선 경기에서는 중국이 그루지야를 8-0으로 크게 이겼고, 영국은 일본에 1-0으로 승리했다. [헤럴드스포츠=지원익 기자]

■13일 시각장애축구(B1) 예선 경기결과
1조
중국 8-0 그루지야
일본 0-1 영국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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