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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중겸의 MLB 클립] 해밀턴과의 재회, 잃을 것이 없는 텍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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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행이 공식 확정된 조시 해밀턴 (사진=OSEN)


알링턴 볼파크(현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는 야유가 들려오고 있었다.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팀의 지구 우승을 가로 막은 어이없는 포구 실책(결승점을 내준 실책이었다.)과 앞선 타석 초구 병살타에 이은 삼구 삼진. 와일드카드 단판승부라는 초조함과 마지막 10경기에서 5경기 차 선두를 지키지 못했다는 팬들의 분노는 무성의해 보이는 스윙을 연신 휘두른 뒤 덕아웃으로 향하는 조시 해밀턴을 조준하고 있었다.

이어진 세 번째 타석의 초구 땅볼과 마지막 타석에서 다시 나온 삼구 삼진까지. 삼진 두 개 포함 4타수 무안타로 해밀턴을 처리하는 동안 볼티모어 투수들에게 필요한 공은 단 8개 뿐이었다. 그가 타석에 들어서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야유의 농도도 더욱 짙어졌다. 전년도 마지막 스트라이크 한 개를 잡지 못하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맛보지 못한 텍사스 팬들의 염원도 그렇게 끝이 나고 말았다. 2012년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단판승부의 단상이자 텍사스와 함께 한 해밀턴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해밀턴을 향한 텍사스 팬들의 야유는 이듬해 봄 계속됐다. 오프시즌 텍사스의 지구 라이벌인 LA 에인절스와 5년간 1억 2,500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한 것은 부차적인 이유였다. 그 해 스프링캠프를 앞둔 2월 지역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댈러스는 풋볼의 인기가 많지만, 야구의 도시는 아니다’라고 말한 것이 더 큰 발단이었다. 텍사스 팬들은 해밀턴이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고 알링턴 볼파크를 방문하자 직전 해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야유를 퍼부음과 동시에 타석에 들어서면 신문을 펼쳐 보며 그에게 관심조차 없다는 조롱 섞인 집단 행동을 보였다. 그렇게 팀과 본인 모두 최고의 전성기를 함께 했던 텍사스와 해밀턴의 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간). 보는 이의 눈을 의심하게 하는 놀라운 뉴스가 전해졌다. 텍사스가 LA 에인절스와 조시 해밀턴 트레이드에 근접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28일 에인절스가 텍사스로부터 추후 지명 선수 또는 현금을 받는 다는 세부 내용과 함께 해밀턴의 텍사스행이 최종 확정됐다. 에인절스의 연봉 보조 규모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해밀턴의 텍사스행이 공식 확정된 뒤 보도된 <댈러스뉴스>에 따르면 해밀턴의 잔여 연봉 약 8,020만 달러 중 에인절스가 6,500만 달러 이상을 연봉 보조하기로 했으며, 해밀턴은 주세 차익으로 인해 생기는 700만 달러의 연봉 손해를 감수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해밀턴의 정확한 잔여 연봉은 올 시즌 2,300만 달러 중 현재까지의 연봉을 제외한 2천 23만 4,973달러와 내년부터 각각 2년간 3,000만 달러를 합한 8천 23만 4,973달러다. 또한 캘리포니아주가 13.3%의 주세가 매겨지는 대신 텍사스주는 별도의 주세가 없다.)

에인절스가 이같이 엄청난 액수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해밀턴을 텍사스로 보낸 데에는 모레노 구단주의 강한 의지 때문이었다. 지난 2년간의 부진은 차치하고라도 이번 오프시즌 해밀턴이 다시 마약에 손을 댄 정황이 포착되면서 모레노는 선수로서 뿐만이 아닌 인간적으로 해밀턴에 엄청난 실망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겨울 해밀턴은 마약에 다시 손을 대 MLB 사무국의 조사를 받아야 했으며, 이혼 소송까지 불거지면서 시끄러운 오프 시즌을 보낸 바 있다.

그렇다면 텍사스가 해밀턴에게 다시 손을 내민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비록 최근 들어 팀의 부진에 따른 비난의 화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는 하나, 다니엘스 단장이 지난 10년간 가장 잘 한 일 중 하나로 평가받는 무브는 해밀턴을 FA로 잡지 않은 것이었다. 더군다나 팬들과의 마지막 관계가 결코 매끄럽지 못했던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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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절스 시절 텍사스를 상대하는 조시 해밀턴(사진=OSEN)


일단 현재 텍사스 타선의 타격 침체에서 첫 번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27일까지 텍사스의 팀 타율은 .211로 메이저리그 30개 팀 가운데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3할 타자는 필더가 유일하며 40타석 이상 들어선 9명 중 5명의 타자가 1할 대의 빈타에 허덕이고 있다. 홈 개막전에서 라이언 루아가 부상으로 이탈하고 스몰린스키와 페구에로 모두 뚜렷한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있는 좌익수 자리에 대한 고민이 여전하다는 점도 해밀턴 영입 배경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제프 베니스터 감독의 존재도 간과할 수 없다. 피츠버그 코치 출신인 베니스터는 텍사스 타격 코치 출신으로 해밀턴의 부활을 도운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감독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다니엘스 단장에게 베니스터를 추천한 인물 역시 허들 감독이었다.) 물론 허들 감독이 텍사스 타격 코치로 활약한 것은 2010시즌 한 해 뿐이다. 하지만 당시 해밀턴을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타자로 탈바꿈 시킨 것은 타격 메카닉을 미세하게 조정한 허들의 원 포인트 레슨 덕분이었다. 당시 5월까지 48경기에서 .285의 타율을 기록했던 해밀턴은 6월 초 스윙시 오른 발 끝의 움직임을 없애라는 당시 허들 코치의 조언을 듣고 난 이후 85경기에서 .405의 타율을 기록한 바 있다. 당시만큼 해밀턴이 정확성과 파워를 겸비했던 시즌은 없었으며(.359-32홈런-100타점), 2010년은 해밀턴이 아메리칸리그 MVP를 수상한 해다. 베니스터가 누구보다 해밀턴을 잘 아는 허들 감독에게 자문을 구할 것이라는 예측은 충분히 예상 가능 가능한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번 트레이드의 맹점은 역시 약 6,500만 달러 이상의 연봉 보조에 있다. 텍사스는 에인절스의 연봉 보조와 더불어 팀의 부담을 덜기 위해 주세 차익으로 인해 생기는 700만 달러의 연봉 손해를 감수 하겠다는 해밀턴의 배려로 3년간 총 700-800만 달러의 금액으로 그를 쓸 수 있게 됐다.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250만 달러의 금액이다. 해밀턴이 아무리 부진 했다 해도, 지난 2년간 에인절스에서 기록한 연 평균 .255의 타율과 15.5홈런만 기록해도 텍사스로서는 전혀 아깝지 않은 투자가 된다. 연 평균 2,500만 달러의 해밀턴과 250만 달러의 해밀턴을 향한 평가는 접근 방법 자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으며, 텍사스로서는 충분히 긁어볼 만한 로또인 셈이다. 해밀턴이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통산 타율 .316으로 대단히 강했으며, 에인절스로의 이적 후 부진했던 지난 2년간으로 범위를 좁혀도 .339의 타율을 기록했다는 점 또한 텍사스로서는 믿어볼 만한 구석이다.

결국 모두를 놀라게 한 이번 트레이드는 해밀턴을 자신의 시야에서 배제하고픈 모레노 구단주와 무언가 돌파구를 찾아야했던 텍사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현지에서조차 트레이드를 향한 상반된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한 가지 유일한 공통분모는 6,500만 달러 이상의 연봉 보조를 받아냄으로서 텍사스는 잃을 것이 없는 트레이드가 됐다는 점이다. 행여나 해밀턴이 실패한다 해도 그 부담감은 미미한 수준이며, 텍사스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감안하면 그의 활약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잣대는 한결 관대해질 것이다. 결국 관심사는 해밀턴이 예년의 폼을 되찾을 경우 에인절스가 직면하게 될 후폭풍이다. 해밀턴에게 1억 달러 이상을 안겨준 모레노는 이번 트레이드로 본인의 실패를 자인한 셈이 됐다. 해밀턴을 내보내면서 3년간 약 1,500만 달러의 페이롤을 아낄 수 있게 됐다고는 하나, 이번 트레이드를 향한 평가는 6,500만 달러라는 액수만큼이나 대단히 엄격한 기준에 의해 내려질 수밖에 없게 됐다. 더군다나 그 상대가 같은 지구의 텍사스라는 점 또한 에인절스 팬들의 심기가 불편한 이유다.

해밀턴과 텍사스의 예상치 못했던 재회. 그리고 그들을 바로 옆 동네에서 바라보게 될 에인절스의 시선. 분명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트레이드다. 그들이 앞으로 어떤 이야기들을 풀어나갈지는 해밀턴이 복귀하게 될 6월 초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헤럴드스포츠 = 김중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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