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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세창의 카톡(Car Talk)]불법 레이스에 얽힌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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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세살 때 아는 형님이 멋진 차가 모이는 곳이 있다고 해서 따라간 곳이 중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이었다. 들은 대로 주차장엔 콜벳과 포르셰, 수프라 등 멋진 스포츠카들이 즐비했다. 이들인 모인 이유는 불법 레이스 때문이었다. 새벽같이 모여 중부-영동-경부고속도로를 거쳐 올림픽 대로를 타고 출발지점인 만남의 광장으로 돌아오는 'ㅁ'자 코스였다. 가장 먼저 도착하는 사람이 판돈을 가져 가는 게임이었다. 보통 4명이 한 조로 경주했다. 운영 팀까지 있어 과거 중부고속도로가 2차선일 때 차선을 통제한 채 스포츠카 4대가 동시에 출발했다. 순서는 제비뽑기로 정했는데 1열과 2열로 나뉘었다.

드래그 레이스 현장에도 가봤다. 7~8년전 자유로에 폭주족들이 많이 갈 때 였다. 튜닝한 차를 과시하기 위한 레이스였다. 통일동산 안쪽의 공원묘지 가는 길목에서 드래그 레이스가 벌어졌는데 국산차는 티뷰론과 투스카니, 수입차는 닛산 스카이라인 GTR과 미쓰비시 렌서 등이 많았다. 드래그 레이스 역시 판돈을 걸고 두 대가 경쟁했는데 구간이 너무 짧아 영화를 흉내 내는 수준에 그쳤다. 회차하는 과정에서 사망사고까지 발생해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정식 드래그 레이스 경기장은 직선 거리가 2km는 돼야 한다. 그래야 400m를 최고 속도로 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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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드래그 레이스 전용 경기장 모습.


2~3년전 통일동산 쪽 도로에 과속 방지턱이 설치되자 드래그 레이스 장소는 인천공항이 위치한 영종도의 화물 터미널 인근으로 바뀌었다. 그 곳에도 가봤다. 전국에서 400대가 모였다. 직선 주로가 2km 이상 나와 벤츠 AMG, 페라리, 콜벳 신형 등 고출력 차들도 많이 왔다. 눈에 띄는 차가 한 대 있었다. 구형 그랜저 XG였다. 사람들 사이에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저 차는 뭐야?”

구형 그랜저 XG는 엔진 소리만 거칠었고 나머지 휠과 타이어 등은 출고 때와 차이가 없는 모습이었다. 어느 누구도 그 차와는 경주를 하지 않으려 했다. 그 때 제주도에서 배로 싣고 올라온 벤츠 55AMG가 경주 상대를 찾았다. 침묵이 이어지자 구형 그랜저 XG 차주가 "제가 하면 안될까요?"라고 제안했다. 그리고 드래그 레이스가 시작됐는데 반전이 일어났다. 스타트 때 구형 그랜저 XG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패한 벤츠 55AMG 차주가 한번 더 하자고 요청했다. 모든 이목이 집중됐지만 똑같은 상황이 재현됐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구형 그랜저 XG의 내부를 보여 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 당했다. 다행히 얼굴이 알려진 내게 기회가 돌아왔다. 안을 들여다 보니 차량 내부를 모두 뜯어 내고 레이싱 카로 개조된 상태였다. 버스에서나 보는 말뚝 기어가 박혀 있었다. 30대 중반의 차주는 엔진룸 성능을 올리기 위해 7000만원 들였고 800마력으로 튜닝했다고 귀띔했다. "차라리 그 비용으로 벤츠를 사지 그랬냐?"고 묻자 “차도 제대로 모른 채 차에 돈만 바르는 놈들이 꼴보기 싫어 일부러 국산차에 투자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숨은 고수를 만났던 것이다.

사람들은 젊은 혈기에 자신을 과시하고 차의 성능을 자랑하고 싶어 불법 레이스를 한다. 개인적으로 레이서가 된 후 불법 레이스가 무의미하다는 걸 알게 됐다. 레이싱 카엔 속도계가 없다. 그리고 최고 출력을 내야 하기 때문에 수명이 굉장히 짧다. 급하게 출발하는 차의 엔진 소리를 들으면 수명이 단축되는 걸 느낄 수 있다. 속도 경쟁 보다는 자동차 자체를 즐기는 쪽으로 가야 한다. 국가에서도 이런 욕구를 해소해 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게 필요하다. 일본 의 튜닝시장은 3조에 달하는 반면 한국은 1000억원대 수준이다. 경제적으로도 검토할 때가 됐다. [알스타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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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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