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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세창의 카톡(Car Talk)] 자동차 튜닝은 사랑의 선물?
*<헤럴드스포츠>가 탤런트 이세창의 자동차 칼럼을 연재합니다. 연예인 레이싱팀인 알스타즈의 감독인 이세창은 대표적인 자동차 마니아로 1990년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으로 데뷔했으며 ‘딸부잣집’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연예인 카레이서라는 분야를 개척한 이세창을 통해 매주 한 차례씩 다양한 자동차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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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자동차에 미쳤을 때인 20대 후반 일본 마즈다의 스포츠카인 RX-7 중고차를 2,500만 원에 구입했다. 그리고 중고차 값의 4배인 1억 원을 들여 튜닝을 했다. 당시 RX-7을 꾸미면서 차를 여자로 보는 계기가 됐다. 여성 감성으로 디자인된 RX-7은 빨간색에 바디 라인도 여성미가 있었다. 예쁜데 까탈스러운 여자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차는 아주 순종적인 여자와 같다. 자동차 키만 갖고 있으면 언제나 복종한다. 그런데 튜닝은 애인에게 좋은 선물을 하는 느낌과 같다. 연애를 해 본 분들은 공감하겠지만 애인을 위해, 그리고 자기 만족을 위해 그렇게 한다. 예쁜 애인에게 좋은 선물을 하듯이 돈을 아꼈다가 차에 쏟아 부었다.

그런데 애지중지하던 마즈다 RX-7을 일년 정도 타다가 2,300만 원에 팔았다. 원가가 1억 2,500만 원이나 들어간 차를 5분의 1 가격에 팔다니... 하지만 튜닝 비용은 차를 팔 때 거의 인정받지 못한다. 큰 손해를 감수하고 차를 해체하지 않은 이유는 결별후 선물을 되돌려 받는 느낌이 싫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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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즈다 RX-7.

RX-7을 판 이유가 있었다. 30~40명이 모이는 RX-7 동호회에 가 봤더니 내 여자(차)가 너무 평범했다. 옷을 사 입혔다. 드레스 업(외관 튜닝)을 시작했다. 일본 자동차 잡지를 뒤져 요즘 한창 유행하는 직구(직접구매)로 차에 맞는 바디 튜닝을 했다. 튜닝은 끝이 없었다. 날씬한 여자에게 우람한 스타일의 옷을 입혔더니 신발이 맞지 않았다. 그래서 힐과 타이어를 손 댔다. 외관을 바꾸고 나니 성능이 약했다. 엔진 마력을 높혔다.

튀고 싶은 마음에 머플러에서 불이 나오게 하려다 엔진도 세 번이나 깨뜨려 먹었다. 엔진은 갈 때마다 1,000만 원씩 들었다. 자동차는 흡기와 배기가 잘 맞아야 최고 성능이 나온다. 차가 호흡을 했을 때 연소 잘 되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머플러가 고성능이어야 한다. 당시 불이 나오게 하려면 소음기를 제거해야 했다. 지금 생각해도 후회되는 일이었다.

그래도 만족감은 들지 않았다. 그래서 자동차에 오디오를 싣기 시작했다. 파이오니어 오디오를 5,000만 원에 구입해 트렁크 전체에 싣고 다녔다. 운전석에 앉으면 지상낙원이었다. 이 차로 새벽에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부산행사를 가다가 고속도로에서 차가 멈추고 말았다. 오디오가 전기를 너무 많이 잡아먹어 배터리가 방전된 것이었다. 잠 한숨 못 자고 견인차를 불러 RX-7을 매단 채 부산까지 갔다.

자동차 마니아 사이에서 “천국에 갔다 왔다”는 말이 있다. 당시엔 정말로 자동차의 끝을 봤다는 느낌이었다. 그런 일을 겪으면서 자동차에 대해 무조건 투자가 좋지 못하다는 깨달음을 얻게 됐다. 너무 화려한 여자를 잘못 만나 패가망신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내 그릇에는 안 맞는다는 생각으로 RX-7을 팔게 됐다. 튜닝에는 6개월이 소요된다. 부품을 구하지 못해 한달씩 차를 세워 놓기도 했다. 그 땐 주차장에 세워만 놓아도 좋았다.

튜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그릇에 맞는 튜닝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튜닝에서 오디오와 차 성능이 상극이라는 것을 그 때 알았다. 고속을 좋아하면 정숙함을 포기해야 한다. 자기 성향이나 분수를 모른 채 무작정 튜닝하면 안 된다. 효율적인 튜닝을 위해 자기 자신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시가 10억 원이 넘는 엔초 페라리의 창문은 수동으로 조작한다. 그 걸 알고 너무 놀랐다. 엔초 페라리는 달리기 위한 성능에만 전력을 다한다. 한 가지 성능에만 모든 걸 집중했다. 두 가지를 다 가질 수는 없다. [알스타즈 감독]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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