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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수영 최초 선수 겸 코치 임다연, ‘수영할 때 제일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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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이 치열한 현대사회에서 두 가지 일을 병행하면서 모두 좋은 성과를 이루기란 결코 쉽지 않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선수는 자신의 기록향상 또는 경기력 개선을 위해서 훈련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충분한 휴식을 가지면서 여가생활을 즐기는 것도 쉽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직업을 병행한다는 것은 요원하기만 하다. 지도자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선수들 혹은 팀을 위해 머리를 굴리는 데 온 힘을 쏟기에 다른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그런데 수영계에서 이 두 가지를 병행하는 당당한 20대가 있다. 선수로서는 각종 대회에서 항상 최상위권을 다툰다. 그러면서 지도자로서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며 좋은 성적을 이끌어낸다. 그 뿐만이 아니다. 더 좋은 코치가 되기 위해 대학원에서 수업도 받는다. 이 엄청난 일을 동시에 해내고 있는 주인공, 바로 ‘얼짱 인어’ 임다연(23 경남체육회)이다.

임다연은 한국수영 최초의 실업팀 선수 겸 전담코치다. 그동안 같은 소속에서 플레잉코치로 활약하는 사람들은 종종 볼 수 있었지만 서로 다른 소속에서 선수와 전담코치를 병행하는 것은 쉽사리 찾아 볼 수 없다. 성과도 뛰어나다. 지난 해 전국체전 여자 자유형50m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KBS 겸 회장배 전국 수영대회에서는 자유형50m와 100m를 모두 석권했다. 그녀가 지도하는 제자들도 나가는 대회마다 수상을 휩쓴다.

많은 일을 병행하기 때문에 단 하루도 쉬는 날이 없는 임다연이지만 그녀는 그의 삶에 매우 만족한다. 수영 하나만 바라보고 살았기 때문에 수영계에서 일할 수 있는 자신이 매우 행복하다고 말한다. 올해 23세로 수영에 대한 열정은 그 누구도 따라올 자가 없다. '즐기는 자'의 전형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그를 노원역 근처 작은 까페에서 만났다.


Q. 국내최초 선수 겸 전담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특별한 계기가 있는가?
수영을 매우 좋아해서 내 스스로 ‘난 수영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당연히 수영선수를 은퇴하고도 수영계에서 일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반부에 들어오다 보니 은퇴 후에 수영계에 남는 선배들이 별로 없었다. 있고 싶어도 여건이 안 되서 나간 선배들도 있었고, 힘들어서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오히려 그런 현실을 보며 더욱 수영계에 남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그래서 20살이 되자마자 생활체육자격증, 심판자격증, 응급처치 자격증 등을 취득하기 시작했다. 남들보다 매우 이른 시기부터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서울 조원초등학교 홈페이지에 전임코치를 구한다는 게시물을 봤다. 나와 자격이 딱 맞았다. 그래서 조원초등학교 전담코치를 시작하게 되었다.

당연히 전임코치를 하면 선수를 그만둬야한다고 생각했다. 학교 측에 선수생활을 그만두겠다고도 말했다. 그런데 교장선생님과 감독선생님이 오히려 내가 선수생활을 해야지 아이들이 보고 배우는 게 더 많다고 말씀해주셨다. 실업팀과 계약할 때도 나중에 문제가 될까봐 전담코치를 한다는 사실을 오픈을 했는데, 생각 외로 실업팀에서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주셨다.

Q. 실업팀 선수와 두 개의 팀 코치로 활동하면 굉장히 바쁠 것 같다. 일주일 스케줄이 어떻게 되는가?
▲월·수·금에는 아침에 학교로 바로 출근을 한다. 8시간 근무를 무조건 해야 된다. 그래서 10시 이전에 학교에 가서 6시까지 근무를 한다. 퇴근 후에는 개인팀 훈련을 하러 가거나 한체대에서 개인운동을 한다. 화·목에는 서울체고에서 새벽운동을 한다. 그리고 학교로 출근을 한다. 토요일에도 마찬가지다. 일요일도 평일에 못 봐준 부분을 더 봐주고 싶어서 애들에게 시간을 쓴다. 영법이라도 조금 더 봐주려고 하다 보니 쉬는 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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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경남체육회 소속의 실업팀 선수와 서울 조원초등학교 코치 신분이 겹치는 바람에 이에 대한 회의가 소집된 것으로 안다. 자세한 내막을 알려 달라.

▲대한체육회에서 얘기가 있었다고 들었다. 내 소속이 경남체육회이다 보니 더 그런 것 같다. 수영에서는 내가 최초였지만 다른 종목에서는 나와 같은 케이스가 또 있나 보더라. 그래서 그것을 통틀어서 한 회의다. 그런데 별다른 문제없이 좋게 인정해주셨다.

Q. 아무래도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 개인훈련 시간이 많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 전국체전 은메달, KBS겸 회장배 2관왕을 차지하는 등 좋은 성적을 냈다. 특별한 비결이 있는가?
▲스케줄이 진짜 빡빡하고 이동거리가 많다. 이에 대한 스트레스가 엄청 많은데, 유일한 낙이 있다면 운동하는 시간이 낙이다. 내가 운동하는 시간에는 스트레스도 안 받고 내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그 순간이 너무 좋다. 유일한 내 시간이라는 느낌이 든다. 숨이 턱 끝까지 차면 기분이 너무 좋다. 남들 보다 훈련시간은 적지만 집중을 많이 하고 힘을 많이 쓰려고 한다. 수영하는 게 너무 즐거워서 잘되는 것 같다. 운동으로 인해 스트레스 받는 선수들도 많은데, 나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풀다보니 운동효과가 극대화 되는 것 같다.

Q.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국가대표로서 메이저대회에 나가는 것이 꿈일 텐데, 지난 인천아시안게임 선발전 출전이 아쉽게 좌절됐다고 들었다. 어떤 상황이었나?
▲선발전 전에 치러진 대회에서 성적이 생각보다 좋았다.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 열리다보니 선발전을 염두에 두고 나름대로 훈련을 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선발이 될 경우에는 선수소집도 있고, 준비를 해야 하는 되는데 제자들의 시합기간도 겹쳤다. 아시안게임 출전으로 아이들한테 소홀해지면 아이들이 불안해할 것 같았다. 어머님들의 신뢰도 그만큼 떨어질 것 같았다. 내가 지도자이기도 하다 보니 나보다는 애들을 먼저 생각해야 했다.

선발이 되지 않았을 경우에 오는 좌절감도 두려웠다. 남들 보다 훈련량이 적을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욕심을 내고 최선을 다해 준비를 하는데 떨어진다면 마음이 편치 못했을 것이다. 그로 인해서 제자들한테도 안 좋은 여파가 갈까봐 내 개인적인 것보다는 애들을 먼저 생각해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결국은 선발전에 연연하지 않고 편하게 임했다.

Q. 내년에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기다리고 있다. 출전의사가 있는가?
▲솔직히 말하자면 선수로서 마지막으로 불꽃을 태워보고 싶은 대회다. 23살이 여자 수영선수로서는 적은 나이가 아니다. 애들을 지도하는 것도 겸하고 있어서 운동선수를 오래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겠지만 마지막으로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할 생각이다.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Q. D.P라는 개인팀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조원초등학교 지도자를 병행했다. 둘을 병행하는 이유가 있는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개인팀을 먼저 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선수반이 아니라 단과부터 가르친 애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애들이 빠른 시일 내에 대회 상위권으로 올라갔다. 그런 가운데 내가 조원초에 들어가게 되었다. 어린 나이에 내가 학교를 들어가다 보니까 주위 선생님들을 통해 배우는 것이 굉장히 많았다. 나의 부족한 점을 많이 보완하며 애들을 가르칠 수 있었다. 그것을 개인팀에도 적용을 해서 양쪽을 같이 해서 하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있었다. 양쪽 팀에서 모두 활동하면서 시너지 효과도 매우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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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이 직접 만들어준 롤링페이퍼. 임다연 선수 겸 코치에 대한 제자들의 신뢰를 느끼게 해준다.


Q. 선수와 코치를 병행하게 되면서 가장 좋은 점과 힘든 점을 한 가지씩 꼽자면?

▲수면부족이 제일 힘든 점이다. 휴식시간이나 노는 시간은 나에게는 별 문제가 아니다. 나에게는 수영하는 것이 곧 휴식시간이고 노는 시간이다. 그러나 밤늦게 들어와서 새벽에 나가야 되다 보니 피곤한 일상이 계속된다. 학교 업무가 있으면 그만큼 잘 수 있는 시간이 더 줄어든다. 대학원도 다니고 있어 여느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처럼 과제에 대한 부담감도 있다.

좋은 점은 이렇게 열심히 사니 어린 선수들이 신뢰를 보내준다는 점이다. ‘우리 선생님은 시합을 뛰면서 좋은 성적을 낸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제자들의 대부분이 신기하게도 여자애들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여학생의 경우 사춘기가 시작돼 예민해진다. 그래서 아이들의 입장에서 내가 겪어왔던 경험을 말해주고 격려해준다. 그러다 보니 애들이 내 말을 잘 들어준다. 학부모님도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 보니 제 실력에 대해 잘 믿어주신다. 현실적인 부분에서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Q. 코치로 활동하면서 나름의 지도 철학이 생겼을 것 같다. 지도철학이 무엇인가?
▲학생 때 선수생활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 제자들만큼은 중간에 어려운 상황이 오더라도 버텼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나도 힘들었던 일들이 많았다. 근데 그것을 이겨내면서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도 힘든 일이 많겠지만 이겨낼 자신이 있다. 아이들도 나와 같은 마인드를 가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정말 마음을 다해서 가르치려고한다. 내가 돈을 받고 지도하는 것이지만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애들을 위해 진심을 다해 조언을 해주려고 노력한다. ‘내가 왜 수영을 했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하는 것이 핵심포인트다. 그래서 “이것이 끝이 아니다. 이후가 더 중요하다”라는 말을 많이 해준다.

Q. 선수로서의 꿈과 코치로서의 최종 꿈을 모두 가지고 있을 것 같은데, 무엇인가?
▲선수로서는 앞으로 시합을 뛰는 것은 많지 않을 듯싶다. 남은 시합마다 제 베스트 기록을 조금이라도 경신을 하고 은퇴를 하는 게 꿈이다. 물론 힘들다는 것도 안다. 선수로서 많은 나이에 기록을 유지하는 것도 힘든 데 경신한다는 것은 이루지 못할 꿈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기록을 깨보고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싶다.

지도자로서는 큰 팀보다는 작은 규모라도 단단한 팀을 만들고 싶다. 개인팀은 8명, 학교팀은 15명을 정원으로 하고 그 이상은 받지 않는다. 그 이상은 피드백을 주기도 힘들다. 대신 그 안에서는 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수영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또 아이들의 성적이 어느 정도 이상 나와야 본인들도 만족감을 느끼고 더 하고자하는 의욕이 생길 것이다. 이를 위해 내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작지만 강한 팀을 만들고 싶다. [헤럴드스포츠=임재원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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