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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택 관전평] 호화 라인업 인삼공사, '급할수록 돌아가자'
7일 경기 결과 : 인천 전자랜드(22승 22패) 74-54 안양 KGC인삼공사(17승 27패)

힘내라 인삼공사, 결과보다 과정에 주목하자
지난 5일, 경기 막판 정신없이 턴오버만 남발하다 패했던 오리온스전의 충격이 가시지 않았던 걸까요. 7일 인천 원정길에 나선 인삼공사가 시종일관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인 끝에 유도훈 감독에게 통산 200승(역대 9호)을 헌납하고 말았습니다. 이날 인삼공사는 뭔가에 쫓기듯 조급하고 서두르는 모습만 가득했습니다. 거함 모비스와 동부산성까지 무너뜨렸던 기세는 온데간데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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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정말 안 풀리네' 7일 안양 KGC인삼공사가 시종일관 무기력한 경기 끝에 인천 전자랜드에게 74-54, 20점차로 완패했다.

이날 인삼공사의 졸전은 비단 29%의 야투성공률과 54점이라는 저조한 스코어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득점을 만들어가는 과정 전체가 좋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조직적인 팀플레이가 없었다는 점에서 뼈아픈 경기였습니다. 팀 평균(16개)에 훨씬 못 미치는 어시스트 개수(9개)가 이를 증명하죠. 이충희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이 경기 중 수차례 지적했듯 선수들은 공만 잡았다 하면 각자 드리블부터 치기 바빴습니다.

인삼공사의 국내선수 라인업은 10개 구단 중 가히 최고 수준입니다. 하지만 단체 운동은 팀플레이가 살아나지 않으면 결코 승리를 담보할 수 없습니다. 개인의 기량을 앞세운 농구는 어쩔 수 없이 기복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컨디션의 영향을 안 받을 수 없기 때문이죠.

실제로 올시즌 인삼공사는 터지는 날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지만, 반대로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이날처럼 졸전에 허덕이는 들쑥날쑥한 경기력을 보인 적이 많았는데요.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 경기가 풀리지 않는 날일수록 차근차근 그림을 만들어가는 농구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득점에 성공하고 말고는 나중 문제로 미뤄두고, 팀 전체가 제 모습을 찾는 걸 우선시해야 합니다.

6강 싸움도 마찬가지입니다. 통상 5할 승률을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한 안정권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인삼공사에게 남은 11경기가 물론 험난하겠지만 6강에 오르고 못 오르고 결과를 생각하기보다 한경기 한경기, 플레이 하나하나 과정에 충실한다면 좋은 결과는 충분히 나올 수 있습니다.

수비농구의 역설, 든든하다 포웰
이날은 전자랜드도 팀 평균치만큼의 경기력은 아니었습니다. 초반부터 오펜스가 잘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인삼공사보다 팀플레이에 의한 득점이 많았고, 상대의 미스를 놓치지 않고 쉬운 득점으로 연결한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었습니다.

전자랜드가 이렇다 할 스타플레이어 없이도 지금과 같은 성적을 낼 수 있는 밑바탕에는 끈끈한 수비 조직력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날 통산 200승을 달성한 유도훈 감독은 농구계의 대표적인 지장(智將) 중 한명입니다. 유 감독은 높은 전술 이해도와 섬세한 선수단 파악능력을 바탕으로 수비를 강조하고 팀플레이를 우선시하는 전자랜드만의 끈끈한 팀 컬러를 만들어냈습니다.

지도자들이 수비농구를 강조하는 이유는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장하는 데 그만한 게 없기 때문입니다. ‘선수들 컨디션이 안 좋아서 공격이 안 됐다’는 말은 할 수 있어도 ‘컨디션 때문에 수비를 못했다’고는 하지 않죠. 전자랜드처럼 끈끈한 팀 컬러를 가졌다는 팀들은 하나같이 안정적인 수비 조직력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상대를 끝까지 물고 늘어질 수 있는 든든한 방패는 언제고 상대의 작은 실책을 유발해 분위기를 뒤집을 수 있는 창으로 변모할 수 있습니다. 설사 그날 공격이 잘 풀리지 않더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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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일 뜨거운 활약으로 전자랜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주장 리카르도 포웰.

하지만 수비는 우승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전자랜드는 결국 정영삼의 꾸준한 득점포가 얼마나 꾸준히 가동되느냐가 올시즌 성적을 좌우할 것입니다. 공격의 또 다른 축, 포웰은 최근 연일 뜨거운 활약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데요. 보면 볼수록 참 멋진 선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남다른 승부욕과 주장으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팀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모습이 그렇죠. 주장이란 역할은 팀 분위기의 방향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막중한데요. 유도훈 감독 입장에서도 외국인선수에게 주장을 맡긴다는 게 문화도 다르고 쉽지 않았을 텐데, 결과적으로 이 파격적인 선택은 보기좋게 성공한 카드가 됐네요. [전 중앙대 감독] (정리=나혜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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